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정상회담이 예상 밖의 결렬로 끝나면서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협상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쪽의 협상 전략은 이번 회담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이 상당수다. 다만 이것이 누구에게 유리한 국면인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미국은 미국대로, 중국은 중국대로 이번 결렬이 자국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협상에서 걸어 나오는 걸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중국과의 거래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자신이 소유한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미·중 협상을 타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원하는 대로 일이 되지 않으면 언제든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야솅 황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최종 협상을 앞두고 어떤 거래도 박차고 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파문을 일으켰을지도 모른다”며 “이는 시 주석에 대한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도 “이것(미·북 회담 결렬)은 중국에 (협상 전략의) 재평가를 요구하는 순간”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 실패 원인을 중국에 돌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과거에도 북한과 문제가 생기면 중국이 배후에 있다고 의심했다며 “이번에도 그렇게 여긴다면 미·중 무역협상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데릭 시저 연구원 분석을 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렬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큰 도움이 됐다”면서도 “아마도 좀 더 많이 도와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비쳤다.

반면 중국 쪽에서는 미·북 협상 결렬로 인해 중국이 북핵이라는 카드까지 쥐고 협상을 할 수 있게 됐다는 해석이 줄을 잇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북 회담 결렬은 중국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북한 모두 교착국면 타개를 위해 중국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왕성 지린대 교수는 “베트남 회담이 결렬됨에 따라 향후 중국의 영향력이 배가될 것”이라며 “중국이 이를 미·중 무역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황징 베이징어언대 교수도 “미·북 회담 결렬은 중국 정부에 희소식”이라며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속도를 내는 상황은 중국 정부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브로맨스가 깊어질수록 지정학적 쟁점은 물론 무역협상에서도 수세에 몰릴 수 있는 만큼 판이 깨진 게 호재라는 얘기다.

미국 마켓워치는 미·북 협상 결렬이 미·중 무역협상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협상 결렬 소식이 전해진 당일 뉴욕증시는 미국 4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양호했음에도 소폭 내림세로 마감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미·중 협상이 “놀라운 역사적 합의를 향해 가고 있다” “중국과 무역협상에서 이 정도까지 진전된 적이 없었다” “합의 이행을 강제할 메커니즘도 만들었다”는 발언을 쏟아내며 시장을 달랬다.

뉴욕=김현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