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내달 29일로 예정된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브렉시트 연기는 절대 안 된다”는 태도를 고수해온 메이 총리가 한 발짝 물러선 것이다. 아무런 대책 없이 EU와 결별하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파운드화 가치가 급등했다.

메이 "브렉시트 늦출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26일(현지시간) 하원 연설에서 “만약 기존 합의안에 대한 2차 투표가 부결되면 노딜 브렉시트를 허용하거나 브렉시트를 연기하는 방안에 대한 투표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연기 가능성을 의회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할 경우 친(親)EU 성향 보수당 하원의원들이 집단 탈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FT는 설명했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를 연기하더라도 그것은 “단 한 번 제한된 짧은 시간 동안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말까지 3개월간 브렉시트를 뒤로 미루는 방안이 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환율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곧바로 5개월 만에 최고 수준(파운드당 1.325달러대)으로 뛰어올랐다. 유로화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2년 만에 최고 수준(파운드당 1.164유로)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브렉시트 연기를 택하더라도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영국 재계 관계자들은 “브렉시트를 오는 6월까지 연기하기로 하는 것은 절벽에서 두 번에 나눠 떨어지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