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공허한 양보와 텅 빈 몸짓, 앞으로의 약속에 대한 상응조치로 대북제재를 해제해선 안 된다.” 민주당 소속 엘리엇 엥겔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이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한 말이다.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낙관론과 함께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완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재의 둑을 허무는 상황에 대한 우려다. 대북제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도발’을 중단시킨 강력한 무기로 평가받아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단계적·점진적 북핵 전략에 대한 비판론자들은 ‘2·28 하노이선언’이 가져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종전선언이 대표적 사례다. 청와대에서 ‘정치적’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한국전쟁의 종식’이란 표현은 결국 주한미군 철수와 유엔군사령부 해체의 전 단계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김정은이 주한미군의 부분 철수를 요구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인 치적’을 위해 북한에 선물 보따리를 풀려 한다”고 꼬집었다.

제재 완화 역시 불가역성이란 측면에서 우려의 시선이 많다. 한 번 구멍이 뚫리면 다시 메우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만 해도 각종 시설 및 장비가 도입돼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독자제재의 일부를 풀거나 사무소 설치를 면제 대상에 올려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협의 재개 역시 국제사회의 제재망에 우회로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26일 일본 NHK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비핵화를 실행에 옮길 의사가 없다”며 “김정은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라고 말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노후화된 영변 핵시설의 폐쇄를 제시하는 반대급부로 대북제재 완화라는 경제적 효과를 노릴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태 전 공사는 “영변 핵시설은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됐다”며 “이미 폐쇄 처분했어야 할 시설을 넘기고 대신 핵·미사일은 지키면서 제재 문제를 해결하자는 게 북한의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또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연 1억5000만달러의 현금이 북한 수중에 들어온다”며 “김정은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를 해결해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이미아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