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홍원표 원내대표의 사과를 반박했다. 사진=연합뉴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홍원표 원내대표의 사과를 반박했다. 사진=연합뉴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설훈 최고위원과 홍익표 수석대변인 등 당내 인사들이 20대로부터 낮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라고 한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대 청년과 관련해 우리 당 의원들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홍익표 대변인은 "사과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발해 민주당의 엇박자가 눈길을 끈다.

홍 원내대표는 "20대 청년은 미래를 책임질 주역이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우리 사회도 미래가 있는데 지금의 20대는 구조화된 불평등, 미래 불확실성에 짓눌려 있다"면서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운 대기업과 공공부문 취직, 부모 세대 성취에 따라 인생이 좌지우지되는 기회의 상실, 기득권의 세상에서 젊은이들이 절망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설 최고위원과 홍 대변인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20대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보수적'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원내대표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며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대변인은 이 같은 사과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홍 원내대표가 내 발언의 취지를 못 알아듣고 사과한 것이다"라는 입장을 이어갔다.

홍 대변인은 "(홍 원내대표의 사과는 나와) 사전 조율이 없었다"면서 "발언 당시에 문제 삼은 것은 그런 내용(반공)을 강요한 당시 집권여당과 일부 보수 언론"이라고 정당성을 펼쳤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얘기를 보면 실언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장능인 한국당 대변인은 24일 "홍 의원의 말처럼 청년들이 반공 교육에 세뇌되었다면 지난 정권 동안 대한민국 교육을 주도한다고 자부하던 자칭 진보 교육감들은 반공 교육 세뇌를 막지 않고 무엇을 했나"라면서 "그동안 청년들이 집권여당에 지지를 보낼 때는 왜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리얼미터 주간집계 2월 1주차에 따르면 20대는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55.4%의 긍정평가를 보냈다.

하지만 20대의 긍정평가는 이어지는 2월 2주차에는 45.8%, 2월 3주차에는 41.5%로 떨어지며 2주만에 13.9%p나 하락했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설 의원과 홍 대변인은 현재 20대가 반공 교육에 세뇌돼 보수적으로 변했다고 분석했지만 전문가들은 "20대는 청소년기인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을 겪은 세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북한에 대해 반공의식이 자리잡게 됐다"라고 진단한다.

최근 이틀 앞으로 다가온 북미정상회담과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등으로 유례없이 남북 평화모드를 형성했지만 2017년까지만 해도 북한은 7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포 등으로 세계적인 불안감을 조성한 바 있다.

같은 해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살해됐다. 신원 미상의 여성 2명이 독침 혹은 독액스프레이를 사용해 그를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인 용의자 4명을 '암살자'로 규정하면서도 북한 정권을 사건의 배후로 직접 지목하지는 않고 있다. 북한은 김정남이 단순 심장마비로 사망했으며, 리재남 등 4명은 그가 숨진 시점에 우연히 같은 공항에 있었을 뿐이라고 강변해 왔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설훈, 김현철 등의 막말을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청원자들은 "정권 연장하고 싶다면 막말 의원들부터 잘 다스려달라"라고 주장했다.

두 의원의 제명을 요구한 게시글에는 "밀어줄 때는 좋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 청년이 미개하다는 것이냐"라는 반발이 이어졌다. 이어 "청년들이 지지를 거두고 있는 이유는 교육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문 대통령과 여당이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