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두자릿수 줄었다…3년 만에 최대폭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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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1.1%…석 달째 뒷걸음
반도체·中수출 부진이 결정타
반도체·中수출 부진이 결정타
수출 부진이 깊어지고 있다. 작년 12월 감소세로 돌아선 수출은 지난달엔 감소폭이 두 자릿수로 커졌다. 수출이 두 자릿수 감소한 것은 2년7개월 만이다. 수출을 이끌어온 반도체가 무너진 데다 대(對)중국 수출이 급감한 데 따른 충격이다. 정부는 하반기부터는 나아질 것이라고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부진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2월 수출액은 395억6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1.1% 줄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석 달 연속 마이너스다. 감소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작년 12월 1.7%, 올 1월 5.9% 감소한 수출은 지난달엔 2016년 2월(-13.4%) 후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세부 내용은 더 암울하다. 지난달 주요 수출 품목 13개 중 10개의 수출이 감소했다. 이 중 7개는 감소폭이 두 자릿수였다.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책임지는 반도체가 24.8% 급감하며 전체 수출 부진을 키웠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석 달 연속 감소세다.
지역별로는 중국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수출 상위 5개국 가운데 미국만 빼고 모두 수출이 감소했다. 작년 수출의 26.8%를 차지했던 중국 수출이 특히 부진하다. 대중 수출은 지난해 12월 -14.0%, 올 1월 -19.2%, 2월 -17.4% 등 석 달 연속 10% 이상 줄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반도체 수요가 살아나는 올 하반기부터는 수출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경기 둔화 흐름이 하반기에 바뀔지 불투명해 수출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수출 '반·석' 크게 흔들리고, 13대 주력품목 중 10개 '와르르'
‘수출금액은 줄지만 수출 물량은 탄탄한 증가 흐름이다.’ 올 1월 수출액이 5.9% 줄었을 때 정부가 설명했던 내용이다. 실제 1월 수출 물량은 8.4% 늘었다.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의 단가 하락으로 금액은 줄었지만 물량은 꾸준히 늘고 있으니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설명이 무색하게 지난달엔 수출 물량마저 3.2% 줄었다. 수출 물량 감소는 조업일수 감소 영향이 컸던 지난해 9월(-16.4%)을 제외하면 작년 3월(-9.7%) 이후 약 1년 만이다. 수출 단가 하락과 물량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진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관계자는 “최근 수출 부진이 심상치 않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올 하반기엔 수출이 회복될 것이라는 정부 전망 역시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 효자 품목 줄줄이 악화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1% 줄었다. 31개월 만에 두 자릿수 감소다.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석 달 연속 감소세인데 이 역시 2015년 1월~2016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는 세계 교역 위축과 중국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이 겹쳐 수출이 극심한 부진을 보이던 때다.
품목별로 보면 13대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10개가 마이너스였다. 이 가운데 7개는 10% 이상 줄었다. 1월엔 두 자릿수 감소가 4개에 그쳤다.
특히 대표적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가 24.8%나 줄었다. 이 정도로 반도체 수출이 부진했던 전례를 찾으려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26.2%)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반도체는 지난해 12월부터 석 달째 감소세다. 특히 최근엔 단가는 물론 물량까지 동시에 떨어져 부진의 골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반도체 수출물량지수는 3년1개월 만에 하락했다.
수출 품목 3, 4위인 석유화학과 석유제품도 지난달 14.3%, 14.0%씩 수출이 줄었다. 각각 34개월, 30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이들 품목의 수출 감소는 그간 국제 유가 하락 영향이 컸는데 지난달엔 유가가 올랐음에도 부진이 심해졌다. 글로벌 공급 과잉 탓이다.
이 밖에 선박(-46.5%) 컴퓨터(-33.2%) 무선통신기기(-15.3%) 디스플레이(-11.0%) 등도 줄줄이 감소했다. 자동차 수출(2.7%)이 3개월 연속 증가하며 지난해 부진을 만회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무역수지 흑자 행진도 불안
지난달 무역수지(상품수지)는 31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85개월 연속 흑자다. 1월(12억9000만달러)보다 늘었지만 작년 월평균(59억달러)과 비교하면 많이 줄었다. 수출 부진이 더 길어지면 흑자 행진이 중단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수출의 큰 폭 감소에도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이유는 수입이 더 줄어든 데 있다. 지난달 수입은 전년 동월보다 12.6%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용 장비, 전동기, 발전기 등 자본재 수입(-36.0%)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자본재 수입 감소는 향후 국내 설비투자 감소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과거 경기침체기에 있었던 ‘불황형 흑자’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반기 수출 회복 장담하기 어려워”
정부는 수출 부진이 하반기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하반기 반도체 수요와 가격 회복, 국제 유가 상승 전망 등을 근거로 든다.
