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의제협상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25일 30여 분간 ‘미니 협상’을 벌였다. 26일 양측 정상의 베트남 하노이 입성이 예정돼 있는 터라 막판 문구 조정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혁철은 이날 오후 5시20분(현지시간)께 숙소인 베트남 정부 게스트하우스(영빈관)를 출발, 비건 대표의 숙소인 파르크호텔을 찾았다. 협상은 약 30분간 이뤄졌다. 지난 21일 하노이에서 의제협상을 시작한 지 닷새째다. 처음 이틀간 13시간가량 마라톤 협상을 벌인 점을 감안하면 양측의 대면 시간은 대폭 줄어든 셈이다.

양측 수석대표가 매우 짧게 접촉하면서 회담 의제를 둘러싼 이견이 상당히 좁혀졌고, 정상 합의문인 ‘하노이선언’ 문구에도 의견 접근을 이룬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청와대가 미·북 양자 종전선언, 북한 개방 등에 대해 공개 발언을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노이 현지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교섭본부장이 나가 있다. 의제협상의 간극이 상당히 좁혀졌고, 이를 이 본부장이 청와대에 전달했을 것이란 추론이 나온다. 이 본부장은 이번 하노이 회담 성사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지난달 스톡홀름 남·북·미 3자 협상을 조율한 바 있다. 비건 대표와는 한·미 워킹그룹을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하지만 양측 모두 이번 회담에서 최대한의 구체적인 성과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만큼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때처럼 막판까지 합의문 조율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상회담 직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에 합의문 문안을 둘러싼 최종 조율이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날 실무협상 장소인 파르크호텔엔 일본 측 북핵 수석 대표인 가나스기 겐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하노이=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