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 28일 오후 5시15분

3월 열릴 한진칼 주주총회에 행동주의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의 주주제안이 안건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됐다. 법원이 ‘KCGI는 지분을 보유한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아 주주제안 자격이 없다’는 한진그룹 측의 주장을 일축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지분율 3% 이상 주주는 6개월 이상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도 주주제안을 할 수 있게 돼 소액주주들의 주주권 행사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상장사들의 경영권 방어는 그만큼 힘들어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이승련)는 28일 KCGI가 지난 21일 한진칼과 조양호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상장회사의 주주는 6개월 보유 요건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3%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재판은 한진그룹이 KCGI의 주주제안권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지배구조 전문가로 불리는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는 지난해 8월 28일 특수목적법인인 그레이스홀딩스를 설립하고 한진칼과 (주)한진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두 회사 지분을 각각 10.71%, 8.03% 매입한 KCGI는 3월 22일 주총을 앞두고 감사 및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감액 등을 담은 주주제안을 1월 31일 한진 측에 보냈다.

그러나 한진그룹은 “KCGI가 주식 보유기간 요건인 6개월을 채우지 못했다”며 주주제안을 주총에 올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KCGI는 법원의 판단을 묻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냈다.

쟁점은 ‘6개월 전부터 상장회사의 주식 0.5%(자본금 1000억원 이하일 경우 0.1%)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상장회사 특례조항(상법 제542조의 6)이 ‘지분율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주총일 6주 전에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일반 상법조항(제363조의 2)에 우선하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이날 판결문에서 “상장회사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는 주식 보유 비율 3% 미만인 주주라도 6개월 이상 주식을 보유하면 주주제안을 할 수 있도록 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소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판단 배경을 설명했다.

KCGI는 한진칼 감사에 김칠규 회계사를, 사외이사에는 조재호 서울대 교수와 김영민 변호사를 선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3월 17일로 임기가 끝나는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을 대신할 사내이사 선임도 제안했다. 사내이사의 보수 한도를 줄이고 감사의 보수 한도는 늘리는 안도 포함됐다.

한진그룹은 판결에 불복해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