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출시 성적표가 처음 공개됐다. 류머티즘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휴미라는 연간 20조원어치가 팔리는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이다.

지난해 10월 물질 특허가 만료된 이후 바이오시밀러 4종이 한꺼번에 출시됐다. 암젠의 암제비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임랄디(사진), 산도즈의 하이리모즈, 후지필름교와기린바이오로직스와 마일란의 훌리오다.

27일 의약품 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임랄디는 유럽연합(EU)에서 52%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했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된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두 달 반 동안 처방 실적이다. 임랄디는 2위 암제비타(28.1%)를 두 배 차이로 따돌렸다. 하이리모즈(15.0%)와 훌리오(4.9%)는 3, 4위였다.

업계는 임랄디의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가장 먼저 제품을 출시한 퍼스트무버 제품이 시장을 선점해왔다. 그러나 바이오시밀러가 많아지면서 특허 만료 직후 동시에 여러 제품이 쏟아져 차별화가 어려워졌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암젠, 산도즈 등 글로벌 회사를 제치고 초반부터 선두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로 마케팅과 제품 혁신을 꼽고 있다.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인 베네팔리와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플릭사비를 유럽에서 판매하면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마케팅 노하우를 축적했다는 설명이다.

제품의 투약 편의성을 개선하고 유통기한을 늘린 것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임랄디는 펜처럼 생긴 기기를 이용해 자가주사하는 제품이다. ‘오토인젝터’ 기능을 추가해 뚜껑을 분리한 뒤 바로 약물을 자동으로 투입한다. 반면 오리지널 제품은 기기 분리와 결합 등의 조작이 필요해 투약과 마무리까지 4단계를 거쳐야 한다. 유통기한도 임랄디는 36개월로 24개월인 오리지널보다 1년 길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유럽에서만 10만 명이 넘는 환자에게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처방한 경험을 바탕으로 출시 전부터 체계적인 전략을 세워 제품을 공급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임랄디는 다국적 제약사 바이오젠이 유럽 18개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바이오젠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따르면 임랄디는 출시 후 70여 일 만에 1670만달러(약 18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리지널 개발사인 애브비가 노르웨이 등 일부 국가에서 휴미라 가격을 80%까지 인하하는 등 견제에 나서고 있어서다.

지난해 4분기 휴미라의 미국 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8% 줄었지만 글로벌 매출은 193억달러(약 21조원)로 전년 대비 7.4% 상승했다. 의약품 시장조사업체 이밸류에이트파마는 2024년까지 휴미라가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의약품 특성상 가격이 낮아도 안전성과 효능을 이유로 환자들이 바이오시밀러로 쉽게 갈아타지 않는다는 점이 한계다. 오리지널을 포함한 유럽 휴미라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의 점유율은 아직 3%에 불과하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