서울 남산타워가 멀리 보이는 전통 한옥마을의 전경.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 남산타워가 멀리 보이는 전통 한옥마을의 전경.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유숙박업이 2019년 중 내국인, 즉 한국인 대상으로도 허용될 전망입니다.

정부가 2019년 1월 공유경제 활성화를 내걸고 "연간 180일 이내에 한해 내국인 대상으로도 도시에서 공유숙박업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1분기 중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죠.

바꿔 말하면, 법대로라면 그동안 내국인의 도시 공유숙박업소 투숙은 불법이었습니다. 기존 숙박업계에 피해를 줄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 등 시 지역 내 공유숙박업소엔 외국인만 묵어야 했습니다. 때론 숙박료·수리비 시비나, 몰카 성범죄 피해의 온상이라는 지적도 받았습니다.

공유숙박 대표 서비스는 단연 에어비앤비입니다. 2014년 한국에 진출해 5년째 운영 중이죠. 해외 서비스임에도 국내에서 성업 중입니다.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2018년 한 해만 290만명이 이용했습니다. 2017년에 비해 56% 증가했습니다. 에어비앤비도 정부의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 발표에 대해 "400만명에 가까운 국내 에어비앤비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도시에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에 투숙하는 게 모두 불법은 아닙니다. 한옥, 레지던스, 호텔 등 한국인도 투숙할 수 있는 숙소도 에어비앤비에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런 특수한 숙소들의 비중이 에어비앤비 내에서 그리 높지 않습니다. 체험이 목적인 한옥이나 대체 서비스가 존재하는 호텔 등을 내국인이 굳이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할 가능성도 희박하죠.

숙소의 종류는 여러가지지만, 에어비앤비 웹사이트나 앱만으로는 내국인이 묵어도 문제인지 여부를 알 수 없습니다. 에어비앤비가 알려주지 않는 사실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에어비앤비, 290만명 중 내국인은 얼마나 이용할까요. 적어도 법 테두리 밖인 도시 지역에선 '0명'이어야 합법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압니다. 서울, 부산 등 도시 여행 갈 때 에어비앤비를 예약하는 풍경이 흔하죠.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은 도시 지역 에어비앤비에 묵은 한국인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뉴스래빗 [팩트체크]는 그 '오래된 불법'의 증거들을 찾았습니다. 바로 에어비앤비 서울 숙소 후기에서 말이죠 !.!
서울 주요 도심의 야경.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주요 도심의 야경.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뉴스래빗은 에어비앤비 웹사이트에서 2019년 2월 현재 검색 가능한 서울특별시 내 1만2794곳 숙소 정보를 수집했다. 각 숙소에 남겨진 숙박 후기와 평점도 함께 수집했다. 숙박 후기는 2011년 9월부터 2019년 2월까지 9년 간 총 31만8318건에 이른다. 1만2794곳 숙소에 43개 언어로 작성됐다.

에어비앤비는 단일 검색 결과를 최대 300건만 제공한다. 서울 내 전체 에어비앤비 숙소는 1만곳이 넘어 한 번에 검색할 수 없다. 최대한 전수에 가까운 양을 수집하기 위해 법정동 단위로 나눠 검색했다.

수집한 데이터로 #서울에어비앤비맵 을 그렸다. 다만 숙소의 정확한 위치를 그릴 순 없었다. 에어비앤비는 예약하기 전까진 정확한 숙소 위치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 대신 멀지 않은 반경을 나타내는 좌표를 활용했다. 서울 내 에어비앤비 숙소와 분포를 파악하기엔 충분하다.

서울 에어비앤비 숙소 1만2794곳
도심·홍대·강남에 78% 집중


뉴스래빗 홈페이지에서 상세 지도 확인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2019년 1월 1일 기준 전국 숙소는 약 4만5600곳입니다.

