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터뷰] 이더리움 창시자 vs "암호화폐 가치제로" 루비니 '맞짱토론'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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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코노미' 오거나이저 백종찬씨
"블록체인·암호화폐 양극단 입장간 '본질적 논의' 될 것"
"같은 산업군 종사자만 참석하는 컨퍼런스 피하고 싶어"
"블록체인·암호화폐 양극단 입장간 '본질적 논의' 될 것"
"같은 산업군 종사자만 참석하는 컨퍼런스 피하고 싶어"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과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한국에서 맞짱토론 한다. 진짜배기 매치업이다. 불꽃 튀는 논쟁이 예상된다.
두 사람은 양극단의 입장에 선 거물. 부테린이 만든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생태계를 돌아가게 하는 대표적인 플랫폼 성격의 가상화폐(암호화폐)며, 루비니 교수는 “비트코인 가치는 제로(0)가 될 것”이라 공개 비판하는 유명 암호화폐 비관론자다.
지난해 초 정재승 KAIST 교수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맞붙은 암호화폐 토론을 연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비유하자면 부테린과 루비니의 토론은, 글로벌 차원에서 인지도 높은 정재승과 유시민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격론을 벌이는 셈이다. 앞으로 인구에 회자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달 4~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 얘기다. 부테린과 루비니뿐 아니라 〈마스터링 비트코인〉 저자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 이메일 암호시스템 개발자 필 짐머만, 이더리움 기반 최대 기술기업 컨센시스의 조셉 루빈 창업자, 글로벌 거래량 1위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창펑자오 최고경영자(CEO) 등 저명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끈다.
블록체인·암호화폐와 기존 금융권을 아우르는 이 정도의 세계적 행사를 성사시킨 사람은 누구일까. 디코노미 오거나이저(organizer) 백종찬씨(27·사진)가 그 주역이다. 일찌감치 업계에 몸담은 그는 서른이 채 안 됐지만 작년 열린 1회 디코노미에서 이미 부테린을 비롯해 ‘암호학의 아버지’ 데이비드 차움, 금융암호학 선구자 이안 그릭 등을 초청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입증했다.
백씨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블록체인·암호화폐의 원론적 철학이나 뜬구름 잡는 비전보다 명확한 방향성과 현실적 감각이 더 중요하다”며 “디코노미는 정반대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균형감 있게 본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자리로 마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 참석자 면면이 화려한데.
“펜부시캐피털에서 근무할 때 부테린과 한 사무실에서 1년 정도 함께 생활했다. 이더리움의 성장기를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금융권 블록체인 컨소시엄 R3에서 컨설턴트로도 일했었고. 그런 경력이 작용했다.”
- 부테린과 루비니의 토론이라니, 솔직히 놀랍다.
“알려진 대로 부테린과 루비니 교수는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이다. 암호화폐의 존재이유와 지속가능성 등을 주제로 토론하지 않을까 싶다. 디코노미 행사의 성격이 반영됐다고 할까. ‘밸런스’를 중시한다. 보통의 암호화폐 컨퍼런스와는 결이 좀 다르다. 산업을 무조건적으로 밀어주진 않는다. 작년 디코노미도 마찬가지였다. 암호화폐 공개(ICO) 열기가 높은 때였지만 굉장히 많은 연사들이 ICO에 부정적 시각을 표했다.”
-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나.
“그러한 시도가 산업을 보다 건강하게 만들고 성장의 발판을 만들 것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반대 입장인 사람들도 함께 들어와 부딪치며 스파크가 튀어야 콘텐츠가 강해진다고 본다. 루비니 교수의 암호화폐 비관론이 옳다면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고, 틀렸다면 도리어 산업 자체에 대한 확신을 갖는 계기도 될 수 있지 않겠나.”
- 정공법을 선호하는 것 같다.
“물론 철학과 이상도 필요하다. 하지만 논리적 접근과 명확한 방향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코노미는 ‘현실에 가깝게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현실을 바꾸고 제도화되려면 그래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자. 블록체인이라서 쓰는 게 아니라 결국 블록체인이 편리하니까 쓰는 것이 맞다. 블록체인 산업은 아직 한 단계 더 성장이 필요하다. 프로젝트와 커뮤니티 관계가 아니라 냉철한 기업과 소비자 관계로 거듭나야 한다.”
-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는 거구나.
“현실은 이분법이나 흑백논리로 작동하지 않는다. ‘파괴적 혁신’도 시작 자체는 사실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더 주는 거다. 택시가 있지만 우버라는 옵션을, 호텔이 있지만 에어비앤비라는 옵션을 제공한다. 암호화폐도 마찬가지다. 법정화폐가 있지만 암호화폐란 선택권을 더 준다. 이러한 접근법이 현실적이다. 기존 시스템을 전부 갈아엎고 대체한다는 식의 논리는 대체로 허황된 경우가 많다.”
