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무릎 사이에 끼운 채 다운스윙을 해보면 스윙 순서가 잘 지켜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왼발을 디디면서 무릎을 열면 공이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올바른 다운스윙의 시작이다. 이때 클럽 헤드가 등 뒤로 떨어지는 ‘샬로잉(shallowing)’과 하체가 땅 쪽으로 살짝 주저앉는 ‘스쿼트’ 동작도 동시에 이뤄진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공을 무릎 사이에 끼운 채 다운스윙을 해보면 스윙 순서가 잘 지켜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왼발을 디디면서 무릎을 열면 공이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올바른 다운스윙의 시작이다. 이때 클럽 헤드가 등 뒤로 떨어지는 ‘샬로잉(shallowing)’과 하체가 땅 쪽으로 살짝 주저앉는 ‘스쿼트’ 동작도 동시에 이뤄진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겨울이 왔나 싶었는데, 벌써 봄이네요. ‘이렇게 빨리 올 줄 알았으면 연습 좀 진작 해뒀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큰가요. 아니면 마냥 그린으로 달려 나갈 생각에 가슴부터 부푸는, 설렘이 더 큰가요.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3월 꽃봄’입니다.

다운스윙의 핵 ‘시퀀스’

이제 진짜 스윙을 할 차례입니다. 다운스윙인데요. 백스윙이 에너지를 축적하는 준비 과정이라면 다운스윙은 쌓은 에너지를 폭발하는 분출 단계입니다. 백스윙은 사람마다 다 다르고 과정(대개 백스윙 톱)에서 조금씩 부분 수정을 하기 쉽지만, 다운스윙은 한 번 시작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불가역 동작이죠. 그래서 정말 중요한 핵심 원칙이 있답니다. 바로 순서(sequence)입니다. 보통은 공 던지기나 야구 배트를 휘두를 때 본능적으로 몸이 쓰이는 순서랑 다를 게 없습니다. 하지만 골프채만 잡으면 잘 안 된다고 토로하는 분이 많습니다. 평소엔 다루지 않는 낭창거리는 클럽 때문이죠.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동작의 순서만 잘 지켜도 프로와 다를 바 없이 비거리, 방향성이 다 좋아지는 게 바로 골프입니다. 각각의 근육과 관절이 평화롭게 제 순서를 지켜 일을 하는 거죠. 마치 줄다리기에서 호흡을 맞춘 작은 무리가 중구난방 힘을 쓴 큰 무리를 이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힘을 쓸 구간과 힘을 쓰지 않을 구간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고 당연히 힘도 훨씬 덜 듭니다(물론 단 한 번의 연습으로 되는 동작은 아니지만 순서를 알고 스윙할 때의 차이는 확실합니다). 관절과 근육이 방해하지 않고 서로 도움을 주기 때문이죠.

그래서 구분 동작으로 순서를 맞춰 스윙을 해보는 게 좋습니다. 다운스윙의 시작은 맨 아래(발)에서부터 맨 위(손)로 순차적으로 올라가면서 움직여야 가장 효율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즉 왼발 디디기→무릎 열기→엉덩이 회전이죠(워낙 빠른 찰나의 동작이라 꼭 천천히 동작을 느끼며 만드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것만큼은 거의 절대원칙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듯합니다. 발이 잘 디뎌지지 않으면 무릎이라도 잘 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하체 리드가 확실해지거든요.

프로들은 100% 하체 리드로 스윙하지만 아마추어들은 거의 90%(조금 과장하자면)가 손이나 팔 등 상체 리드로 스윙을 하죠. 별거 아닌 차이 같지만 결과는 엄청나게 다릅니다. 저의 스승이던 데이비드 리드베터는 처음 그에게 레슨을 받으러 온 각국 프로들에게 테스트 스윙을 시키곤 했습니다. 스승에게 잘 보이고픈 마음이었는지, 그냥 긴장한 탓이었는지 어이없는 실수가 많이 터져나왔죠. 그때마다 그가 “시퀀스가 조금만 달라져도 아마추어 스윙이 된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상체가 먼저 다운스윙을 시작했을 때의 잘못된 결과들 (1)왼쪽 어깨가 먼저 회전을 시작하면 클럽이 뒤늦게 따라와 열린다. (2)오른쪽 어깨가 먼저 튀어나왔을 때. 깎아치거나 덮어서 당겨친다.
상체가 먼저 다운스윙을 시작했을 때의 잘못된 결과들 (1)왼쪽 어깨가 먼저 회전을 시작하면 클럽이 뒤늦게 따라와 열린다. (2)오른쪽 어깨가 먼저 튀어나왔을 때. 깎아치거나 덮어서 당겨친다.
올라간 그대로만 내려오라

두 번째 원칙이 ‘올라간 대로 내려오라’는 겁니다. 그립을 잡은 손을 세 뼘이나 네 뼘 정도만이라도 클럽헤드가 올라간 모양과 길 그대로 다시 따라 내려온다고 생각하고 다운스윙을 해보세요. 손목 각도도 그대로 유지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손과 팔로 먼저 치려는 심리 때문에 캐스팅 동작이 나오게 됩니다. 일단 여기(순서와 손 모양)까지만 제대로 하면 스윙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임팩트까지 일사천리로 ‘휙!~’ 진행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팁. 봄을 맞아 새롭게 레슨을 받으려는 분들에게 필요한 얘기입니다. 가능하면 자신과 닮은꼴 프로를 찾는 게 좋습니다. 키와 체형이 비슷한 분으로 말이죠. 보통 키 크고 길쭉하며 호리호리한 체형은 클럽을 이용해 리듬을 타는 스윙어(swinger)가 되기 쉽지만 다부지고 근력 있는 골퍼는 공을 때리는 히터(hitter) 성향이 더 크기 때문에 간결한 스윙이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레슨을 하면서 알게 된 경험칙입니다. 가급적이면 얼굴이나 경력, 자격 같은 스펙보다는 말의 빠르기나 걸음걸이 속도, 사고방식 같은 궁합을 한 번 체크해 보면 더 좋다는 얘깁니다. 그래야 골퍼의 고민과 스윙 문제를 프로가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기가 쉽답니다.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었을 테니 해법도 더 쉽게 찾겠죠. 레슨에도 궁합이 정말 중요하답니다.

김영 < 골프 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