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금융기술)가 새로운 흐름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정부는 금융을 다른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27일 ‘글로벌 스탠다드로 본 대한민국의 기업정책’ 주제 포럼에서 “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카드 수수료 감축 조치는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취지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금융정책과 한국 금융정책의 방향 진단’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서다.

그는 “서민금융 지원, 금융소비자 보호, 개인부채 탕감, 금리 인하, 모험자본 조성을 통한 중소기업 육성 등 다른 정책을 보더라도 금융을 다른 산업을 키우기 위해 활용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이 금융산업의 새 화두로 떠오르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암울한 현실”이라며 “정부는 금융산업을 도구화할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키우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국내 금융산업이 고급 서비스산업으로 진화해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근 핀테크가 새로운 대세가 되면서 금융업의 영역은 갈수록 세분화되고 있다. 핀테크 기업들은 기존 대형 금융사가 제공하던 서비스를 쪼개서 저비용·고효율 사업으로 재정비해 내놓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 교수는 특히 금융회사의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했다. 국내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경쟁이 치열한 시장)이 됐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일본이 무역수지 적자 속에서도 경상수지를 흑자로 유지하는 건 일본 금융사들의 해외 투자자산에서 나오는 배당 등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사들도 해외에서 다양한 투자자산을 확보해 한국을 소득국가에서 자산국가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조언이다.

금융산업 노동 개혁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윤 교수는 “저성장기임에도 임직원의 근속연수·학력·나이 등을 기준으로 임금을 차별화하는 전통적 임금체계인 연공급 제도를 유지하면 상당한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며 “새로운 보상 체계 등을 도입해 금융회사의 생존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