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정보기술(IT) 대기업의 독점적 지위 남용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6일(현지시간) 이들 기업의 반(反)경쟁적 행위 실태를 조사할 전담반(TF)을 꾸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전담반은 FTC 직원들과 내부 법률가 17명으로 구성된다.
구글·아마존 겨눈 美 정부…'시장 독식'에 칼 뽑았다
구글, 페이스북 등 IT 기업의 과거 인수합병(M&A)이 시장 경쟁과 소비자 권익을 해쳤는지가 집중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사진 공유) 와츠앱(메신저)을,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더블클릭, 애드몹 등 디지털 광고 업체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워왔다. 합병 기업의 분사를 요구하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IT 기업에 적용하는 반독점법 해석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권익 침해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독점적 지위로 경쟁을 해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쪽으로 가고 있어서다. 그간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등은 자신들의 덩치가 크긴 하지만 서비스 이용료나 제품 판매 가격을 떨어뜨려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논리로 반독점 규제를 피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거대함의 저주》를 출간한 팀 우 미국 컬럼비아대 법대 교수는 “FTC가 가격이 올랐는지 내렸는지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IT 시장에서 경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를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계를 중심으로 조성된 반IT 기업 정서(techlash)가 심화된 영향이란 분석도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한 인터뷰에서 “미국의 거대 기술기업의 반독점 제재 여부를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은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반독점법 아래 어떻게 실리콘밸리 거대 기업이 존재할 수 있는지 많은 사람이 의아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규제 강화가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로버트 애킨슨 정보기술혁신재단 이사장은 “IT 기업들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대기업이면 모두 용의자로 보는 소위 반독점 좌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FTC는 대중의 분노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으로 규제 강화 움직임이 커지면서 미국 5대 IT 기업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가 작년 한 해 동안 정치권 로비에 쓴 자금은 모두 6400만달러(약 716억원)에 달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일본도 플랫폼을 보유한 IT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게 막기 위한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유럽은 지난해 5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에 따라 사생활 보호와 반독점 규제를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아마존 일본법인이 운영하는 포인트 제도에 대한 실태 조사에 나섰다. 아마존이 지난해 5월부터 시행 중인 쇼핑 포인트 제도를 운영하는 비용을 외부 판매자에게 떠넘겼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추가영 기자/도쿄=김동욱 특파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