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꼰대 문화'에 멍드는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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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침체 늪에 빠져드는데, 성장보다 분배에 치중하는 정책뿐
선한 의도 앞세워 꼰대처럼 제 생각만 고집 말고
다른 의견 들어 규제 풀고 공감대 형성해나가야"
이인실 < 서강대 교수·한국경제학회장 >
선한 의도 앞세워 꼰대처럼 제 생각만 고집 말고
다른 의견 들어 규제 풀고 공감대 형성해나가야"
이인실 < 서강대 교수·한국경제학회장 >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내놓은 한국의 경직적 기업문화에 관한 보고서 내용이 ‘청바지 입은 꼰대’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된 적이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대거 기업에 입사한 요즘 ‘꼰대 문화’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주제가 됐다. 사람이 나이 들면 경험과 지혜가 쌓이면서 현명해지는 것이 보통인데, 나이 든 직장 상사들은 직장생활 경험을 자기 생각을 고집하는 근거 자료로 내세우며 젊은 직원들과 사사건건 부딪친다는 것이다. 이런 기업 내 꼰대 문화가 요즘 한국의 경제정책 현실에 그대로 배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지난해 한국은 ‘30-50클럽’(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국가)에 세계 일곱 번째로 가입했다. 전쟁의 폐허에서 최빈국으로 출발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은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한 성취다. 그런데 30-50클럽 국가 중 미국, 독일, 영국은 3만달러 달성 이전 10년간 각각 3.0%, 2.8%, 3.1%, 이후 10년간 각각 3.2%, 2.1%, 1.9%의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반면 일본, 스페인, 이탈리아는 이전 10년간 각각 4.5%, 3.9%, 1.7%에서 이후 10년간 각각 0.9%, 0.7%, 0.1%로 성장률이 급락했다. 후자 세 나라의 예를 볼 때 한국이 ‘설익은 선진국 함정’에 빠진 건 아닌가 하는 불안을 떨쳐내기 어렵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전문가들이 예상한 것보다 빠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보유하고 있는 노동력과 자본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데도 성장보다 분배에 치중하다 보니 소득불평등 정도와 고용 사정은 되레 악화되고 있다. 경제정책이라고 밀어붙이는 것들이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집만 부리는 꼰대의 그것이 돼가고 있다는 생각을 부인하기 어렵다.
글로벌 무역 패러다임은 임금 차이에 기반한 상품 무역에서 정보와 고숙련 노동에 기반한 서비스 무역으로 바뀌고 있다. 허정 서강대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최근 한국 10대 주력산업의 부가가치 및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한다. 선진국 경제에선 정보통신을 플랫폼으로 한 서비스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도 규제 완화를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비스산업에서도 혁신이 일어나야 고용을 늘릴 수 있는데 ‘서비스산업 발전법’은 8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에 맞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융합해 성장동력을 창출하려면 공장이나 기계 같은 유형자산 투자를 늘리기보다 지식재산권, 정보기술(IT) 플랫폼 개발과 같은 무형자산 투자를 늘려야 한다. 그러나 최근 5년간 건설 투자와 설비 투자는 각각 6.2%, 4.5% 증가한 반면 지식재산 투자는 3.6% 증가에 그쳤다.
한국의 제조업 편중 성장은 여전하다. 그러나 제조업 고용은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며 2015년 이후에는 그 절대규모마저 줄고 있다. 서비스업의 취업자 수는 늘어나는데 부가가치 비중은 작아지다 보니 서비스업 종사자의 몫이 갈수록 줄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은 주요 산업 내에서 혁신이 일어나며 성장과 일자리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데 한국은 규제 장벽, 이해집단 간 갈등, 혁신 부족 탓에 신산업 발전이 더뎌 성장도, 일자리도 다 놓치고 있다.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선 소득 불평등을 개선해야 한다. 정부의 주장대로 누구든 열심히 하면 잘살 수 있는 포용적 성장 체제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기업에 불고 있는 변화 바람에 대한 평가가 왜 여전히 ‘청바지 입은 꼰대’ ‘무늬만 혁신’ ‘보여주기식’이란 비판이 많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꼰대의 특징은 경직된 사고, 떨어지는 공감능력, 강한 인정욕구라고 한다. 자신의 관점이 옳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것”이란 선한 의도를 과신하게 되는 것이다.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이뤄지고 있는 한국 경제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맞아 꼭 해야 할 일은 생산·소비 시스템과 정부 역할에 획기적인 변화를 주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답을 바탕으로 대의(大義)를 세우고 공감대를 형성해나가야 꼰대라는 말을 안 듣는다.
