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강원 원주시 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에서 개최된 '제14회 강원의료기기전시회'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6월 강원 원주시 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에서 개최된 '제14회 강원의료기기전시회' [사진=연합뉴스]
국내 의료기기 시장이 지난해 기준 6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코스닥 의료기기 업종 지수가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피부미용·치과·진단 업체들(매출액 500억원 이상 기준)의 실적악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7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17년부터 의료기기 업체들의 매출성장률 둔화와 수익성 악화가 진행된 것으로 분석됐다. 매출액 절대규모는 2015년 분기평균 5000억원에서 2018년 7000억원대까지 확대됐지만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으며 영업이익은 동기간 분기평균 900억원에서 2017년 1400억원까지 늘었다가 2018년에는 1300억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률은 의료기기 업종 전체로 봤을 때 2018년 16%로 내려앉으며 수익성도 악화됐다. 피부미용은 영업이익률이 2015년 연평균 30%대에서 2018년 20%대로 하락하며 수익성 부진이 두드러졌고, 진단·치과업종 역시 2015년 이후 영업이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시가 총액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의료기기 업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피부미용의 경우 2018년 시가총액이 6조7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1% 감소했으며 치과(임플란트 포함)는 2조3000조원으로 전년대비 16% 줄었다. 진단·치과업종은 1조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41%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정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피부미용과 진단·치과업종은 내수시장에서의 경쟁심화가 수익성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의료기기 시장은 고령화, 신흥국의 경제성장 기술혁신 등을 고려했을 때 매년 연평균 10%씩 성장하고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전망했다.

업계도 실적 회복을 위해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노레이'는 메디컬과 덴탈 장비 부문에서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하고 해외 시장 확대에 나섰으며 임플란트 업체 '디오'는 제품 경쟁력 강화에 돌입했다. 의료용 엑스레이 디텍터를 생산했던 '레이언스'는 산업, 보안용 제품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렌즈를 만드는 '인터로조' 역시 신제품 출시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으며 해외 ODM(제조자 개발 생산)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의료기기 시장은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다"며 "보건당국 승인은 기본이고 병원 네트워크 확보도 중요한데, 최근엔 해외 시장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의료기기 업계뿐만 아니라 전자, 식품 등 산업계 전반적으로 이 시장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해외 판로 확대가 해답이 될 수 있다"며 "의료기기는 상대적으로 고가이기 때문에 신흥 개발국에서는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해야 하고 선진국 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