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ㅣ '항거:유관순 이야기' 고아성은 왜 울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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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 유관순 역 고아성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커다란 눈엔 종종 눈물이 고였다. 특히 함께 감옥에서 고생했던 이들이 석방된 후 홀로 남은 유관순을 연기할 때를 떠올릴 땐 "참 외로우셨을 것 같다"면서 눈물을 멈추질 못했다.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의 캐스팅이 공개됐을 때부터 '황금 싱크로율'이라는 찬사를 들었던 배우 고아성은 그렇게 유관순에 푹 빠져 있었다.
고아성은 4살 때 광고모델로 데뷔했다. 이후 2006년 봉준호 감독의 '괴물'로 스크린에 도전장을 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담담하게 차근차근 배우로서 이력을 쌓아왔다. KBS 2TV '공부의신', SBS '풍문으로 들었소' 등 성장과 함께 자신의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을 해냈고, 영화 '설국열차', '우아한 거짓말', '오피스' 등으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여왔다. 역할의 크고 작음과 상관 없이 의미있는 작품에 참여해왔던 고아성은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유관순 열사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라 더 좋았다"면서 출연 이유를 밝혔다.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유관순이 1919년 3.1만세 운동 주모자로 체포돼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후 1년 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또한 유관순과 함께 3평도 안되는 감옥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챙기면서 각기 다른 이유로 조국의 독립을 바랐던 24명의 사연도 소개한다.
"처음 작품을 받았을 땐 너무 부담도 컸고, 고민도 많았어요. 그런데 제 지인이 '이건 유관순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8호실 여성들의 독립운동 이야기네'라는 말을 해주더라고요. 그걸 부각시키고, 함께한다면 될 거 같다고요. 그 말에 용기를 얻었어요." 지난해 8월 제안을 받고, 10월부터 한 달여간 촬영이 진행됐다. 촬영을 마친 후 4개월 만에 홍보 프로모션에 돌입했다. 영화 촬영부터 개봉까지 평균적으로 1년 여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이례적인 작품이다. 빡빡하게 들어가는 일정에도 고아성은 유관순 역에 완벽하게 몰입했다는 평을 받는다. 연기 뿐 아니라 구타와 고문으로 퉁퉁 부은 얼굴에도 생생하게 빛나는 눈빛으로 유명했던 유관순과 외모까지 빼닮았다는 반응이다.
"싱크로율이 높다는 얘기를 듣고 저 역시 용기를 얻었어요. 정말 감사했어요. 처음엔 너무 많이 알려진 분이라 어떻게 연기를 해야할 지 명확하지 않았어요. 그때 형무소에서 찍은 사진을 봤어요. 어떤 목소리였을지, 8호실 안에서는 어떤 표정이었을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영화에서도 첫 장면이었던 사진을 찍는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극중 유관순은 8호실 사람들과 함께할 땐 17살 소녀답게 장난도 많이 치고 쾌활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기방에서, 다방에서, 시장 모퉁이에서 생업에 종사하면서 나라잃은 울분을 직접 겪었던 사람들이 외치는 독립에 "난 정말 잘 몰랐다"면서 눈물 흘리고, 무너지는 모습도 보인다. 완벽한 영웅이 아닌 인간적인 유관순 열사의 모습은 '항거:유관순 이야기'의 의미 중 하나다.
"열사님의 생애와 관련해 8호실에 함께하셨던 분들의 증언을 봤어요. '장난이 짖궂을 정도로 많았던 사람'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상상하지도 못했던 부분이었어요. 그래서 연기를 할 때에도 장난도 치고, 눈물도 보이고, 약해지기도 하고, 고민도 공유할 수 있었어요."