백씨는 ‘오버’를 경계하는 성격으로 보였다. 저명인사들을 여럿 섭외한 스토리를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았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에 대해서도 장밋빛 전망 대신 밸런스와 현실성을 되풀이 강조했다. 종국엔 그같은 접근방식이 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 밸런스, 객관성, 정공법 같은 것들이 디코노미의 메시지로 읽힌다.
“행사의 특정한 메시지를 생각해보거나 정해놓지는 않았다. 전적으로 연사에게 맡긴다. 대신 연사는 자기 분야에서 확실한 전문성을 가져야 하는 것이고. 디코노미를 조직하며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직책이나 직급은 보지 않았다. 사람들은 경영진 얼굴을 보러 오는 게 아니다. 세상에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콘텐츠를 보러 온다. 설령 대중적으로는 유명하지 않더라도 그런 사람들이 모여야 본질적 논의가 가능하다. 전문성이 첫째 원칙이었다.”
- 기존 행사와의 차별화 포인트는?
“연사가 동일 산업군에 한정되면 붕 뜬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전문성을 갖추되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세일즈 컨퍼런스’ 식의 홍보성 발표는 하지 못하게 했다.”
- 정론이지만 막상 업계 컨퍼런스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하던데.
“기존 컨퍼런스에 가보면서 다소 실망한 점들 때문이다. 그래서 디코노미는 기존 산업 시각과 반대 시점을 넣는다든지, 자사 홍보는 못하게 한다든지 등의 원칙을 세웠다. 대신 산업을 존재하게 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인물은 블록체인과 크게 상관없어도 섭외한다. 가령 지난해 디코노미에 초청한 데이비드 차움, 올해 초청하는 필 짐머만은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각 분야를 개척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인물이라 적극 초청했다.”
- 앞으로의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은 어떻게 예측하나.
“결국 ICO 시장은 죽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토큰이코노미 개념 자체가 와 닿지 않는다. 사기업이 화폐를 찍어내 사용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구조가 지속되긴 어렵지 않을까. 그래서 디코노미는 이 분야를 다루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본질적인 인프라 기술 개발이다. 시장은 예측이 어렵다. 예측가능한 것은 기술과 논리들이다. 디코노미는 대중이 한 발짝 더 빠르게 ‘본질의 변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 토큰이코노미가 경제 논리와 맞지 않는다는 건가?
“조금만 고민해보면 알 수 있다. 경제의 기본은 범용성이다. 이같은 경제 논리는 바뀌지 않는다. 토큰의 90% 이상이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을 보라. 단순히 시장상황 탓일까? 그렇지 않다. 경제 논리 자체를 이해 못한 측면이 크다. 가치를 생산하지 못하면서 경제가 일궈질 거라 착각하면 곤란하다. 단지 시장에서 돌아간다 해서 가치를 형성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두 사람은 양극단의 입장에 선 거물. 부테린이 만든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생태계를 돌아가게 하는 대표적인 플랫폼 성격의 가상화폐(암호화폐)며, 루비니 교수는 “비트코인 가치는 제로(0)가 될 것”이라 공개 비판하는 유명 암호화폐 비관론자다.
지난해 초 정재승 KAIST 교수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맞붙은 암호화폐 토론을 연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비유하자면 부테린과 루비니의 토론은, 글로벌 차원에서 인지도 높은 정재승과 유시민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격론을 벌이는 셈이다. 앞으로 인구에 회자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달 4~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 얘기다. 부테린과 루비니뿐 아니라 〈마스터링 비트코인〉 저자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 이메일 암호시스템 개발자 필 짐머만, 이더리움 기반 최대 기술기업 컨센시스의 조셉 루빈 창업자, 글로벌 거래량 1위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창펑자오 최고경영자(CEO) 등 저명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끈다.
블록체인·암호화폐와 기존 금융권을 아우르는 이 정도의 세계적 행사를 성사시킨 사람은 누구일까. 디코노미 오거나이저(organizer) 백종찬씨(27·사진)가 그 주역이다. 일찌감치 업계에 몸담은 그는 서른이 채 안 됐지만 작년 열린 1회 디코노미에서 이미 부테린을 비롯해 ‘암호학의 아버지’ 데이비드 차움, 금융암호학 선구자 이안 그릭 등을 초청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입증했다.
백씨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블록체인·암호화폐의 원론적 철학이나 뜬구름 잡는 비전보다 명확한 방향성과 현실적 감각이 더 중요하다”며 “디코노미는 정반대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균형감 있게 본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자리로 마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 참석자 면면이 화려한데.
“펜부시캐피털에서 근무할 때 부테린과 한 사무실에서 1년 정도 함께 생활했다. 이더리움의 성장기를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금융권 블록체인 컨소시엄 R3에서 컨설턴트로도 일했었고. 그런 경력이 작용했다.”
- 부테린과 루비니의 토론이라니, 솔직히 놀랍다.
