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정했던 미·북 정상회담 오찬 일정과 공동 성명 행사를 갑자기 취소하자 CNN 등 외신은 “모두의 기대와 다른 결과에 실망이 커지고 있다”고 긴급 보도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러시아 등 세계 언론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CNN은 존 커비 전 국무부 대변인을 인용, “회담이 결렬될 것은 양국 정상이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게 달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커비 전 대변인은 “미국이 많은 양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저 합의하는 시늉을 하는 게 아니라 불만족스러운 협상은 애초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구체적인 협상 성과를 기대한 모두에게 실망적인 결과”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오찬 일정 취소를 발표한 뒤 “협상 과정을 잘 아는 한국과 미국의 고위관리들에 따르면 지난 2주간 미국 국무부가 북한과 사전 협상에 나섰지만 (입장 차로 인해) 진전이 느렸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WP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대화하는 모습을 묘사하기도 했다.

일본도 미·북 정상회담 결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본 언론은 미·북 회담 결렬소식을 긴급뉴스와 호외로 소개했다. NHK는 회담 분위기가 악화된 이날 오후 3시께부터 실시간으로 회담장인 하노이 메트로폴호텔 주변 상황을 생중계하며 긴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요미우리, 아사히, 마이니치 등 주요 일간지도 ‘비핵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제목으로 호외를 발행했다.

타스통신 등 러시아 언론도 회담 결렬 사실을 긴급 타전했다. 알렉세이 페렌코 모스크바대 교수는 “과거 핵을 포기했다가 몰락한 리비아 상황을 김정은은 잘 알고 있다”며 “미국과 북한이 합의점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하노이에 파견된 외신 기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기자 중 상당수는 애초 회담에 기대치가 낮았던 상황에서 확대 정상회담 도중 북한으로부터 비핵화에 대해 만족스러운 답변을 끌어내지 못해 돌발 상황이 생긴 것이 아닌가 해석했다.

김형규/정연일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