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최장 1개월인 정산기간 1년으로 확대 요구
탄력근로제 이어 '선택근로제' 쟁점…경영계 "정산기간 확대"
노·사·정이 진통 끝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탄력근로제에 이어 '선택적 근로시간제'(이하 선택근로제)가 노동시간을 둘러싼 노·사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3일 노동계와 경영계에 따르면 최근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를 도출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 제도 개선위원회에서 경영계를 대변하는 사용자위원들은 탄력근로제뿐 아니라 선택근로제 개선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택근로제 개선 문제는 노동시간 제도 개선위원회 발족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반론이 제기돼 경영계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달 19일 노동시간 제도 개선위원회가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를 발표한 직후 "선택근로제 역시 탄력근로제와 함께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높다"며 국회 논의를 촉구했다.

선택근로제는 노동자가 출·퇴근 시간을 선택하는 등의 방식으로 하루 노동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탄력근로제와 함께 노동시간의 유연한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유연근로제에 속한다.

근로기준법 제52조에 선택근로제 도입 절차 등이 규정돼 있다.

근로기준법은 선택근로제로 노동시간을 정하더라도 일정한 '정산 기간'의 노동시간을 평균해 1주 노동시간(연장근로 제외)이 40시간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정한 단위 기간의 노동시간을 평균해 법정 노동시간을 지키도록 하는 탄력근로제와 비슷하지만, 노동자 개인별로 자율적으로 노동시간을 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탄력근로제는 단위 기간 중 집중노동을 하더라도 1주 노동시간이 연장근로를 포함해 64시간을 넘으면 안 되지만, 선택근로제는 별도의 노동시간 상한이 없는 것도 차이점이다.

다만, 정산 기간의 평균 연장근로시간이 1주 12시간을 넘으면 안 된다.

탄력근로제가 시간에 비례하는 '양적 일감'에 대한 집단적 노동에 적합하다면, 선택근로제는 능력과 성과 중심의 '질적 일감'에 대한 개별적 노동에 적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고용노동부가 작년 9∼11월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선택근로제를 활용 중인 사업체는 4.3%로,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사업체(3.2%)보다 많았다.
탄력근로제 이어 '선택근로제' 쟁점…경영계 "정산기간 확대"
경영계 요구의 핵심은 근로기준법상 최장 1개월인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을 최장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 7월부터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 중인 기업 가운데 일정 기간 집중노동이 필요한 곳은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을 대폭 확대해야 주 52시간제를 지킬 수 있다는 게 경영계의 입장이다.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 확대가 절실히 필요한 업종으로 경영계가 꼽는 것은 정보기술(IT), 연구개발(R&D), 게임 등이다.

특히, IT 업종은 소프트웨어 개발과 업데이트 등으로 불규칙적인 집중노동이 불가피한데 최장 1개월짜리 선택근로제로는 주 52시간제에 대응할 수 없다고 경영계는 지적한다.

경영계는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을 확대할 뿐 아니라 도입 요건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로기준법은 선택근로제를 도입하려면 노동자 대표와 '서면 합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노동자 대표와 '협의'를 하되 개별 노동자의 동의를 구하면 도입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 계도기간 종료를 앞두고 경영계는 선택근로제 개선 요구를 강화할 전망이다.

정부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연장이 필요한 기업은 관련법 개정이 완료될 때까지, 노동시간 단축 준비가 덜 된 기업은 이달 말까지 계도기간을 연장한 상태다.

노·사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선택근로제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노동계도 아직 선택근로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선택근로제가 본격적으로 쟁점으로 떠오르면 노동계는 노동자의 과로 우려 등을 제기하며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경영계 관계자는 "일본도 작년 7월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했다"며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는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한다는 목적이 같은 제도로,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