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만찬서 속 깊은 대화…북미 실무자 밤새 합의문안 조율 가능성
[하노이 담판] 평양정상회담과 닮은꼴…첫날 회담서 합의내용 가닥잡을 듯
특별취재단 =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7일 첫날 만남을 계기로 클라이맥스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양 정상이 첫 만남을 통해 꼬인 매듭은 풀고, 풀기 어려운 매듭은 끊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30분 메트로 폴 호텔에서 30분간 환담 및 일대일 회담에 이어 1시간 30분 정도의 '3+3 친교 만찬'을 가진다.

특히 친교 만찬에는 미국 측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북한 측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용호 외무상이 참석한다.

1박 2일 일정의 회담에서 두 정상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양국 협상의 핵심 인사들이 처음 대좌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 자리에서 '하노이 선언'의 합의 내용이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정상회담 일주일 전인 지난 21일부터 하노이에 먼저 입성해 치열한 협상을 벌이긴 했지만, 다양한 의제에 대한 합의를 마무리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더군다나 북미 정상의 담판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이 상대에게 상응한 조치를 내놓으면 추가적 조치를 할 수 있다며 압박을 주고받는 상황이어서 이런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또 북미 양측 모두 최고지도자의 강한 캐릭터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정상 간 만남이 매우 중요하다.

회담 당일에도 북미 양측의 힘겨루기는 여전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글에서 "베트남은 지구상에서 흔치 않게 번영하고 있다.

북한도 비핵화한다면 매우 빨리 똑같이 될 것"이라며 북한의 결단을 압박했다.

반면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조선 측은 미국의 결단에 상응한 선의의 추가적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번 회담의 성과 달성 여부는 미국 측이 조선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신뢰조성조치, 핵전쟁 위협의 종결을 대화 상대방에게 확신케 하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얼마나 과감하게 취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그동안 김혁철 대표와 비건 대표가 며칠간 자신들의 요구를 내놓으면서 협상했지만, 합의문 마련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두 정상이 첫날 회동에서 솔직한 대화를 나누며 최종 결단을 내릴 것 같다"고 예상했다.

두 정상의 진솔하고 격식 없는 대화를 통해 서로의 뜻이 합쳐지는 사안에 대해 그동안 김혁철·비건 실무협상에서 논의 내용을 토대로 최종 합의문을 완성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노이 담판] 평양정상회담과 닮은꼴…첫날 회담서 합의내용 가닥잡을 듯
영변 핵시설의 폐기 등을 명시한 남북 정상의 9월 평양공동선언도 두 정상의 첫날 만남에서 기본적으로 합의를 이룬 뒤 밤새 남북 간 합의문안 논의과정을 거쳐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작년 9월 정상회담의 첫날 김 위원장의 노동당 집무실에서 남측의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북측의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배석한 '3+3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 사이에 9월 평양공동선언에 들어갈 내용에 대해 진지한 협의가 있었고 이에 기초한 선언의 문안도 기본적으로 합의했다.

이후 양측 실무자들이 밤샘협상을 통해 선언문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다음날 남북 정상은 백화원 영빈관에서 70분간 회담을 했지만, 합의문은 사실상 전날 완성돼 회담에서는 이행 의지를 다지는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9월 평양공동성명은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검증과 상응 조치를 전제로 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폐기·검증, 영변 핵시설의 폐기·검증을 명시해 비핵화를 위한 김정은 위원장의 파격적 결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도 이런 방식이 재현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28일 단독 회담과 형식적 성격의 확대 회담 그리고 '하노이 선언' 서명식과 기자회견이 예정된 만큼 사실상 이날 밤 안에 합의문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친교 만찬 이후 북미 양국 실무진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해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무진 교수는 "북미 정상의 회담과 만찬에서 이견을 해소하고 합의내용에 대한 의견을 모아갈 것"이라며 "하노이 선언이 될 합의문안은 실무자 사이의 밤샘조율을 통해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