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친구’가 비만이라면 당신의 몸무게가 2~4년간 늘어날 가능성은 45% 높아진다. ‘친구의 친구’가 뚱뚱해질 경우 당신의 체중이 늘어날 확률은 20%가량 올라간다. ‘친구의 친구의 친구’로 가면 그 확률은 10% 수준으로 낮아지지만 영향은 여전히 지속된다. 당신이 그를 모른다 해도 숫자는 바뀌지 않는다.

사회학자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는 부부 중 한 사람이 아프면 배우자도 병을 얻는 경우를 접하면서 인간과 사회로 관계의 범위를 넓혀 연구했다. 그 결과 비만뿐 아니라 흡연, 행복에 이르는 다양한 요소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전파되고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볼 수 있었다. 《친구의 친구》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아는가가 아니라 누구를 아는가다’라는 말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다. 책을 쓴 데이비드 버커스는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있는 오럴로버츠대 경영학과 교수로 2015년 유럽 경영잡지 싱커스가 선정한 경영사상가 50명 중 한 명이다.

저자가 소개한 크리스타키스의 연구는 비만, 흡연 같은 물리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적용된다. 행복한 사람이 주변에 있을 때 자신이 행복해질 확률은 15%가량 높았다. ‘친구의 친구의 친구’로 행복이 전염될 가능성은 6% 올라갔다.

[책마을] 건너건너 아는 인맥이 당신의 커리어를 바꾼다
책은 단순히 ‘누구와의 연결성’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사람 간 네트워크가 어떻게 작동을 하는지와 함께 그 연결의 질을 높일 방법을 찾아간다. 저자가 지적하듯 기존의 ‘인맥’이란 단어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찾아보긴 힘들다.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이어진 온정주의와 연고주의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는 더 그렇다. 부정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드러나는 모습은 다르다. 모임에 참석해서는 명함을 나눠주고 주요 인물과 대화할 기회를 찾느라 바쁘다. 취직한 뒤엔 얼굴도 모르는 동문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연락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많은 사람을 아는 게 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이미 연결돼 있는 인맥의 큰 그림을 그려보고 그것을 질적으로 향상시킬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마디로 “당신 친구의 친구를 보라”는 것이다. ‘연락처 목록’의 길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자체가 더 커다란 전체를 이루는 일부분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게 우선이다. 새로 네트워크를 만들거나 키워가려 하지 않아도 이미 네트워크는 형성돼 있다. 저자는 “70억 인류 집합의 전체는 한마디로 얽히고설키며 촘촘히 연결된 하나의 인적 네트워크”라며 “우리가 새로이 만나는 사람 하나하나가 그 네트워크에서 길을 찾아가게 해준다”고 강조한다.

책은 낯선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방법이나 온라인 인맥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아니라 네트워크의 구성과 작동 원리를 파고든다. 저자는 “당신의 친구들과 그들의 친구들이 누구인지 알면 당신의 인적 네트워크가 더 높은 확률로 당신을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며 “재고 자산 등 물리적인 것들이 가치를 갖는 것처럼 인간관계 자본도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한다.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해질수록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은 더 쉬워진다. 그 이유는 “당신이 사람을 소개한 경험이 많아져서가 아니라 소개받은 사람들이 당신을 찾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거대한 인맥을 가진 사람들은 그 위상을 왜 더 잘 유지하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인맥은 어떻게 더 잘 형성돼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약한 유대관계의 힘을 활용하라’ ‘인맥의 부익부 현상을 활용하라’ ‘네트워킹 이벤트 대신 활동을 공유하라’ 등 흥미로운 목차의 각 장들은 모두 다양한 기업과 개인의 사례로 시작한다. 이론이 아니라 경영 현장, 주변의 실제 상황이어서 더 생생하게 와닿는다. ‘페이팔 마피아’(전자상거래 프로그램인 페이팔 출신 벤처기업가들)가 형성한 네트워크의 힘,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의 ‘브리지 게임’을 통해 본 다면적 관계도 눈길을 끈다. 책을 덮어도 궁지에 몰렸다 재기에 성공한 사업가 제이슨 게이나드의 말이 여운을 남긴다. “살면서 바닥까지 추락했을 때 오로지 남는 두 가지는 자신이 한 말과 쌓아온 인맥뿐입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