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제조업체 가운데 매출 1,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진중공업과 르노삼성자동차가 중대 기로에 서 있다. 한진중공업은 자본잠식 탈피가 결정되고, 르노삼성차는 장기간 이어진 노사 갈등이 반전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부산 영도구의 한진중공업은 2017년 기준 매출 1조7374억원으로, 부산 제조업체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한진중공업이 수비크 조선소 부실을 반영함으로써 완전자본잠식에 빠지자 한국거래소는 지난 13일 한진중공업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필리핀 채권은행들과의 채무조정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하고, 이번주에 6800억원 규모 국내 채권은행의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채권자인 산업은행 등 8개 채권은행은 협상을 통해 이번주 출자전환 규모의 윤곽을 잡는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출자전환은 빚이 주식으로 바뀐다는 의미로, 재무상태가 탄탄해지고 부실을 해소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부산 강서구 미음산업단지에 있는 르노삼성차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노사 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7년 기준 매출 6조7095억원으로, 부산 1위 기업인 르노삼성차는 26일 오후 물밑 노사 회동을 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르노삼성차에선 지난해 10월부터 총 38차례 부분파업이 발생했다. 지난 21일 호세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부회장이 부산공장을 다녀가면서 “2주 안에 임금단체협상을 타결하고 공장을 정상화하자”고 제안해 사측은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노조도 현장에서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데다 정상화를 바라는 지역 여론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이 올 9월 계약기간 종료 후 중단되면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갑준 부산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이달 중 르노삼성차와 한진중공업 문제가 해결돼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에 힘을 실어주고 불안감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