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8일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는 25일(현지시간) 두 정상의 방문을 하루 앞두고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묵을 것으로 알려진 호텔은 보안 구역으로 지정돼 철통 보안 태세에 들어갔다.

김정은의 숙소는 멜리아호텔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김정은의 의전 총괄책임자인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은 이날 오후 4시25분께 멜리아호텔을 방문해 내부 시설을 최종 점검했다. 김창선은 지난 16일 하노이에 도착한 뒤 멜리아호텔을 세 번 찾았다. 경호 책임자인 김철규 호위사령부 부사령관도 호텔 곳곳을 살펴봤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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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내부는 분위기가 한층 삼엄해졌다. 로비에는 보안검색대가 새롭게 설치됐고 10여 명의 무장 경찰이 주변 경계를 살폈다. 이날 오후부터 투숙객이 아닌 일반인은 내부 진입이 전면 통제됐다. 로비에서 상위 객실층으로 이어지는 계단과 엘리베이터 앞에는 호텔 관계자들이 출입객 투숙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며 이동을 통제했다. 다음달 2일까지 호텔 고층 라운지바 등이 폐쇄됐다. 호텔 진입로와 인근 도로에도 무장한 베트남 공안 관계자들과 베트남 기동경찰대가 대거 배치됐다. 탐색견 세 마리가 동원돼 주변 곳곳을 수색하기도 했다.

주목되는 점은 멜리아호텔에 백악관 기자들이 상주할 미국 프레스센터도 문을 연다는 것이다. 호텔 7층에 들어서는 프레스센터와 20층에 있는 김정은 숙소 모두 일반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다. 하지만 회담 기간 미국 취재진이 쉴 새 없이 호텔 로비를 드나들 것이 뻔해 김정은의 ‘일거수일투족’이 미 언론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의 경호와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북한 당국이 이곳에 미 프레스센터가 차려질 것이란 정보를 몰랐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자신감 있는 모습을 우회적으로 연출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묵을 JW메리어트호텔에도 이날 무장 경찰 10여 명이 추가로 배치되며 경호 수위가 높아졌다. 메리어트호텔은 멜리아호텔과 차로 20여분 떨어진 거리에 있다.

하노이=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