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노조에 경영 간섭 길 터주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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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은 이사회 참관제…은행은 앞다퉈 노동이사 추천
모델국가 독일도 '공동결정제' 후퇴하는데
속수무책 '귀족 노조'에 왜 이사회 열어줘야 하나"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모델국가 독일도 '공동결정제' 후퇴하는데
속수무책 '귀족 노조'에 왜 이사회 열어줘야 하나"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한국수자원공사가 이사회를 노동조합에 열어줬다. 소위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노동이사제’가 법 개정이 여의치 않아 노동계 입장을 반영해 절충했다고 한다. 노조가 의사 결정에는 참여할 수 없지만 안건과 자료는 모두 열람하고 발언도 한다.
은행 노조들은 한술 더 뜬다. 국회의 법 통과와 무관하게 노동이사를 추천하겠다고 서로 아우성이다.
정부는 노조가 이사회에 참여하면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제도라면 왜 국회가 선뜻 받아주지 않겠는가.
하긴 미국에도 이런 움직임이 있다. 지난달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주인공이다. 강성 좌파다. 그는 지난해 ‘책임있는 자본주의 법’이라는 법안을 냈다. 연간 매출 10억달러(약 12조원)가 넘는 기업은 이사회의 40%를 노동이사로 채워야 한다는 안이다. 자본주의 맹주라는 미국이다. 그런 미국의 대선 주자가 내세운 공약이다. 좌파 매체인 복스는 그의 제안이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다”고 했지만 우파 내셔널리뷰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유재산 침해’라고 썼다. 미국에서도 좌우 대결의 핵심 의제가 돼가는 느낌이다.
미국이고, 한국이고 모델은 어차피 독일이다. 독일은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의 이중 구조인데 종업원 2000명이 넘는 기업은 감독이사회의 절반을, 500명 넘는 기업은 3분의 1을 노동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공동결정제도’다. 노조가 회사의 모든 수를 읽고 개입한다. 지금 방식으로 운영된 지 40년이다. 우리 정부 주장대로 경영이 투명해지고 이해관계자 모두에 도움이 됐을까.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독일경영연구소(DIW)라는 곳에서 독일 기업인의 인식을 조사했다. 기업인의 37.8%가 부정적, 34.2%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유럽노동조합연구소(ETUI)가 독일의 노동이사제에 관한 논문을 조사한 결과 긍정적인 결론이 10건이었지만, 부정적 결론도 7건이나 됐다.
합리적이라는 독일 근로자들이다. 그런데도 그들의 경영 참여가 긍정적이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의사 결정이 신속할 리 없다. 효율이 떨어진다. 생각해보라. 인수합병, 신규 사업 등의 의사 결정이 늦어진다면 그 회사가 어떻겠는지, 임금이나 복지 수준을 변경하거나 파업 대책을 논의할 때 이사회가 제대로 굴러가겠는지 말이다.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문제다. 이사회 결정의 오류 가능성이 높다. 노동이사들의 타락이나 경영이사와의 결탁도 줄곧 문제로 지적돼왔다.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역사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현행 공동결정제의 근간인 1951년 ‘몬탄공동결정법’은 나치 치하에서 무기를 공급한 군수기업의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연합국의 요구였다. 1870년 경영-감독 이중구조 이사회를 의무화하고,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1891년 공동결정제를 처음 도입한 것도 사회주의 혁명의 압력을 제거하기 위한 안전판이었다. 무턱대고 노조에 ‘경영 간섭권’을 주겠다는 우리와는 배경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많은 독일 기업이 지금도 기회만 있으면 공동결정제를 축소시키려 한다. 알리안츠 BASF 등은 유럽연합(EU)위원회가 제시한 기업지배구조 모델인 ‘유럽형 주식회사(Societas Europaes)’로 전환하면서 근로자 경영 참여 범위를 축소했다. 아예 근로자를 배제한 회사도 적지 않다.
사유재산 침해 우려도 크다. 독일은 법인의 90% 이상이 유한회사고 주식회사는 1%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은 90%가 주식회사다. 금융이나 자본조달 시스템, 회사 구조가 전혀 다른데 독일 방식이 적용된다면 주주 이익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수 있다. 오죽하면 국회조차 2016년 발의된 상법개정안에 대해 ‘노동이사제는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를 냈겠는가. 이사회의 정치적 중립성에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 국회다. 국회조차 공감하지 않는 제도라는 얘기다. 그걸 왜 무리하게 강요하는지.
