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지도자’로 불리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7, 28일 하노이 2차 핵담판에서 김정은은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많은 ‘워딩’을 제공하고 있다. 김정은의 발언을 통해 이날 저녁에 나올 ‘하노이 선언’의 내용을 예상해봤다.

김정은은 2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1차 단독회담에서 “그동안 사방에서 불신과 오해의 목소리가 많았다. 적대적인 갈등을 부각하며 우리가 가는 길을 막으려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 회담 이후 다시 만나기까지 약 8개월이 걸린 것에 대한 소회였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김정은이 대북제재의 부당함을 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김정은과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 이후 자신들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을 ‘진짜’ 비핵화 행동이라고 주장해왔다.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시험장에 대한 ‘셀프 폐쇄’를 단행했으니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 다시 말해 대북제재의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김정은이 언급한 ‘사방의 적’은 제재완화를 반대하는 이들을 일컫는 것이고, ‘오해의 목소리’는 자신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불신을 일컫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정은은 28일 2차 단독회담과 확대회담 모두 발언에서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우리한테 시간이 귀중한데 편안한 시간 중심으로 얘기를 좀 했으면 한다”고 했다. “우리는 1분이라도 귀중하니까”라는 말도 했다.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 다시 말해 제재완화라는 ‘대가’를 받아내는데 협상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나름의 낙관론을 피력하기도 했다. 전날 “이번엔 모든 사람이 반기는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지길 것으로 확신한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도 김정은은 “예단하진 않겠다. 나의 직감으로 보면 좋은 일이 생길 걸로 믿는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밀고당기는 협상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개성공단 재개와 유엔안보리 제재 일부 해제 등을 얻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금강산 관광 우회에 대해선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이번에 기자의 돌발 질문에 답변하는 등 정상국가 수반으로서의 이미지 연출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평양연락사무소 개설 준비가 됐느냐는’ 질문에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 미국이 제공한 당근 중 하나로 연락사무소 개설 추진에 합의했음을 보여준다.

김정은이 어느 정도의 비핵화 조치를 미국에 약속했는 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만찬 등을 언급하며 “많은 아이디어를 나눴다”면서 “북한이 더 이상 핵실험을 하지 않는 것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풍계리, 동창리에 대한 국제검증과 영변핵시설 동결에 대한 약속 정도로 비핵화 조치를 갈음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