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8일 저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강한 의지로 북한의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한 트럼프 대통령의 해결책을 전면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재팬 패싱(일본 소외)’ 우려를 줄곧 제기했던 일본 언론은 내심 회담 결렬을 반기는 분위기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거론했다는 설명도 들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심의회 일정이 끝난 직후인 오후 3시께부터 미·북 회담의 진행 상황을 살폈다. 회담이 합의를 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자 아키바 다케오 외무성 사무차관을 관저로 불러 30여 분간 보고받고 향후 대응책 등을 의논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와 긴밀히 연락하며 회담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기존의 대북 압박정책을 일단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언론은 미·북 정상회담 결렬 소식을 일제히 긴급 뉴스로 보도했다. NHK는 회담 분위기가 악화된 이날 오후 3시께부터 실시간으로 회담장인 하노이 메트로폴호텔 주변 상황을 생중계하며 긴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량이 예상보다 1시간 이상 일찍 회담장을 빠져나가는 모습 등을 생방송했다. 요미우리, 아사히, 마이니치 등 주요 일간지들도 ‘비핵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제목으로 호외를 발행했다.

NHK는 “일본 정부는 그동안 ‘배드딜(나쁜 합의)’보다는 ‘노딜(무합의)’이 낫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전했다. 자칫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우선시해 일본이 사정권인 중거리탄도미사일 문제가 방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덜었다는 분석이다.

일본 내 북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했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어중간하게 타협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