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획일적 시각 강요하는 현실에 반기를 들다
날씬한 몸매와 건강을 위해 트레드밀에 올라 땀을 흘린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장수할 수 있고 다부진 몸매도 갖게 될 거란 생각에 힘든 시간을 이겨낸다. 반대로 ‘귀차니즘’이 작동해 운동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은 ‘약한 사람’ ‘불성실한 사람’으로 이미지가 굳어진다. TV를 켜도 마찬가지다. 예능에 출연한 패널들이 이런 반응을 보인다.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의 모습엔 감탄하지만, 운동을 잘 하지 않는 사람에겐 비웃음을 보낸다.

《모든 것에 반대한다》의 저자 마크 그리프는 이렇게 지적한다. “현대 운동에서 정말 필수적인 장비는 숫자뿐이다. 우리가 드는 덤벨과 바벨의 무게를 재듯, 달린 거리와 운동한 시간 등을 계산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에 대해 “근육질의 날씬한 몸매를 건강하다는 말로 포장해 판매하는 오늘날,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떠밀려 지방을 태우는 기계에 몸을 맡기게 된 것은 아닐까”라고 분석한다.

이 책은 운동부터 음악, 리얼리티쇼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 현상에 대해 다수의 의견과 다른 반론들을 조목조목 제기한다. 저자는 하버드대에서 역사학과 문학을 전공했으며 미국에서 문화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영상매체는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많아진다. 저자는 “엄청난 영상 홍수 속에서 휩쓸리지 않고 유의미한 콘텐츠를 걸러낼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리얼리티쇼를 볼 때 유의해야 한다. 최고의 스타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 외모 콤플렉스 극복을 위한 성형 프로그램, 저예산 데이트 프로그램 등이 끊임없이 나온다. 몇몇 비평가는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이 관음증을 해소한다며 긍정적인 역할을 강조한다.

하지만 저자는 리얼리티쇼의 핵심은 ‘비난’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놀랍게도 이 프로그램들은 모두 현대인의 보편적인 갈등을 전시한다”며 “시청자들은 자신이 겪은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며 욕하는 재미로 볼 뿐이다”고 말한다. (마크 그리프 지음, 기영인 옮김, 은행나무, 420쪽, 1만70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