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쇄신 위해 뽑은 감찰팀장인데…"징계는 없어 결격 사유 아냐"

공정거래위원회가 퇴직자 재취업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 이후 직원 청렴성 강화를 위해 사상 처음으로 경찰 출신 외부 인사를 수혈했다.

하지만 이 인사는 과거 경찰서장 시절 부하 직원에게 막말한 혐의로 인사 조처된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 감찰팀장에 경찰 출신 임명…'부하에 막말' 전력 논란
공정거래위원회는 감사담당관실 내부 감찰팀장(일반임기제 4급)으로 이명훈 전 부천 소사경찰서 서장(총경급)을 임명했다고 28일 밝혔다.

공정위에 경찰 출신 외부 인사가 들어온 것은 처음이다.

이 신임 감찰팀장은 1986년 경찰대(2기)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 울산지방경찰청 수사과장, 2009년 경북 영덕경찰서장, 2012년 서울 서부경찰서장, 2016년 부천 소사경찰서장 등을 맡았다.

문제는 이 감찰팀장이 과거 '부하 막말' 구설에 올라 인사 조처를 당한 전력이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 팀장은 2014년 9월 서울 서부경찰서장 시절 부하 직원들에게 부적절한 언사를 한 사실이 밝혀져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로 전보 조처됐다.

그는 당시 구내식당 관리 책임자에게 식당 위생상태 등을 지적하며 "음식에 독을 탄 것이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은 사실관계를 확인해 그를 징계하지는 않고 인사 조처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이 팀장은 당시 "부하 직원을 과도하게 질책한 것은 인정하지만 '독을 탔느냐' 등의 말을 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고 한다.

감찰팀장 자리는 퇴직자 재취업 알선 검찰 수사로 홍역을 치렀던 공정위가 조직 쇄신을 위해 작년 9월 새로 만든 자리다.

퇴직자와 현직자의 사건 관련 사적 접촉을 철저히 감시하고,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현직자를 중징계하는 등 직원 청렴성 강화 업무를 하게 된다.

공정위 청렴성 강화를 위한 상징성이 있는 자리기 때문에 일종의 '갑질' 전력이 있는 이를 임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사건은 당시 언론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져 포털사이트에 검색만 했다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공정위의 채용 절차가 허술했다는 비판도 있다.

공정위 측은 '블라인드' 형식으로 감찰팀장을 뽑아서 해당 사건을 미리 알지 못했으며, 징계가 아니기 때문에 자격 조건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여러 명이 지원한 블라인드 채용에서 뽑혔기 때문에 징계가 아닌 해당 사건을 알지 못했다"며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감찰팀장 직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