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 차림의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지난해 6월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코나 출시 행사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캐주얼 차림의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지난해 6월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코나 출시 행사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LG·한국타이어 등 대기업들이 잇달아 근무 복장 자율화를 도입하면서 패션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넥타이와 정장업계는 울상인 반면 청바지 등 캐주얼 브랜드는 흐름에 맞춘 결정이라는 평가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다음 달부터 1967년 회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전면 자율 복장 제도를 시행한다. 넥타이만 풀거나 일주일에 하루 '캐주얼데이'로 지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무런 복장 제한을 두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업계는 기업문화가 가장 보수적인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이 같은 지시 배경에는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지양하고 자유로운 복장을 통해 창의성을 향상시켜 혁신을 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변신은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정 부회장이 코나 신차발표회 장에서 정장 대신 청바지와 티셔츠를 착용하고 나온 것이다. 이후 사내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들의 탈 정장 바람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LG전자 역시 구광모 대표 취임 이후인 지난해 9월부터 캐주얼 데이를 전면 도입했고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5월부터 연중 노타이 차림을 허용했다. 한국타이어도 지난해 7월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상시 자율복장을 허용했으며 현대제철은 전사적으로 캐주얼 입기를 확대 시행하고 있다.

대기업의 이러한 조치에 패션업계는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정장업체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장을 만드는 업체 입장에서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니다"라며 "당장에 큰 손실이 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위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제화업계는 우려와 기대가 섞인 반응을 보였다. 금강제화 관계자는 "대기업의 본격적인 탈 정장 흐름에 맞춰 2014년부터 정통 구두 대신 캐주얼 제품을 확대했다"며 "구두 수요 감소의 가능성이 있겠지만 비즈니스에서 구두는 없어서는 안 될 아이템이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완전히 구두를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격식을 따지지 않는 직장 문화가 확산하면서 자연스럽게 근무 복장도 캐주얼하게 변하는 추세"라며 "매장을 찾는 직장인 소비자의 경우 여가 시간에도 입을 수 있고 비즈니스 캐주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은 혁신을 위해 보수적인 문화를 없애고자 근무 복장 자율화를 도입했을 것"이라며 "대기업은 우리나라 회사 문화를 선도한다는 데서 이번 조치는 패션업계에도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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