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이틀 일정으로 시작된 제2차 미·북 정상회담에 세계의 눈과 귀가 쏠려 있다. 이번 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나오느냐에 따라 북한 핵 위협이 온전히 제거되고 북한 경제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세계 경제에 또 하나의 ‘시장’이 새롭게 등장할지가 결판날 것이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아직까지 두 정상이 어떤 합의를 내놓을지 등이 온통 베일에 싸여 있다. 미국과 북한의 실무협상 대표단이 하노이에서 지난 21일부터 4박5일간 정상회담 선언문에 담길 내용을 놓고 담판을 벌였지만,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해 시각차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어제 “(정상회담 기간) 이틀 동안 논의할 것이 많다”고 한 것을 보면 협상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많은 것이 미확정·불확실 상태에서 두 정상의 ‘담판’에 회담 성과를 맡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의례적 성격이 강한 정상회담 특성에 비춰볼 때 실무회담에서 오간 것 이상의 획기적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길게 말할 것도 없이 미·북 회담의 최종 목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이고,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이 정상국가로 일어설 수 있도록 대북제재 해제와 지원조치를 내놓는 것이다. 북한이 개발·생산·은닉하고 있는 핵 시설과 무기, 미사일 등을 완전히 공개 및 폐기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이를 위해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적어도 비핵화 일정표를 내놔야 한다. 핵과 미사일 실험을 통해 한반도를 전쟁 위기 속으로 몰아넣었던 당사자가 북한이므로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들려오는 얘기로는 조짐이 좋지 않다. 북한은 영변 원자로, 풍계리 핵실험장 등 이미 수명이 다한 일부 핵 시설만 폐기하되 그마저도 제재 해제와 맞바꾸겠다는 주장에서 물러서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도 한때 밀어붙였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등 완전한 북핵 제거 아젠다에서 후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변 핵시설 부분 폐기를 종전(또는 평화)선언 및 연락사무소 상호 개설과 교환하는 ‘스몰 딜’ 가능성을 흘리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다. 북한 전역에 있는 비밀 고농축 핵 시설은 그대로 둔 채 이 정도 수준에서 합의한다면 북한에 핵보유국의 길을 열어주는 꼴이 될 수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엊그제 “국내에서 정치적 궁지에 몰려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인 치적’을 위해 북한에 선물 보따리를 풀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언론이 대놓고 그런 우려를 내놓을 만큼 이번 회담이 또 한 번의 ‘리얼리티 쇼’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전망은 전망일 뿐이다. 결과는 두고봐야 한다. 항간에서 제기되는 비관론을 불식시키고,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와 이를 바탕으로 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번영을 위한 실질적인 토대가 이번 회담에서 마련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