나라 경제 경쟁력은 세계 15위인데 노사관계는 124위다. ‘귀족 노조’가 국가 경쟁력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그런 노조에 경영 간섭의 길까지 터주겠다는 게 과연 옳은 정책인가.
은행 노조들은 한술 더 뜬다. 국회의 법 통과와 무관하게 노동이사를 추천하겠다고 서로 아우성이다.
정부는 노조가 이사회에 참여하면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제도라면 왜 국회가 선뜻 받아주지 않겠는가.
하긴 미국에도 이런 움직임이 있다. 지난달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주인공이다. 강성 좌파다. 그는 지난해 ‘책임있는 자본주의 법’이라는 법안을 냈다. 연간 매출 10억달러(약 12조원)가 넘는 기업은 이사회의 40%를 노동이사로 채워야 한다는 안이다. 자본주의 맹주라는 미국이다. 그런 미국의 대선 주자가 내세운 공약이다. 좌파 매체인 복스는 그의 제안이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다”고 했지만 우파 내셔널리뷰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유재산 침해’라고 썼다. 미국에서도 좌우 대결의 핵심 의제가 돼가는 느낌이다.
미국이고, 한국이고 모델은 어차피 독일이다. 독일은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의 이중 구조인데 종업원 2000명이 넘는 기업은 감독이사회의 절반을, 500명 넘는 기업은 3분의 1을 노동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공동결정제도’다. 노조가 회사의 모든 수를 읽고 개입한다. 지금 방식으로 운영된 지 40년이다. 우리 정부 주장대로 경영이 투명해지고 이해관계자 모두에 도움이 됐을까.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독일경영연구소(DIW)라는 곳에서 독일 기업인의 인식을 조사했다. 기업인의 37.8%가 부정적, 34.2%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유럽노동조합연구소(ETUI)가 독일의 노동이사제에 관한 논문을 조사한 결과 긍정적인 결론이 10건이었지만, 부정적 결론도 7건이나 됐다.
합리적이라는 독일 근로자들이다. 그런데도 그들의 경영 참여가 긍정적이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의사 결정이 신속할 리 없다. 효율이 떨어진다. 생각해보라. 인수합병, 신규 사업 등의 의사 결정이 늦어진다면 그 회사가 어떻겠는지, 임금이나 복지 수준을 변경하거나 파업 대책을 논의할 때 이사회가 제대로 굴러가겠는지 말이다.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문제다. 이사회 결정의 오류 가능성이 높다. 노동이사들의 타락이나 경영이사와의 결탁도 줄곧 문제로 지적돼왔다.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역사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현행 공동결정제의 근간인 1951년 ‘몬탄공동결정법’은 나치 치하에서 무기를 공급한 군수기업의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연합국의 요구였다. 1870년 경영-감독 이중구조 이사회를 의무화하고,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1891년 공동결정제를 처음 도입한 것도 사회주의 혁명의 압력을 제거하기 위한 안전판이었다. 무턱대고 노조에 ‘경영 간섭권’을 주겠다는 우리와는 배경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많은 독일 기업이 지금도 기회만 있으면 공동결정제를 축소시키려 한다. 알리안츠 BASF 등은 유럽연합(EU)위원회가 제시한 기업지배구조 모델인 ‘유럽형 주식회사(Societas Europaes)’로 전환하면서 근로자 경영 참여 범위를 축소했다. 아예 근로자를 배제한 회사도 적지 않다.
사유재산 침해 우려도 크다. 독일은 법인의 90% 이상이 유한회사고 주식회사는 1%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은 90%가 주식회사다. 금융이나 자본조달 시스템, 회사 구조가 전혀 다른데 독일 방식이 적용된다면 주주 이익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수 있다. 오죽하면 국회조차 2016년 발의된 상법개정안에 대해 ‘노동이사제는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를 냈겠는가. 이사회의 정치적 중립성에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 국회다. 국회조차 공감하지 않는 제도라는 얘기다. 그걸 왜 무리하게 강요하는지.
나라 경제 경쟁력은 세계 15위인데 노사관계는 124위다. ‘귀족 노조’가 국가 경쟁력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그런 노조에 경영 간섭의 길까지 터주겠다는 게 과연 옳은 정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