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프랑스-KLM 그룹 경영권을 놓고 프랑스와 네덜란드 정부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네덜란드 정부가 대주주인 프랑스 정부의 경영 방침에 불만을 품고 기습적으로 지분을 늘리면서 양국 간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 vs 네덜란드 '항공사 경영권' 전쟁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에어프랑스-KLM 그룹 지분율을 14%까지 높였다고 발표했다.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기존 5.9%였던 지분율을 12.7%로 대폭 확대했다고 공개한 데 이어 하루 사이 지분율을 더 높인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그룹 지분율을 최대주주인 프랑스 정부와 비슷한 수준인 14.3%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프랑스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네덜란드는 우리와 아무런 논의도 하지 않았다”며 “저의를 명확히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네덜란드의 결정은 그룹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비합리적 처사”라고 말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2004년 합병을 통해 유럽 최대 항공사인 에어프랑스-KLM 그룹을 탄생시켰다. 당시 프랑스 자본이 더 많이 투입되면서 두 국가 간 지분율 차이는 두 배가 넘었다. KLM의 실적 악화로 합병이 이뤄진 것이었지만 이후 에어프랑스의 방만한 경영으로 두 회사 간 실적은 역전됐다.

KLM이 거꾸로 에어프랑스를 지원하는 형국이 되자 네덜란드 측 불만은 커져갔다. 에어프랑스는 지난해 조종사 노조의 반복되는 파업으로 영업이익이 2억6600만유로(약 3400억원)에 그친 데 비해 KLM은 그 다섯 배에 달하는 10억7000만유로(약 1조3700억원)의 이익을 냈다.

프랑스 정부가 임명한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네덜란드 스히폴공항을 허브로 이용하던 KLM 항공편 대부분을 프랑스 파리 드골공항을 경유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 갈등의 단초를 제공했다. 그룹이 KLM의 네덜란드인 CEO를 해고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도 네덜란드 측 불만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봅케 훅스트라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지난달 27일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 몇 달간 KLM 입지가 계속 훼손됐다”며 “우리가 직접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