그 중 서울에만 1만8200여곳, 40%가 몰려있습니다. 뉴스래빗이 수집한 숙소는 그 중 1만2794곳입니다. 2019년 2월 현재 에어비앤비 웹사이트에서 검색 가능한 서울 내 모든 숙소입니다.


에어비앤비 숙소는 관광 도심(용산·종로·중구, 5533곳), 홍대(마포·서대문구, 2479곳), 강남(강남·서초·송파구, 1926곳)에 많습니다.

이 세 지역만 합해도 전체 숙소의 78%에 이르죠. 이 세 곳은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서울 3대 번화가입니다.

서울 숙소 후기 31만8318건
3명 중 1명 '한국인'


서울 에어비앤비 숙소 1만2794곳에 이용객이 남긴 후기를 전부 모아보니 31만8318건이나 됩니다. 평균적으로 한 곳당 후기가 25건은 있단 뜻입니다.


전 세계인이 이용하는 서비스인만큼 후기도 다양한 언어로 남겨집니다. 뉴스래빗이 수집한 서울 숙소 후기 31만8318건은 총 43개 언어로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적어도 43개국가 관광객이 다녀갔다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숙소 후기에 가장 많은 언어는 단연 영어(en)입니다. 영어권 이용객이 서울 숙소에 남긴 후기는 17만6157건. 전체의 55%로 절반이 넘습니다. 내국인에 비해 숙소 예약에 언어 장벽이 높은 외국인 여행객이 에어비앤비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겠죠. 더구나 영어는 세계 공용어이니 국적에 상관 없이 많은 이용객이 후기를 남겼을 확률이 높습니다. 글로벌 서비스인 에어비앤비에 영어 후기가 가장 많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는 한국어(ko)가 영어 다음으로 많이 쓰였단 점입니다. 9만3203건으로 영어의 절반 수준인데요. 바로 뒤를 잇는 중국어 계열(zh, zh-CN, zh-TW)과 일본어(ja), 프랑스어(fr), 러시아어(ru) 등을 다 합친 후기 수보다 한국어 후기가 훨씬 많습니다. 이외에도 스페인, 태국,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언어도 뒤를 이었습니다.


'한글 후기' 2018년 2배 증가
서울 내국인 숙박 '익숙한 불법'

도시 지역 에어비앤비 숙소에 내국인은 현행법상 투숙할 수 없습니다. 에어비앤비가 탄생한 2014년 이래 한국어로 남겨진 9만여 후기는 모두 '불법 투숙 후기'인 셈입니다.

게다가 해를 거듭할수록 한국어 후기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17년 2만3180건에서 2018년 5만948건으로 1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아직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2019년엔 벌써 1만2529건이 올라왔죠.

숙소 수가 늘어서이든 내국인 이용객이 늘어서이든, 울 내국인 불법 숙박은 빠른 속도로 일상화하고 있습니다.

'유명 관광지'는 외국인
이외 지역은 한국인 후기 더 많아


영어 후기는 주로 도심, 홍대, 강남 3대 번화가 인근 숙소에 많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에어비앤비 이용객의 '양대 언어'라 할 만한 영어와 한국어의 비중을 살펴볼까요.


서울 주요 관광 도심 3구(용산·종로·중구)는 영어 후기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14만3104건 중 8만8160건, 전체의 62%가 영어 후기죠. 한국어 후기는 3만2017건으로 22% 수준입니다.


홍대 상권(마포·서대문구) 인근 숙소 후기 7만9967건 중 영어 후기는 4만4677건입니다. 도심 3구에 약간 못 미치는 56% 수준입니다. 한국어 후기는 1만8884건으로 24% 정도. 홍대, 합정, 상수 등 비교적 내국인이 즐길 거리도 많은 지역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는 영어 후기와 한국어 후기 수가 엇비슷합니다. 전체 4만9544건 중 영어 후기가 2만3551건, 한국어 후기가 2만2076건입니다.