하지만 부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최근 수출 부진의 근본적 이유는 세계 경기 둔화에 있는데 올 하반기엔 되레 악화되리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 경제 성장률이 올해 2.7%에서 내년 2.1%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성장률도 같은 기간 6.3%에서 6.0%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품목별로 봐도 반도체 외에 하반기 반등이 예상되는 품목이 딱히 없다”며 “반도체도 인터넷기업 수요 회복과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 증가 등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으면 수출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2월 수출액은 395억6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1.1% 줄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석 달 연속 마이너스다. 감소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작년 12월 1.7%, 올 1월 5.9% 감소한 수출은 지난달엔 2016년 2월(-13.4%) 후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세부 내용은 더 암울하다. 지난달 주요 수출 품목 13개 중 10개의 수출이 감소했다. 이 중 7개는 감소폭이 두 자릿수였다.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책임지는 반도체가 24.8% 급감하며 전체 수출 부진을 키웠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석 달 연속 감소세다.
지역별로는 중국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수출 상위 5개국 가운데 미국만 빼고 모두 수출이 감소했다. 작년 수출의 26.8%를 차지했던 중국 수출이 특히 부진하다. 대중 수출은 지난해 12월 -14.0%, 올 1월 -19.2%, 2월 -17.4% 등 석 달 연속 10% 이상 줄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반도체 수요가 살아나는 올 하반기부터는 수출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경기 둔화 흐름이 하반기에 바뀔지 불투명해 수출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수출 '반·석' 크게 흔들리고, 13대 주력품목 중 10개 '와르르'
‘수출금액은 줄지만 수출 물량은 탄탄한 증가 흐름이다.’ 올 1월 수출액이 5.9% 줄었을 때 정부가 설명했던 내용이다. 실제 1월 수출 물량은 8.4% 늘었다.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의 단가 하락으로 금액은 줄었지만 물량은 꾸준히 늘고 있으니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설명이 무색하게 지난달엔 수출 물량마저 3.2% 줄었다. 수출 물량 감소는 조업일수 감소 영향이 컸던 지난해 9월(-16.4%)을 제외하면 작년 3월(-9.7%) 이후 약 1년 만이다. 수출 단가 하락과 물량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진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관계자는 “최근 수출 부진이 심상치 않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올 하반기엔 수출이 회복될 것이라는 정부 전망 역시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 효자 품목 줄줄이 악화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1% 줄었다. 31개월 만에 두 자릿수 감소다.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석 달 연속 감소세인데 이 역시 2015년 1월~2016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는 세계 교역 위축과 중국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이 겹쳐 수출이 극심한 부진을 보이던 때다.
품목별로 보면 13대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10개가 마이너스였다. 이 가운데 7개는 10% 이상 줄었다. 1월엔 두 자릿수 감소가 4개에 그쳤다.
특히 대표적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가 24.8%나 줄었다. 이 정도로 반도체 수출이 부진했던 전례를 찾으려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26.2%)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반도체는 지난해 12월부터 석 달째 감소세다. 특히 최근엔 단가는 물론 물량까지 동시에 떨어져 부진의 골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반도체 수출물량지수는 3년1개월 만에 하락했다.
수출 품목 3, 4위인 석유화학과 석유제품도 지난달 14.3%, 14.0%씩 수출이 줄었다. 각각 34개월, 30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이들 품목의 수출 감소는 그간 국제 유가 하락 영향이 컸는데 지난달엔 유가가 올랐음에도 부진이 심해졌다. 글로벌 공급 과잉 탓이다.
이 밖에 선박(-46.5%) 컴퓨터(-33.2%) 무선통신기기(-15.3%) 디스플레이(-11.0%) 등도 줄줄이 감소했다. 자동차 수출(2.7%)이 3개월 연속 증가하며 지난해 부진을 만회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무역수지 흑자 행진도 불안
지난달 무역수지(상품수지)는 31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85개월 연속 흑자다. 1월(12억9000만달러)보다 늘었지만 작년 월평균(59억달러)과 비교하면 많이 줄었다. 수출 부진이 더 길어지면 흑자 행진이 중단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수출의 큰 폭 감소에도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이유는 수입이 더 줄어든 데 있다. 지난달 수입은 전년 동월보다 12.6%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용 장비, 전동기, 발전기 등 자본재 수입(-36.0%)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자본재 수입 감소는 향후 국내 설비투자 감소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과거 경기침체기에 있었던 ‘불황형 흑자’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반기 수출 회복 장담하기 어려워”
정부는 수출 부진이 하반기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하반기 반도체 수요와 가격 회복, 국제 유가 상승 전망 등을 근거로 든다.
하지만 부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최근 수출 부진의 근본적 이유는 세계 경기 둔화에 있는데 올 하반기엔 되레 악화되리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 경제 성장률이 올해 2.7%에서 내년 2.1%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성장률도 같은 기간 6.3%에서 6.0%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품목별로 봐도 반도체 외에 하반기 반등이 예상되는 품목이 딱히 없다”며 “반도체도 인터넷기업 수요 회복과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 증가 등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으면 수출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