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보유한 방대한 전력 사용 정보로 민간 기업이 신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 제2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회를 열어 5건의 ‘규제 샌드박스’ 안건을 심의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업이 규제 때문에 시도하기 어려운 신기술·신사업을 하고 싶다고 요청하면 심의를 거쳐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심의 결과 5건 모두 실증테스트 또는 시장 출시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날 규제가 풀린 ‘전력데이터 공유센터 구축 사업’은 한전의 전력 데이터를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민간 기업이 필요한 정보를 전력데이터 공유센터에 신청하면 한전이 개인정보에 비식별 조치 등을 한 뒤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이를 사업에 활용하기 어려웠다.

산업부는 전력데이터 공유센터가 새로운 에너지 관련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해 2년간 실증 테스트를 허용하기로 했다. 상가의 전력 사용량 정보를 통한 상권 분석 서비스, 에너지 절감 컨설팅 등의 사업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전의 비식별조치에 대한 철저한 검증 등을 허가 조건으로 달았다.

일반 수동 휠체어와 전동보조키트를 결합한 제품도 실증 테스트를 할 수 있게 됐다. 휠체어 전문기업 알에스케어서비스가 개발한 제품이다. 오르막길 등을 다니기 힘든 수동 휠체어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전동 휠체어보다 30%가량 싸다는 게 장점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2년의 실증특례 기간에 이 제품에 해당하는 품목 분류를 신설하면 정식 허가까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생균) 원료 화장품, 에너지 서비스 거래를 중개하는 에너지 시장, 중앙집중식 산소발생 시스템 등도 신사업을 허용했다. 이 사업들은 현재 법 규정을 적극 해석하는 것만으로 시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17일 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된 이후 이날까지 허용된 신사업은 총 12건이다. 김대자 산업부 산업기술정책과장은 “추가로 규제 샌드박스 신청이 들어온 40여 건도 신속히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