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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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올초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주주제안 형식으로 대규모 배당을 요구한 데 이어 지난달 27일과 28일에는 이들 회사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신도 공개했다. 이달 22일로 예정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주총회 전에 추가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업이익 두 배 넘는 배당 요구

엘리엇은 지난달 28일 공개한 ‘현대차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현대차 투자 계획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고 평가절하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27일 앞으로 5년간 연구개발(R&D)과 미래 기술 확보 등에 45조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엘리엇은 “해당 투자에 대한 수익률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며 “경영진의 로드맵이 신중하게 계획됐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규모의 투자가 과연 투입 자본 이상의 수익을 가져다 줄지도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엘리엇, 현대차 45兆 투자계획까지 '딴지'
배당 규모를 확대하라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보통주 기준 배당금 4조5000억원(주당 2만1967원)을 지급하는 안건에 동의해 달라고 주주들에게 요구했다. 엘리엇이 요구한 배당 규모는 우선주 배당금(1조3000억원)을 포함하면 5조8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지난해 영업이익(2조4222억원)의 2.4배, 순이익(1조6450억원)의 3.5배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엘리엇이 지난해 현대차그룹 계열사(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지분을 샀다가 주가 하락으로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한 배당을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배당을 이끌어내기 위해 무리한 공격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엘리엇의 주장은 최근 업계 움직임과 동떨어졌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하나같이 R&D와 미래 기술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엘리엇이 요구한 규모의 배당을 했다가는 투자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장과 소통해 엘리엇 공세 대응”

엘리엇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를 놓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엘리엇이 현대차 사외이사 후보로 내건 로버트 랜달 맥웬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이 대표적이다. 발라드파워시스템은 수소연료전지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수소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를 만드는 현대차그룹과 경쟁 관계에 있다. 경쟁사 회장을 사외이사에 앉히라는 의미다.

엘리엇이 현대모비스 사외이사 후보로 올린 로버트 알렌 크루즈 주니어 카르마 최고기술경영자(CTO)도 마찬가지다. 카르마는 현대모비스와 올해부터 부품 거래 규모를 확대하기로 한 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 관계에 있는 기업의 임원이 현대모비스 사외이사로 들어오면 정상적인 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투자자들과 소통을 늘리는 방식으로 엘리엇 공세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이 지난달 27일 직접 투자자들에게 투자 계획을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는 오는 4~8일 미국과 유럽 등에서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기업설명회도 열 계획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