강남역, 가로수길, 코엑스, 잠실 등 외국인 관광지가 많지만 숙소로는 선호하지 않는 지역인 모양이네요. 이외에도 관악구(샤로수길 등), 광진구(건대입구), 성동구(왕십리) 등 중소규모 번화가들이 강남 3구와 마찬가지로 영어·한국어 후기 비중이 비슷합니다.

뉴스래빗 홈페이지에서 구별 상세 확인


그렇다면 서울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덜 찾는 지역은 어떨까요. 위 지역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한국어 후기가 영어 후기보다 많습니다. 강동구, 강북구, 강서구, 구로구, 도봉구, 성북구, 양천구, 영등포구, 중랑구가 그렇습니다. 특히 중랑구는 전체 631건 중 74%에 이르는 468건이 한국어 후기입니다.

도시라도 외국인이 상대적으로 덜 찾는 지역에선 이미 내국인용 숙소 예약 서비스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공유숙박 대표 서비스 에어비앤비에서만 지난 5년 간 최소 9만3203번 '어둠의 숙박'이 성사됐음을 확인했습니다. 그간 내국인 대상 공유숙박을 금해온 관광진흥법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단 증명입니다.

'30% 한국인' 최소 추정치
서울 구석구석 '익숙한 불법'


뉴스래빗이 찾은 에어비앤비 이용 내국인의 '익숙한 불법'은 최소 추정치입니다. 서울시 내 에어비앤비 투숙자 한국인 비중이 최소 30%이지, 실제로는 그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뜻입니다. 숙박한 모든 사람이 후기를 남기진 않기 때문이죠. 이는 자칫 불법 투숙의 증거 자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후기를 남기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좋은 후기가 많이 쌓이면 집주인이 에어비앤비 '슈퍼호스트(superhost)' 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슈퍼호스트가 되면 에어비앤비 웹사이트 상 숙소 검색 노출이 더 잘 되니, 더 많은 숙박객을 불러들여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집주인들끼리 서로 숙박비를 결제한 뒤 후한 후기를 남기고, 숙박비는 되돌려주는 이른바 '호스트 품앗이' 행태도 암암리 알려진 바 있습니다. 에어비앤비 할인코드를 보상으로 되돌려받는다는 이야기도 있죠.

뉴스래빗이 서울 에어비앤비 몇몇의 투숙 유의사항을 취재해본 결과 한국인 투숙객을 상대로 "숙소 입장 때 여행객인 듯한 인상을 주지 마라", "경비원 보는 앞에서 캐리어를 끌거나 여러 명이 음식물을 사서 들어가지 마라" 등을 미리 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만큼 서울 시내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집주인들도 불법 단속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입니다.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법으로 금지해온 내국인 공유숙박 이용객이 제도 활성화 이후 공식적으로 얼마나 늘어날지는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내국인 투숙, 불법 행위 근절'은 제도나 실효성 면에서도 더 이상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서울 공유숙박 이용객 중 내국인 규모가 이미 너무 큽니다.

검색 가능한 숙소만 서울에 1만2794곳, 기록이 확인된 내국인 투숙 건수만 역대 9만3203건입니다. 서울에 합법 숙박업소가 3212곳에 불과한 것과 비교해보면 그 규모가 작지 않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뉴스래빗이 데이터로 확인한 결과 '익숙한 불법'은 이미 누구나 알고 이용하는 일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내국인 공유숙박 투숙은 우여곡절 끝에 2019년 1분기 중 허용될 전망입니다.

소비자의 선택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산업의 흐름이고, 자연스레 정책 수정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다만 '익숙한 불법'을 왜 이렇게 오래토록 방치해왔는지, 법을 준수한 기존 숙박업자가 겪었을 역차별과 피해는 어떻게 어루만져야 할지도 정부와 국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
 [팩트체크]  에어비앤비 최소 30%는 한국인  …서울 구석구석 '익숙한 불법'
# DJ 래빗 뉴스래빗 대표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어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DJ 래빗을 만나보세요 !.!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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