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 일정은 아직 안 잡혀…北 측과 계속 조율할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문제가 계속 러-북 현안에 올라 있다고 크렘린궁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밝혔다.

크렘린궁의 이같은 반응은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북한이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러시아 방문을 서두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러북) 정상회담이 현안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교 채널을 통해 북한 파트너들과 조율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스코프는 아직 회담 일정에 대한 합의가 없는 만큼 회담 장소에 관해서도 얘기하기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러시아 민영 인테르팍스 통신은 지난달 초 복수의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시베리아 부랴티야 자치공화국 수도 울란우데에서 올봄에 러-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크렘린궁은 즉각 "구체적 결정이 내려진 바 없다"고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울란우데는 이미 한 차례 러-북 정상회담 장소로 이용된 바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011년 8월 말 열차로 울란우데를 방문해 현지 군부대 내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현 총리)과 회담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말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통해 김 위원장이 같은 해 9월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든지 아니면 별도로 러시아를 방문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지난해 안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김 위원장의 방러는 그러나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러시아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행사가 열리는 오는 5월을 포함해 올해 상반기 안에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길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담판이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나면서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북한의 협상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이미 여러 차례 방문한 중국에 이어 러시아를 조만간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알렉산드르 보론초프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동방학연구소 한국몽골과장은 이날 "하노이 북미 협상이 성과를 못 낸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러시아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방러 일정을 서두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아직 북미 협상이 완전히 결렬된 게 아닌 데다 김 위원장의 한국 답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등 주요 일정이 남아있어 김 위원장의 방러 시점을 점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정은 위원장 방러 당겨질까…크렘린 "러-北 정상회담 현안"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