지난해 한국은 ‘30-50클럽’(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국가)에 세계 일곱 번째로 가입했다. 전쟁의 폐허에서 최빈국으로 출발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은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한 성취다. 그런데 30-50클럽 국가 중 미국, 독일, 영국은 3만달러 달성 이전 10년간 각각 3.0%, 2.8%, 3.1%, 이후 10년간 각각 3.2%, 2.1%, 1.9%의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반면 일본, 스페인, 이탈리아는 이전 10년간 각각 4.5%, 3.9%, 1.7%에서 이후 10년간 각각 0.9%, 0.7%, 0.1%로 성장률이 급락했다. 후자 세 나라의 예를 볼 때 한국이 ‘설익은 선진국 함정’에 빠진 건 아닌가 하는 불안을 떨쳐내기 어렵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전문가들이 예상한 것보다 빠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보유하고 있는 노동력과 자본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데도 성장보다 분배에 치중하다 보니 소득불평등 정도와 고용 사정은 되레 악화되고 있다. 경제정책이라고 밀어붙이는 것들이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집만 부리는 꼰대의 그것이 돼가고 있다는 생각을 부인하기 어렵다.
글로벌 무역 패러다임은 임금 차이에 기반한 상품 무역에서 정보와 고숙련 노동에 기반한 서비스 무역으로 바뀌고 있다. 허정 서강대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최근 한국 10대 주력산업의 부가가치 및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한다. 선진국 경제에선 정보통신을 플랫폼으로 한 서비스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도 규제 완화를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비스산업에서도 혁신이 일어나야 고용을 늘릴 수 있는데 ‘서비스산업 발전법’은 8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에 맞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융합해 성장동력을 창출하려면 공장이나 기계 같은 유형자산 투자를 늘리기보다 지식재산권, 정보기술(IT) 플랫폼 개발과 같은 무형자산 투자를 늘려야 한다. 그러나 최근 5년간 건설 투자와 설비 투자는 각각 6.2%, 4.5% 증가한 반면 지식재산 투자는 3.6% 증가에 그쳤다.
한국의 제조업 편중 성장은 여전하다. 그러나 제조업 고용은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며 2015년 이후에는 그 절대규모마저 줄고 있다. 서비스업의 취업자 수는 늘어나는데 부가가치 비중은 작아지다 보니 서비스업 종사자의 몫이 갈수록 줄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은 주요 산업 내에서 혁신이 일어나며 성장과 일자리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데 한국은 규제 장벽, 이해집단 간 갈등, 혁신 부족 탓에 신산업 발전이 더뎌 성장도, 일자리도 다 놓치고 있다.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선 소득 불평등을 개선해야 한다. 정부의 주장대로 누구든 열심히 하면 잘살 수 있는 포용적 성장 체제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기업에 불고 있는 변화 바람에 대한 평가가 왜 여전히 ‘청바지 입은 꼰대’ ‘무늬만 혁신’ ‘보여주기식’이란 비판이 많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꼰대의 특징은 경직된 사고, 떨어지는 공감능력, 강한 인정욕구라고 한다. 자신의 관점이 옳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것”이란 선한 의도를 과신하게 되는 것이다.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이뤄지고 있는 한국 경제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맞아 꼭 해야 할 일은 생산·소비 시스템과 정부 역할에 획기적인 변화를 주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답을 바탕으로 대의(大義)를 세우고 공감대를 형성해나가야 꼰대라는 말을 안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