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전·월세 신고제, 이젠 도입해야
‘주택 전·월세 신고제’ 도입이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박근혜 정부 때 도입하려다 유보된 지 6년 만이다. 한국주택학회가 최근 세미나를 통해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찬반 논란에 불을 붙였다. 양측 주장은 과거와 달라지지 않은 판박이다. 국토교통부는 장관이 취임 초부터 도입을 예고했던 탓에 도입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시행 시기와 발표 시점을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주택 전·월세 신고제는 14년 전 ‘주택 실거래가 신고제’ 적용 당시에도 제기됐다. 주택시장에서 이뤄지는 모든 거래(매매·임대)의 내용과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하면 부동산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 정확한 통계 자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매 실거래가 신고제는 2006년 도입됐고, 전·월세 신고제는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2·26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통해 야심차게 추진했다. 하지만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에 밀려 ‘임대소득 과세 3년 유예’를 내놓고 한발 물러섰다.

주택임대시장 '깜깜이 통계'

비과세 혜택이 작년까지였고, 올해부터는 2000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에 소득세가 부과될 상황이어서 다시 도입 논란이 불거졌다. 전·월세 신고제가 도입되면 집주인은 임대료·임대기간 및 임대인 인적사항까지 신고해야 한다. 이 때문에 주택임대사업계는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까지 과세하면 집주인들이 임대사업을 줄이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임대주택 공급 감소’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세 부담을 전가해 ‘월세 상승’을 유발할 것이란 지적이 있다. 임대사업자들의 건강보험료가 올라 소규모 사업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도 우려한다.

문제는 ‘제도 도입의 본질적 필요성 여부’보다 실행에 따른 부작용에만 찬반 논란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민간주택임대 관련 정보는 불확실하고 부실하다. 한국감정원의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RHMS)을 통해 부분적으로 집계되고 있을 뿐이다. 전체 거래 물량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작년 8월 기준 국내 임대주택 673만 가구 가운데 확정일자 신청이나 세입자 월세 세액공제 등 간접적 방법으로 임대 실거래가격이 파악된 물량은 전체 거래 물량의 22.8%(153만 가구)에 그쳤다. 나머지 520만 가구(77.2%)는 집계 자체가 안 되고 있다.

부작용은 운영하며 해소해야

이런 상태에서는 정부가 주택임대정책을 제대로 펼칠 수 없다. 전·월세 신고제를 통해 생성될 민간 임대주택 현황과 수요·공급 동향, 주거취약층 임차거주 실태 등 정책 수립에 필요한 여러 통계와 정보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사기계약 등 임대차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검증해 대응할 시스템도 없다.

전·월세 신고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은 그것대로 풀어가면 된다. 임대소득에 세금을 부과해 임대주택 공급이 감소하고, 전·월세 가격이 오를 것이란 주장을 두고 학계에서는 지나친 비약이라고 지적한다. 임대수익 과세 후유증은 과세특례 등의 대안을 통해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제도 실행이 임대주택사업자와 세입자 가운데 어느 일방에 불리하거나 유리할 사안도 아니다. 오히려 주택 임대시장의 신뢰 회복과 거래 투명성 향상으로 양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공공임대주택 정책 수립에도 필수적 정보다. 정부는 이제 일부에서 제기하는 부작용 등의 대안을 마련하고 본격 도입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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