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융통화위원 7명의 만장일치다. 투자, 물가, 수출 등 경기 여건이 녹록지 않고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경제가 돌파구를 찾으려면 제조업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은 금통위는 28일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로 유지했다. 지난해 11월 0.25%포인트 올린 뒤 3개월째 동결이다. 한은의 금리 동결은 시장에서 예상됐던 일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3~18일 채권 전문가 2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전원이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한은, 기준금리 만장일치 동결…이주열 "대내외 불확실성 커졌다"
이 때문에 이번 금통위에 대해 시장에선 기준금리 움직임보다는 한은이 현 경제를 두고 어떤 진단과 전망을 내놓을지가 관전 포인트였다. 한은이 금통위 직후 내놓은 통화정책방향 의결문과 이주열 총재의 기자간담회 답변 곳곳엔 대내외 경제 여건에 대한 우려가 묻어났다.

이 총재는 경제 상황에 대해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흐름”이라고 총평했다. 한국 잠재성장률은 2.8~2.9%고 작년 경제성장률은 2.7%인데 지금도 이런 흐름 안에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세부적인 평가는 어두웠다. 이 총재는 “설비·건설 투자 조정이 이어지고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설비 투자와 건설 투자는 각각 3.7%, 5.2% 감소했고, 올 1월에도 1년 전보다 16.6%, 11.8%씩 줄었다. 경제 버팀목이었던 수출마저 작년 12월(-1.2%)과 지난달(-5.8%) 2개월 연속 감소했다. 고용 역시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 총재는 물가에 대해선 “당분간 상승률이 1%를 밑돌 것”이라고 했다. 한은의 물가 상승률 목표 2%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얘기다. 저물가 기조가 계속되면 그만큼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돼 금리 인상 부담 요인이 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0.8%로 1년 만에 0%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 총재는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털어놨다. 주된 위험 요인으로는 미·중 무역분쟁과 주요국 정책금리 인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을 꼽았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데 대해서도 “금리 인상 방향 자체가 바뀌지 않아 취약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진행될 가능성이 살아있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다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을 의식한 듯 “기준금리 인하까지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때때로 금융시장은 실물 경제보다 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올 하반기엔 수출과 설비투자도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이 총재는 경제 진단·전망에서 나아가 정책 대안까지 제시했다. 규제 완화가 그것이다. 그는 “한국 경제에서 제조업 경쟁력 강화는 절대적 과제”라며 “제조업 경쟁력을 올리려면 신성장산업의 출현을 저해하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비스업 역시 규제 완화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이날 드러난 한은의 시각에 비춰보면 기준금리 동결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