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얼굴에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에 이어 260일 만의 만남이었다.

두 정상이 27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호텔 내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약속 시간인 오후 6시30분(현지시간)보다 조금 빠른 오후 6시28분께였다. 김정은이 먼저 반가운 인사를 건넸지만 표정은 굳어 있었다.

두 정상은 9초간 악수했으나 경직된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김정은도 트럼프 대통령의 팔을 살짝 치며 스킨십을 시도했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어로 인사말을 건네며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한 1차 회담 때와는 달리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대신 두 사람은 이번 회담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김정은은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질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2차 회담이 더 성공하기 바란다”고 화답했다. 발언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답변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풀어진 것은 20분간 이어진 단독면담을 끝내고 호텔 1층 베란다룸에서 진행된 친교만찬에서였다. 두 정상은 원탁 테이블 바로 옆에 앉으며 친근함을 과시했다. 1차 회담 당시 오찬에선 두 정상이 마주 앉았으나 이번엔 원탁 테이블에 나란히 했다. 취재진을 상대로 농담을 건네며 여유 있는 모습도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사진기자를 가리켜 “우리를 멋지게 보이게 해준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정은은 호탕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만찬 메뉴는 간소했다. 전채요리로 칵테일 새우가 올려졌고, 메인 요리는 소고기 등심이 배속김치와 함께 제공됐다. 후식으로는 초콜릿 라바 케이크와 수정과가 마련됐다. 정식 오찬에 앞서 상견례 차원이었던 만큼 간단한 메뉴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장에는 지난해 싱가포르 1차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성조기와 인공기가 6개씩 엇갈려 배치됐다. 양 정상의 ‘좌우’ 위치는 1차 회담 때와 반대였다.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왼쪽, 김정은이 오른쪽이었다. 두 정상이 대등한 관계로 보이도록 배려한 흔적이 보였다. 김정은은 1차 회담 때와 같은 인민복 차림이었지만 뿔테 안경은 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복 차림이었다.

하노이 방문 이틀째인 김정은은 이날 만찬 전까지 별다른 외부 행보 없이 실무진과 회담 준비에 총력을 기울였다. 회담 전날 시내 야간 투어를 한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호텔에만 머물렀다.

하노이=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