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일성 이어 北정상으로는 55년만에 '격대' 베트남 방문
美과 적대청산후 개혁개방 성공 베트남…평화선언 장소로는 최적지 평가
[북미회담 D-1] '역사적 베트남 방문' 金, 조부의 '對美 실타래' 풀까


특별취재단= 반세기전 할아버지의 족적이 남은 하노이에서 조부가 물려준 미국과의 '실타래'를 풀 것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방문이 세계에 던지는 화두다.

김 위원장은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핵 담판'을 위해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55년 만에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참석이 주목적이지만,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미국과 전쟁까지 치른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도이머이'(쇄신·베트남식 개혁개방)에 성공한 베트남의 심장부를 방문한 것 자체로도 역사적 행보라는 평가를 받는다.
[북미회담 D-1] '역사적 베트남 방문' 金, 조부의 '對美 실타래' 풀까
하노이는 1958년과 1964년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이 방문해 호찌민 당시 베트남 주석과 회담한 곳이다.

북한이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휴양지인 다낭보다 하노이를 선호했던 것도 북한 주민들에게 김 주석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권력 기반을 다지는 과정에서 김 주석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김 주석이 1964년에 방문했던 하노이 동쪽 유명 관광지 하롱베이를 찾아가거나 김 주석과 회담을 한 호찌민의 묘소를 방문하는 행보로 북한 주민의 '김일성 향수'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하노이는 베트남이 프랑스와 미국 등 서구 열강에 맞서 승리한 '반외세 항전'의 성지라는 상징성도 있다.

하노이는 1946년부터 1954년까지 독립을 위한 프랑스와의 '1차 인도차이나 전쟁'의 중심지 중 하나였고, 1954년부터 베트남전이 끝날 때까지는 북베트남의 수도였다가 1976년 통일 베트남의 수도가 됐다.

김일성 주석이 하노이를 찾았을 때는 북한과 베트남(당시 베트남민주공화국)은 모두 미국의 '적국'으로, 서로 '동지' 관계였으나 '손자' 김 위원장이 발을 디딘 베트남은 더 이상 미국의 '적'이 아니다.

이처럼 상징성이 큰 곳에서 김 위원장이 조부가 미국과 형성한 적대관계를 끝내는 '평화선언' 등을 할 수 있을지, 앞으로 베트남처럼 개혁의 길을 갈 수 있을지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남북으로 분단된 상태에서 미국과 싸워 공산 진영에 의한 통일을 이뤄냈고, 통일 이후에도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며 개혁개방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에게 베트남은 '롤모델'일 수 있다.
[북미회담 D-1] '역사적 베트남 방문' 金, 조부의 '對美 실타래' 풀까
또 베트남은 북한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전쟁을 했지만, 베트남전쟁 종전(1975년) 20년 만에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미국과 수교했다는 점에서 북한과 미국이 평화선언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를 평가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