유관순 열사는 투옥 중에도 3.1 만세운동 1주기를 챙겼다. 이후 모진 고문과 구타가 쏟아졌다. 석방을 몇 일 앞두고 옥사한 유관순 열사의 자궁은 파열돼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반복된 폭행의 흔적이었다. 고아성은 그런 유관순을 스크린에서 보여주기 위해 촬영이 진행되는 내내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막판에는 5일 동안 물도 먹지 않고 금식하며 서서히 생기를 잃어갔던 유관순 열사를 표현했다.
"처음과 마지막에 극명한 차이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촬영 전에 평소 몸무게보다 조금 늘려서 갔고, 촬영을 하면서 점점 뺐죠. 단식을 한 번에 하면 안된다고 해서 서서히 줄였어요. 5일을 했지만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조절했어요."
금식도, 고문 장면도 힘들지 않았다던 고아성이 어려움을 토로했던 장면은 옥중에서 만세를 부르는 부분이었다.
"유관순 열사가 카운트다운을 했던 것처럼, 저도 그 장면을 찍기 전부터 '4일 전', '1일 전', '아, 오늘이네' 이러면 긴장을 했어요.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는데, 대사가 길기도 했지만 유관순 열사가 형무소 안에서 입으로 내뱉지도 못하고 홀로 오롯이 머리속에서 되내이며 기억했을 텐데, 그 마음들과 감정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마지막에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는데 카메라를 등지고 있어도 24명의 배우들이 저를 응원하며 바라봐주시더라고요. 그때 진심이 느껴지면서 '왜 나 혼자 외롭게 이걸 다 짊어지고 가려 했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몸도, 감정도 모두 힘든 역할이었다. 특히 국민 모두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그 어려운 과정을 모두 견뎌낸 덕분인지 고아성은 "앞으로 촬영을 할 땐 또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상 어려운 것만 한다고 하시는데, 이제는 이런 것들을 즐기게 된 것 같다"며 "어렵지만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즐겁고 신난다"고 전했다.
"20대 초반까진 모든 고민을 혼자 안고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달라졌어요. 많이 공유하고, 조언도 구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또 다시 느끼게 됐죠. 반성도 많이 했고요. 유관순이라는 인물과 그 주변의 사람들을 정말 잘 몰랐구나. 피상적인 부분만 알았구나 싶었어요. 이 영화를 통해 많은 관객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유관순 뿐 아니라 우리가 몰랐던 8호실에 존재한 여성 독립가들을 기억하는 영화였으면 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고아성은 4살 때 광고모델로 데뷔했다. 이후 2006년 봉준호 감독의 '괴물'로 스크린에 도전장을 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담담하게 차근차근 배우로서 이력을 쌓아왔다. KBS 2TV '공부의신', SBS '풍문으로 들었소' 등 성장과 함께 자신의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을 해냈고, 영화 '설국열차', '우아한 거짓말', '오피스' 등으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여왔다. 역할의 크고 작음과 상관 없이 의미있는 작품에 참여해왔던 고아성은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유관순 열사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라 더 좋았다"면서 출연 이유를 밝혔다.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유관순이 1919년 3.1만세 운동 주모자로 체포돼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후 1년 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또한 유관순과 함께 3평도 안되는 감옥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챙기면서 각기 다른 이유로 조국의 독립을 바랐던 24명의 사연도 소개한다.
"처음 작품을 받았을 땐 너무 부담도 컸고, 고민도 많았어요. 그런데 제 지인이 '이건 유관순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8호실 여성들의 독립운동 이야기네'라는 말을 해주더라고요. 그걸 부각시키고, 함께한다면 될 거 같다고요. 그 말에 용기를 얻었어요." 지난해 8월 제안을 받고, 10월부터 한 달여간 촬영이 진행됐다. 촬영을 마친 후 4개월 만에 홍보 프로모션에 돌입했다. 영화 촬영부터 개봉까지 평균적으로 1년 여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이례적인 작품이다. 빡빡하게 들어가는 일정에도 고아성은 유관순 역에 완벽하게 몰입했다는 평을 받는다. 연기 뿐 아니라 구타와 고문으로 퉁퉁 부은 얼굴에도 생생하게 빛나는 눈빛으로 유명했던 유관순과 외모까지 빼닮았다는 반응이다.
