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북한과 미국이 계속 대화해야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이미 수십 년이 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단번에 할 수 없는 일이며, 그렇지 않았으면 지금까지 끌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년간 한반도 정세는 중대한 전기를 맞았다. 대화와 협상을 계속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반도 문제의 핵심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이 계속 대화를 유지하고 성의를 보이며, 함께 서로의 관심사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힘쓰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또 “중국은 계속 마땅히 할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며 ‘중국 역할론’을 다시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을 위해 베트남으로 갈 때처럼 전용열차를 이용해 중국을 거쳐 귀국하는지에 대해선 “다른 나라 지도자의 여정을 우리가 대신 발표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날 오전 이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이 베이징에 온 게 김정은의 귀국 여정을 논의하기 위한 것인지를 묻자 “중국 외교부 초대로 이 부상이 오늘 중국을 방문했다”고 확인했다. “방문 기간 양국 관계와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귀국길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지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북 정상의 회담 돌입과 발언 내용 등을 긴급 뉴스로 내보낸 중국 언론들은 오찬과 합의문 서명식이 취소되자 간략하게 사실만 보도하는 데 그쳤다. 섣불리 의미와 배경을 분석하기보다는 일단 함구하며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미·북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을 생중계한 관영 CCTV는 아나운서 멘트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당겨졌다”고만 전했다. 신화통신, 중국경제망 등 다른 관영 언론들도 예정보다 회담이 빨리 끝났다고만 보도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이날 이번 정상회담의 합의 결렬을 예견한 듯 ‘막후 역할론’을 부인하고 나섰다. 이 신문은 ‘중국이 북·미 회담을 지지하는 태도가 안정적인 이유’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핵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지만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일관된 태도로 지지하고 있다”며 “한국과 미국은 중국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말고 중국이 뒤에서 (북한을) 조종하고 있다는 의심을 거두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과 베트남 관계에는 천장(한계)이 있다”며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싱가포르나 한국 같은 미국의 동맹이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면 국내 정치와 미국 제도의 충돌이 심해질 것”이라며 “북·미 관계의 상한선은 베트남과 미국 관계 정도일 것이다. 그 정도 수준에 이르는 데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