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취하며 최종전략 점검
야경 관람 등 깜짝 이벤트 없어
지난 23일 오후 3시께 평양에서 특별열차를 타고 출발한 김정은은 이날 오전 8시12분께 중국과 베트남 접경지역인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했다. 평양 출발 후 약 66시간 만이다. 중간에 중국 베이징이나 광저우를 잠시 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별도의 일정 없이 곧바로 직행했다. 김정은이 중국에서 이동 중 난닝역 플랫폼에 잠시 내려 담배를 피우며 쉬는 모습이 일본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크리스털 재질로 보이는 재떨이를 두 손으로 들고 다가서자 김정은이 담뱃재를 떠는 모습도 나온다.
수행단에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김여정 제1부부장, 이수용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김평해 당 부위원장, 오수용 당 부위원장, 이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등이 포함됐다. 김정은은 동당역에서 마중 나온 베트남 정부 인사들과 악수한 뒤 곧바로 전용차량에 올라탔다. ‘인간 방패’로 불리는 북한 경호단은 이번에도 김정은의 차량을 둘러싼 채 철통 경호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은 차에서 창문을 내려 베트남 주민들에게 미소를 띤 채 손을 흔들었다. 김정은의 차량은 숙소인 하노이 시내에 있는 멜리아호텔까지 170㎞를 한 번도 쉬지 않고 직행했다. 호텔엔 2시간20분 걸려 오전 10시53분께 도착했다.
김정은은 베트남 첫 방문 소감으로 “매우 감사하다”고 했다. 동당역에 도착한 김정은은 베트남 정부 관계자가 “베트남 방문을 환영한다”고 하자 “우리는 매우 행복하며 베트남에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 VN익스프레스는 보도했다. 김정은은 호텔에 도착해 휴식을 취한 뒤 이날 오후 5시께 외부 첫 일정으로 북한 대사관을 방문했다. 참모진으로부터 실무 협상 결과를 보고받고 미·북 정상회담 전략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은 응우옌푸쫑 베트남 국가주석과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쫑 주석은 사흘간의 해외 순방을 마치고 이날 오후 돌아왔다. 김정은은 쫑 주석과 회담 전후로 호찌민 묘, 생전 거소 등에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고 현지에서는 보고 있다. 주석궁과 호찌민 묘는 바로 붙어 있다.
이날 김정은의 숙소인 멜리아호텔 주변은 물론 내부까지 철통 경호가 이뤄졌다. 호텔로 진입하는 차로와 호텔 옆 도로에는 바리케이드가 세워졌고 장갑차와 무장병력이 배치됐다. 호텔 앞 도로도 투숙객 외 진입 자체가 금지됐다. 호텔 내부와 주변 곳곳에 무장한 현지 경찰과 북한 측 특수 병력 등이 대기하며 외부인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했다.
하노이=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