"싱크로율이 높다는 얘기를 듣고 저 역시 용기를 얻었어요. 정말 감사했어요. 처음엔 너무 많이 알려진 분이라 어떻게 연기를 해야할 지 명확하지 않았어요. 그때 형무소에서 찍은 사진을 봤어요. 어떤 목소리였을지, 8호실 안에서는 어떤 표정이었을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영화에서도 첫 장면이었던 사진을 찍는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극중 유관순은 8호실 사람들과 함께할 땐 17살 소녀답게 장난도 많이 치고 쾌활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기방에서, 다방에서, 시장 모퉁이에서 생업에 종사하면서 나라잃은 울분을 직접 겪었던 사람들이 외치는 독립에 "난 정말 잘 몰랐다"면서 눈물 흘리고, 무너지는 모습도 보인다. 완벽한 영웅이 아닌 인간적인 유관순 열사의 모습은 '항거:유관순 이야기'의 의미 중 하나다.
"열사님의 생애와 관련해 8호실에 함께하셨던 분들의 증언을 봤어요. '장난이 짖궂을 정도로 많았던 사람'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상상하지도 못했던 부분이었어요. 그래서 연기를 할 때에도 장난도 치고, 눈물도 보이고, 약해지기도 하고, 고민도 공유할 수 있었어요."
유관순 열사는 투옥 중에도 3.1 만세운동 1주기를 챙겼다. 이후 모진 고문과 구타가 쏟아졌다. 석방을 몇 일 앞두고 옥사한 유관순 열사의 자궁은 파열돼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반복된 폭행의 흔적이었다. 고아성은 그런 유관순을 스크린에서 보여주기 위해 촬영이 진행되는 내내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막판에는 5일 동안 물도 먹지 않고 금식하며 서서히 생기를 잃어갔던 유관순 열사를 표현했다.
"처음과 마지막에 극명한 차이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촬영 전에 평소 몸무게보다 조금 늘려서 갔고, 촬영을 하면서 점점 뺐죠. 단식을 한 번에 하면 안된다고 해서 서서히 줄였어요. 5일을 했지만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조절했어요."
금식도, 고문 장면도 힘들지 않았다던 고아성이 어려움을 토로했던 장면은 옥중에서 만세를 부르는 부분이었다.
"유관순 열사가 카운트다운을 했던 것처럼, 저도 그 장면을 찍기 전부터 '4일 전', '1일 전', '아, 오늘이네' 이러면 긴장을 했어요.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는데, 대사가 길기도 했지만 유관순 열사가 형무소 안에서 입으로 내뱉지도 못하고 홀로 오롯이 머리속에서 되내이며 기억했을 텐데, 그 마음들과 감정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마지막에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는데 카메라를 등지고 있어도 24명의 배우들이 저를 응원하며 바라봐주시더라고요. 그때 진심이 느껴지면서 '왜 나 혼자 외롭게 이걸 다 짊어지고 가려 했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몸도, 감정도 모두 힘든 역할이었다. 특히 국민 모두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그 어려운 과정을 모두 견뎌낸 덕분인지 고아성은 "앞으로 촬영을 할 땐 또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상 어려운 것만 한다고 하시는데, 이제는 이런 것들을 즐기게 된 것 같다"며 "어렵지만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즐겁고 신난다"고 전했다.
"20대 초반까진 모든 고민을 혼자 안고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달라졌어요. 많이 공유하고, 조언도 구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또 다시 느끼게 됐죠. 반성도 많이 했고요. 유관순이라는 인물과 그 주변의 사람들을 정말 잘 몰랐구나. 피상적인 부분만 알았구나 싶었어요. 이 영화를 통해 많은 관객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유관순 뿐 아니라 우리가 몰랐던 8호실에 존재한 여성 독립가들을 기억하는 영화였으면 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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