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신한울 3, 4호기는 정부가 건설 중단을 선언했으나 법적으로 취소가 확정되지 않은 어정쩡한 상태에 있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이 최소 2년 더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원전 관련 기업의 어려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법 규정만 놓고 보면 신한울 3, 4호기 허가 취소는 2021년 2월까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2년내 법적 취소 불가"…신한울 3·4호기 '희망고문' 길어지나
산업부에 따르면 허가가 난 발전사업을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전기사업법 제12조에 명시돼 있다. 대부분 사업자가 법을 위반하거나 결격 사유가 있을 때다. 신한울 3, 4호기는 이런 사유가 없어 유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이 ‘공사계획인가 기간 내 공사에 착공하지 못하는 경우’다. 신한울 3, 4호기의 계획인가 기간은 2021년 2월까지여서 그 안에 정부가 허가를 취소할 수 없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자체적으로 사업 종료를 확정 짓는 방법이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수원의 법적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신한울 3, 4호기의 취소 사유는 정부 정책인데 이를 증명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정부의 탈원전 선언이나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신한울 3, 4호기를 제외한 점은 ‘정황 증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한수원이 신한울 3, 4호기 취소를 밀어붙이면 배임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기 폐쇄한 월성 1호기의 경우 ‘이사회에서 취소 의결을 하라’는 취지의 정부 공문이 있었는데도 이를 이행한 한수원 경영진이 배임죄로 고발당했다. 정부 공문 역시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게 주요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신한울 3, 4호기 취소 공문 송부 등 추가 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 보전 문제도 걸림돌이다. 신한울 3, 4호기는 두산중공업이 주요 설비를 7~13% 정도 제작한 상태다. 취소하면 한수원이 두산중공업 측에 비용을 물어줘야 한다. 한수원은 신한울 3, 4호기를 취소하려면 매몰 비용을 정부가 보전한다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 개정을 바라긴 어렵다. ‘정부가 발전사업을 취소할 때 비용을 보전해준다’는 내용을 담은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야당의 반대 등으로 논의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신한울 3, 4호기는 현 정부 들어 백지화한 신규 원전 6기 중 2기다. 다른 원전 4기는 사업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여서 한수원이 이사회에서 취소를 확정지었다. 원전업계는 신한울 3, 4호기의 취소가 확정되지 않았고 신한울 3, 4호기가 없으면 연내 일감이 끊겨 줄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건설 재개를 주장하고 있다.

원전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 관계자는 “차라리 원전 사업을 포기할까 고민했는데 신한울 3, 4호기 문제가 확실히 정리되지 않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어느 방향이든 빨리 결정을 해줘야 하는데 너무 무책임하다”고 하소연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신한울 3, 4호기를 다시 지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건설 재개로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3일 시작된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국민 서명은 약 두 달 만에 40만 명을 돌파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