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저녁 사교만찬을 시작으로 이틀 일정의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들어간다. 두 정상은 28일엔 단독 정상회담과 확대 정상회담, 업무오찬, 공동 서명식을 함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틀 동안 적게는 5차례, 많게는 6~7차례 만나 북한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둘러싼 ‘세기의 담판’을 벌일 전망이다.
트럼프-김정은, 27일 만찬서 8개월 만에 재회…최소 5번 만난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베트남 하노이행 에어포스원(미 대통령 전용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27일 저녁에 사교만찬(social dinner)을 함께한다”고 발표했다. 만찬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 실무진이 머물고 있는 베트남 정부 영빈관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두 정상의 만찬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해 싱가포르 회동 때는 오찬만 함께했다. 만찬장에는 두 정상 외에 양측에서 각각 2명의 참모가 배석한다. 미국에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대행이, 북한에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함께한다. 다른 북측 배석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만찬은 업무만찬이 아니라 사교만찬 형식인 만큼 가벼운 주제의 대화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만의 재회에 대한 소회와 개인적인 우의를 다지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만찬 과정에서 북핵 해법도 자연스럽게 거론되면서 28일 본회담에 앞선 탐색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김정은과의 만찬에 앞서 오전 11시에는 응우옌푸쫑 베트남 국가주석과, 낮 12시에는 응우옌쑤언푹 총리와 연쇄 회담을 한다.

미·북 정상 간 본회담이 펼쳐지는 28일엔 여러 차례 회동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구체적인 일정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미 정부는 지난 21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은 싱가포르 회담 때와 비슷할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 회담에 비춰보면 두 정상은 하노이 회담에서도 단독 정상회담, 확대 정상회담, 업무오찬에 이어 ‘하노이선언’ 서명식을 가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상회담 장소는 김정은 숙소인 멜리아호텔에서 가까운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호텔로 최종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트로폴호텔은 김정은 숙소에서는 차로 5분, 트럼프 대통령 숙소인 JW메리어트호텔에서는 차로 25분 거리에 있다.

하노이 정상회담 일정이 1박2일로 확정되면서 총 4시간45분에 그쳤던 작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보다 두 정상의 만남 횟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사실상 확정된 일정만 따져도 두 정상은 하노이에서 최소 5번 마주하게 된다. 여기에 서명식 전 두 정상의 스킨십을 보여줄 ‘사교 이벤트’도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싱가포르 회담 때 회담장인 카펠라호텔 정원을 1분 남짓 함께 산책했다.

기자회견을 트럼프 대통령 단독으로 할지, 김정은과 공동으로 할지도 관심이다.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는 트럼프 대통령 혼자 기자회견을 했다. 하지만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이 서로 만족할 만한 합의를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나란히 기자들 앞에 서는 모습이 연출될 수도 있다. 김정은은 지난해 판문점과 평양에서 열린 남북한 정상회담 때는 문재인 대통령과 기자회견을 했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공동 기자회견까지 한다면 만나는 횟수는 6~7번으로 늘어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28일 곧바로 하노이를 떠난다. 김정은은 3월 2일까지 남아 베트남 공식 방문 일정을 소화한다. 베트남과의 혈맹 관계 복원, 우호 강화도 이번 방문의 주요 목적인 만큼 베트남 국부인 호찌민 묘 등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