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신임 대표(오른쪽)가 28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을 예방해 이해찬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신임 대표(오른쪽)가 28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을 예방해 이해찬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신임 자유한국당 대표는 공식 일정 첫날인 28일 키워드로 ‘통합’을 내세웠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극우 논쟁과 탄핵 정당성 논란을 당 대표가 나서 적극 수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황 대표는 이날 4선의 중진으로 한선교 의원을 핵심 요직인 사무총장에 임명하며 당내 조직 다잡기에 나섰다.

취임 직후 ‘원조 친박’ 사무총장 임명

황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친박(친박근혜)계, 중립 성향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때문에 복당파·비박(비박근혜)계인 김용태 전 사무총장 등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주류로 자리매김했던 것과 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한선교 의원
한선교 의원
한 의원이 이날 당의 핵심 요직인 사무총장에 전격 내정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사무총장은 당직자 인사와 재정권을 갖는 것은 물론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야당(한나라당) 대표이던 17대 국회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했고, 2007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박 전 대통령을 뒷받침하며 ‘원조 친박’으로 분류된다. 박 전 대통령의 동생 지만씨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한 의원이 경기 용인병 지역구의 수도권 출신이라는 점, 친박 출신이지만 최근 중립을 표방하며 옅은 계파색을 보여왔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비박계에 밀린 친박·중립 성향 의원들이 느낀 소외감을 달래기 위한 조치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새 대표 취임 첫날 곧바로 사무총장 자리부터 내정한 것은 리더십을 신속하게 바로세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무총장에 내정된 한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표로부터 (사무총장직 내정을) 통보받았다”며 “대표가 현역의원이 아니라서 통상 3선을 총장으로 임명하던 관례를 깨고 선수(選數)를 높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 대표는 사무총장 외에 지명직 최고위원 두 자리와 대표 비서실장, 여의도연구원장 등 굵직한 당직 임명권이 있다. 누구를 임명하느냐에 따라 지도부 색깔과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당내에서 황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박완수·추경호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박 의원은 황 대표가 경남 창원지검장일 때 창원시장을 지내면서 현지에서 인연을 맺었다. 추 의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총리이던 황 대표와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하며 한솥밥을 먹었다.

첫날 ‘통합’ 강조한 황교안 대표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통합이 가장 중요하다”며 “우선 당부터 통합되고 나아가 넓은 통합까지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근차근 진행하면서도 확실하게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며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폭정을 막기 위해 필요하면 과감하게 싸워달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고 말했다. 구체적 통합 방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5·18 망언’ 논란에 휩싸인 김진태·김순례 의원의 징계 회부안을 처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순례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입성하면서 황 대표로서는 껄끄러운 상황이 됐다. 황 대표는 5·18 망언 징계 이슈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하며 “(윤리위원회 심사) 절차가 있으니 절차대로 하겠다”며 “한 번 기다려보시라”고만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리위에서 5·18 논란 의원들에게 당원권 정지 이상의 징계를 하기로 결정할 경우 내년 총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해당 의원들은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며 “황 대표가 화합을 중시하겠다고 했지만 대충 덮고 넘어갈 수 없는 이슈라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야 4당이 5·18 논란을 고리로 한국당을 포위 압박하는 상황도 황 대표에게는 넘어야 할 과제다.

대여(對與) 투쟁을 위해 1차적으로 연대해야 하는 대상인 바른미래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을 줄기차게 요구하며 맞서는 정국 상황도 녹록지 않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찾아가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막아내는 과정에서 양당이 협력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선거제 개혁을 원하면서 의원 정수 한 명도 못 늘리겠다는 것은 정치의 불신임이나 마찬가지”라며 “황 대표가 정치 품격을 유지하는 데 앞장서 달라”고 주문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