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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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1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가진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고 일부 해제”라고 말했다. 북한이 회담에서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원했다고 밝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을 적극 반박한 것이다. 이용호는 북한이 제안한 ‘영변 핵 영구 폐기’에 대해 “미 측은 영변지구 핵시설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용호는 이날 하노이의 북한 대표단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서 심야에 기자회견을 개최해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회견에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도 배석했다.

북한 측의 주장에 따르면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 과정에서 제안한 비핵화 조치는 ‘영변 핵 시설 전문가 입회 하에 영구 폐기 ’와 ‘핵시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장거리 시험 발사 영구 중지’였다. 이용호는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 즉, 민수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영변 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 공동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미국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서 핵시험과 장거리로켓 시험 발사를 영구적으로 중지한다는 확약도 문서 형태로 줄 용의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최선희도 “영변 핵단지 전체, 그 안에 들어있는 모든 플루토늄 시설, 모든 우라늄 시설을 포함한 모든 핵시설을 통째로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할 데 대한 (제안)”이라며 “역사적으로 제안하지 않았던 제안을 이번에 했다”고 거들었다.

영변 핵 폐기에 대한 미 측의 상응조치로는 민생 제재 5건에 대한 해제를 요구했다.이용호는 “유엔 안보리가 2016∼2017년 채택한 5건, 그 중에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우리가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는 데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안전담보 문제이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 보고 부분적 제재 해제를 상응 조치로 제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회담이 결렬된데 대해 미 측의 책임으로 돌렸다. 이용호는 “미국 측은 영변지구 핵시설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며 “현 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인지는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원칙적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미국 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선희도 “우리 측 제안에 대해서 미국측이 이번에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나 같다”고 주장했다.

하노이=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