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은 현대중공업과의 합작을 통한 민영화에 반대하는 대우조선해양 노조를 향해 “과격한 투쟁과 파업으로는 일자리를 지킬 수 없다”고 26일 밝혔다. 노조의 무조건적인 총 고용 규모 보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조의 소통 없는 비난과 과격한 행동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과격한 행동은 대우조선의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산은은 지난달 31일 국내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과 조선통합법인을 합작 설립하는 방식으로 대우조선 매각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은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대우조선 노조와 경남지역 시민단체 및 정치권을 중심으로 민영화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무조건 파업하는 대우조선 노조, 고용보장 못한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 노조가 이달 21일 상경 투쟁에서 산은 본점에 계란을 던지는 등 시위를 벌인 것을 두고 “(본점 1층에 있는) 산은 어린이집에 계란을 던져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그렇게 해보라”며 “왜 2000명이 몰려와 위협적으로 물리적인 행동을 하며 만나자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작년부터 조선업 시황이 일부 나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조선 민영화의 적기는 지금”이라며 “이 기회를 놓치면 구조조정은 실패하고 조선산업이 붕괴될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영화에 따른 기대 효과가 큰 만큼 리스크도 크기 때문에 잘못되면 직을 내려놓겠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회장은 노조 및 지역사회와의 대화 창구는 언제든지 열려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기회가 있으면 (거제) 지역에 내려가고 지역사회와 협력업체 및 지방자치단체장을 모두 만나 설득할 것”이라며 “이들에게 (민영화 논의에 참여할) 법률적 권리는 없지만 대화하고 설득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은 노조가 요구하는 무조건적인 총 고용 규모 보장과 협력업체의 피해 제로화는 약속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달 민영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우조선은 이미 인력 구조조정을 충분히 해 추가 구조조정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했다”며 “그럼에도 총 고용 규모 보장까지 요구하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노조의 이런 요구는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할 테니 너희가 알아서 기업을 살리라’는 것에 불과하다”며 “노조도 기업을 살릴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최근 사의를 밝힌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과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에 대해선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분들의 역할은 끝났다”며 “미래지향적인 인물을 뽑을 때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새 최고경영자(CEO)는 기업 경영에 유능한 동시에 미래지향적 사고를 지닌 인물이 필요하다”며 “좋은 정보기술(IT) 전문가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 매각 협상 과정에서 정 사장이 배제됐다는 일각의 주장엔 “정 사장은 대우조선의 임시 관리자였을 뿐”이라며 “정 사장을 매각 협상에 참여시켜야 할 이유가 없고 도움도 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고 일축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