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 성적표 30년來 '최악'…기금고갈 더 앞당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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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수익률 마이너스 0.92%…글로벌 금융위기때보다 저조
주식에 집중된 포트폴리오 '발목'
작년 한해 5조9000억원 까먹어
주식에 집중된 포트폴리오 '발목'
작년 한해 5조9000억원 까먹어
국민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1988년 기금 설립 30년 만에 최악의 운용 성적표를 내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수익률이 더 저조했다. 국내외 주식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포트폴리오가 발목을 잡았다. 국민연금을 관장하는 보건복지부가 투자수익률의 90% 이상을 결정짓는 자산배분은 외면한 채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 등 잿밥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금운용 수익률이 목표보다 평균 1%포인트 떨어지면 기금 고갈 시점이 8년 앞당겨 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4차 재정 추계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당초 예상(2060년)보다 3년 빠른 2057년에 고갈될 것으로 추산됐다.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마이너스
국민연금공단은 28일 지난해 연간 기금운용 수익률이 -0.92%로 나왔다고 발표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10년 만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2008년 당시 수익률은 -0.18%였다. 지난해 운용 손실 규모는 5조9000억원에 달했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17조1000억원 늘어나 63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이날 세종시 복지부 청사에서 설명회를 열고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의 통화긴축, 신흥국의 신용위험 고조 등으로 연초부터 글로벌 금융시장 약세가 지속됐다”며 “전체 자산의 약 35% 상당을 국내외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기금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1988년 기금 설치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누적 수익률은 5.24%로, 그 사이 294조1000억원을 운용을 통해 벌어들였다”며 “중장기 성과는 양호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주식에 과도한 쏠림 문제
지난해 국민연금 수익률을 가장 많이 깎아 먹은 건 국내 주식으로 -16.77%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벤치마크(배당금 포함 코스피지수)에 비해서도 1.27%포인트 낮았다. 해외주식 수익률도 벤치마크(MCSI세계시장지수) 대비 -0.24%포인트 낮은 -6.19%에 그쳤다. 그나마 대체투자 부문이 11.80%의 수익률을 올렸다. 하지만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11.8%에 불과해 전체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국내 채권과 해외 채권에서는 각각 4.85%, 4.21%의 수익률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널뛰기를 거듭하는 건 투자 자산이 충분히 다변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해외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주식의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17%나 돼 수익률이 국내 증시에 과도하게 좌우된다는 평가다. 캐나다연기금(CPPIB)의 경우 자산 내 주식 비중은 국민연금(35%)과 비슷한 32%에 달하지만 지난해 8.4%의 수익률을 올렸다. 캐나다 국내 주식 비중이 전체의 1.4%에 불과할 만큼 투자자산이 글로벌 시장에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것도 CPPIB가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이유다. 안 본부장은 “CPPIB의 경우 금융 시장이 안 좋을 때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대체투자 비중이 40%가 넘는다”고 했다. “이에 비해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11.80%로 지난해 말 목표 비중(12.5%)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산배분 인력 고작 6명
복지부는 상황이 이런데도 수익률을 좌우하는 자산배분보다 스튜어드십코드를 통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중기 자산배분을 담당하는 투자전략팀 인원은 6명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스튜어드십코드 시행을 담당하는 책임투자팀은 지난해 수탁자책임실로 격상돼 9명의 인력을 두고 있다. 복지부는 수탁자책임실 인원을 올해 안에 30여 명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준행 서울여대 교수는 “기금 수익성의 90% 이상을 자산배분이 좌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의 중기 자산배분은 2006년 위험자산 비중을 늘린 이후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중기 자산배분은 성과에 대한 평가 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아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일이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중기 자산배분은 복지부가 기금운용본부 투자전략팀과 국민연금 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결정하며, 투자전략위원회를 거쳐 기금운용위원회가 승인한다.
안 본부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스튜어드십코드가 수익률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국내 주식시장의 시가 배당률은 1.5% 내외에 불과한 데 비해 대만은 3~4%”라며 “배당수익률을 끌어올리면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높아질 여지가 많다”고 답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기금운용 수익률이 목표보다 평균 1%포인트 떨어지면 기금 고갈 시점이 8년 앞당겨 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4차 재정 추계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당초 예상(2060년)보다 3년 빠른 2057년에 고갈될 것으로 추산됐다.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마이너스
국민연금공단은 28일 지난해 연간 기금운용 수익률이 -0.92%로 나왔다고 발표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10년 만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2008년 당시 수익률은 -0.18%였다. 지난해 운용 손실 규모는 5조9000억원에 달했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17조1000억원 늘어나 63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이날 세종시 복지부 청사에서 설명회를 열고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의 통화긴축, 신흥국의 신용위험 고조 등으로 연초부터 글로벌 금융시장 약세가 지속됐다”며 “전체 자산의 약 35% 상당을 국내외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기금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1988년 기금 설치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누적 수익률은 5.24%로, 그 사이 294조1000억원을 운용을 통해 벌어들였다”며 “중장기 성과는 양호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주식에 과도한 쏠림 문제
지난해 국민연금 수익률을 가장 많이 깎아 먹은 건 국내 주식으로 -16.77%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벤치마크(배당금 포함 코스피지수)에 비해서도 1.27%포인트 낮았다. 해외주식 수익률도 벤치마크(MCSI세계시장지수) 대비 -0.24%포인트 낮은 -6.19%에 그쳤다. 그나마 대체투자 부문이 11.80%의 수익률을 올렸다. 하지만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11.8%에 불과해 전체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국내 채권과 해외 채권에서는 각각 4.85%, 4.21%의 수익률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널뛰기를 거듭하는 건 투자 자산이 충분히 다변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해외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주식의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17%나 돼 수익률이 국내 증시에 과도하게 좌우된다는 평가다. 캐나다연기금(CPPIB)의 경우 자산 내 주식 비중은 국민연금(35%)과 비슷한 32%에 달하지만 지난해 8.4%의 수익률을 올렸다. 캐나다 국내 주식 비중이 전체의 1.4%에 불과할 만큼 투자자산이 글로벌 시장에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것도 CPPIB가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이유다. 안 본부장은 “CPPIB의 경우 금융 시장이 안 좋을 때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대체투자 비중이 40%가 넘는다”고 했다. “이에 비해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11.80%로 지난해 말 목표 비중(12.5%)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산배분 인력 고작 6명
복지부는 상황이 이런데도 수익률을 좌우하는 자산배분보다 스튜어드십코드를 통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중기 자산배분을 담당하는 투자전략팀 인원은 6명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스튜어드십코드 시행을 담당하는 책임투자팀은 지난해 수탁자책임실로 격상돼 9명의 인력을 두고 있다. 복지부는 수탁자책임실 인원을 올해 안에 30여 명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준행 서울여대 교수는 “기금 수익성의 90% 이상을 자산배분이 좌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의 중기 자산배분은 2006년 위험자산 비중을 늘린 이후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중기 자산배분은 성과에 대한 평가 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아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일이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중기 자산배분은 복지부가 기금운용본부 투자전략팀과 국민연금 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결정하며, 투자전략위원회를 거쳐 기금운용위원회가 승인한다.
안 본부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스튜어드십코드가 수익률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국내 주식시장의 시가 배당률은 1.5% 내외에 불과한 데 비해 대만은 3~4%”라며 “배당수익률을 끌어올리면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높아질 여지가 많다”고 답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