“알려진 대로 부테린과 루비니 교수는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이다. 암호화폐의 존재이유와 지속가능성 등을 주제로 토론하지 않을까 싶다. 디코노미 행사의 성격이 반영됐다고 할까. ‘밸런스’를 중시한다. 보통의 암호화폐 컨퍼런스와는 결이 좀 다르다. 산업을 무조건적으로 밀어주진 않는다. 작년 디코노미도 마찬가지였다. 암호화폐 공개(ICO) 열기가 높은 때였지만 굉장히 많은 연사들이 ICO에 부정적 시각을 표했다.”
-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나.
“그러한 시도가 산업을 보다 건강하게 만들고 성장의 발판을 만들 것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반대 입장인 사람들도 함께 들어와 부딪치며 스파크가 튀어야 콘텐츠가 강해진다고 본다. 루비니 교수의 암호화폐 비관론이 옳다면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고, 틀렸다면 도리어 산업 자체에 대한 확신을 갖는 계기도 될 수 있지 않겠나.”
- 정공법을 선호하는 것 같다.
“물론 철학과 이상도 필요하다. 하지만 논리적 접근과 명확한 방향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코노미는 ‘현실에 가깝게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현실을 바꾸고 제도화되려면 그래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자. 블록체인이라서 쓰는 게 아니라 결국 블록체인이 편리하니까 쓰는 것이 맞다. 블록체인 산업은 아직 한 단계 더 성장이 필요하다. 프로젝트와 커뮤니티 관계가 아니라 냉철한 기업과 소비자 관계로 거듭나야 한다.”
-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는 거구나.
“현실은 이분법이나 흑백논리로 작동하지 않는다. ‘파괴적 혁신’도 시작 자체는 사실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더 주는 거다. 택시가 있지만 우버라는 옵션을, 호텔이 있지만 에어비앤비라는 옵션을 제공한다. 암호화폐도 마찬가지다. 법정화폐가 있지만 암호화폐란 선택권을 더 준다. 이러한 접근법이 현실적이다. 기존 시스템을 전부 갈아엎고 대체한다는 식의 논리는 대체로 허황된 경우가 많다.”
백씨는 ‘오버’를 경계하는 성격으로 보였다. 저명인사들을 여럿 섭외한 스토리를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았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에 대해서도 장밋빛 전망 대신 밸런스와 현실성을 되풀이 강조했다. 종국엔 그같은 접근방식이 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 밸런스, 객관성, 정공법 같은 것들이 디코노미의 메시지로 읽힌다.
“행사의 특정한 메시지를 생각해보거나 정해놓지는 않았다. 전적으로 연사에게 맡긴다. 대신 연사는 자기 분야에서 확실한 전문성을 가져야 하는 것이고. 디코노미를 조직하며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직책이나 직급은 보지 않았다. 사람들은 경영진 얼굴을 보러 오는 게 아니다. 세상에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콘텐츠를 보러 온다. 설령 대중적으로는 유명하지 않더라도 그런 사람들이 모여야 본질적 논의가 가능하다. 전문성이 첫째 원칙이었다.”
- 기존 행사와의 차별화 포인트는?
“연사가 동일 산업군에 한정되면 붕 뜬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전문성을 갖추되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세일즈 컨퍼런스’ 식의 홍보성 발표는 하지 못하게 했다.”
- 정론이지만 막상 업계 컨퍼런스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하던데.
“기존 컨퍼런스에 가보면서 다소 실망한 점들 때문이다. 그래서 디코노미는 기존 산업 시각과 반대 시점을 넣는다든지, 자사 홍보는 못하게 한다든지 등의 원칙을 세웠다. 대신 산업을 존재하게 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인물은 블록체인과 크게 상관없어도 섭외한다. 가령 지난해 디코노미에 초청한 데이비드 차움, 올해 초청하는 필 짐머만은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각 분야를 개척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인물이라 적극 초청했다.”
- 앞으로의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은 어떻게 예측하나.
“결국 ICO 시장은 죽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토큰이코노미 개념 자체가 와 닿지 않는다. 사기업이 화폐를 찍어내 사용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구조가 지속되긴 어렵지 않을까. 그래서 디코노미는 이 분야를 다루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본질적인 인프라 기술 개발이다. 시장은 예측이 어렵다. 예측가능한 것은 기술과 논리들이다. 디코노미는 대중이 한 발짝 더 빠르게 ‘본질의 변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 토큰이코노미가 경제 논리와 맞지 않는다는 건가?
“조금만 고민해보면 알 수 있다. 경제의 기본은 범용성이다. 이같은 경제 논리는 바뀌지 않는다. 토큰의 90% 이상이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을 보라. 단순히 시장상황 탓일까? 그렇지 않다. 경제 논리 자체를 이해 못한 측면이 크다. 가치를 생산하지 못하면서 경제가 일궈질 거라 착각하면 곤란하다. 단지 시장에서 돌아간다 해서 가치를 형성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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