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과 함께, 산뜻한 봄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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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이두용 작가의 여행 두드림 - 프랑스 샤모니
'산악인의 성지' 샤모니…엽서같은 풍경에 '흠뻑'
이두용 작가의 여행 두드림 - 프랑스 샤모니
'산악인의 성지' 샤모니…엽서같은 풍경에 '흠뻑'
‘몽블랑’을 얘기하면 열에 아홉은 이구동성으로 ‘만년필!’을 외친다. 같은 이름의 만년필 브랜드가 워낙 유명해서다. 만년필을 사용하지 않는 젊은 세대도 같은 브랜드에서 내놓은 고가의 시계나 벨트, 지갑을 떠올린다. 하지만 몽블랑은 프랑스 동남부에 우뚝 솟은 산의 이름이다. 동명 브랜드의 로고도 몽블랑산(4810m)을 상징하고 있다. 더욱이 만년필 펜촉에는 몽블랑 높이를 의미하는 4810이란 숫자가 찍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알프스산맥에서 가장 높다. 몽블랑을 품은 소도시 샤모니. 매년 수많은 사람이 몽블랑 정상을 오르기 위해 이 작은 도시로 날아든다. 그리고 만년설산이 자리한 소도시의 매력에 빠져 샤모니를 떠나갈 땐 모두가 만년필 브랜드는 잊게 된다.
만년설산이 품은 산악도시 샤모니
프랑스 여행은 파리가 먼저다. 처음 프랑스를 찾는 사람은 에펠탑과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과 샹젤리제를 동경하며 파리로 날아온다. 그 이후 눈을 돌려 베르사유와 지베르니, 몽생미셸 등을 선택한다. 리옹이나 보르도, 니스, 아비뇽까지 거치면 프랑스를 제법 봤다는 말까지 듣는다. 순수하게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샤모니까지 다녀왔다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보통 샤모니를 찾는 경우는 둘 중 하나기 때문이다. 단순히 몽블랑에 이끌려서 온 사람과 산행, 혹은 트레킹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 둘도 아니라면 진정 여행의 깊이와 의미를 찾는 사람일 수도 있다.
샤모니를 방문하는 사람은 프랑스 도심에서 오기보다 보통은 알프스를 접한 다른 나라를 거쳐서 이곳까지 온다. 그러다 보니 방문객 중엔 비단 몽블랑이 아니어도 산을 좋아하는 사람의 비중이 높다. 나 역시 스위스의 산악도시인 마티니를 거쳐 기차를 타고 샤모니로 향했다. 자연스레 눈은 대자연을 향해 있었고 창밖으로 지나는 알프스산맥의 향연에 마음마저 빼앗긴 상태였다.
그렇게 샤모니 기차역에 도착했다. 이곳의 정확한 지명은 샤모니몽블랑(Chamonix Mont-Blanc)이다. 몽블랑을 품은 도시 이름으로 손색없다. 역을 벗어나면 산악 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활기가 느껴진다.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조차 화사한 옷보다는 아웃도어 의류를 갖춰 입은 사람이 많다. 등에는 저마다 배낭을 하나씩 메고 있다. 자연스럽다. 번화한 파리의 모습과 비교하면 어딜 둘러봐도 소박하지만, 청정 자연에 조성된 아름답고 풍요로운 풍광은 첫인상부터 큰 위안이 된다.
그저 고요한 산골 마을처럼 보여도 이곳은 전 세계 산꾼 사이에서 알피니즘의 발상지로 유명하다. 사실 등산을 뜻하는 알피니즘(Alpinism)이란 말도 알프스에서 파생됐다. 알프스의 최고봉 몽블랑이 샤모니에 속해 있으니 자연스레 이곳이 알피니즘의 발상지로 여겨졌다.
몽블랑 산봉우리가 워낙 높아 도시 어디에 있든 정상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장비가 좋아지고 다양한 등산 루트가 생겨난 요즘도 정석으로 오르려면 여간 어렵지 않다. 1786년 미셸 가브리엘 파카드(Paccard Michel Gabriel· 1757~1827)와 자크 발마(Balmat Jaques· 1762~1834)가 이곳을 정복하면서 세계의 산악인들이 몽블랑을 비롯해 8000m급 고산에 눈을 돌리게 됐다. 그들이 정상에 오른 건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장비가 개량되고 새로운 도구가 개발됐지만, 그 이후 100년이 넘는 시간 많은 산악인을 죽음으로 내몰 정도로 등정이 어려웠다.
알프스 동계스포츠의 천국
산악계에서는 미셸 가브리엘 파카드와 자크 발마를 신화적인 존재로 부른다. 사실 현재의 시선으로 봐도 말도 안 되는 도전이었다. 마치 산소통 하나를 들고 4000m 심해까지 내려갔다 온 것과 견줄 정도다. 불가능한 이야기란 말이다. 이 덕분에 샤모니의 마을 중앙엔 미셸 가브리엘 파카드와 자크 발마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거리 어디를 걷다가도 중심부로 향하는 길로 들어서면 어김없이 이들을 만난다. 동상은 꽤 사실적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가벼운 산행 복장으로 왼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오른손으로는 몽블랑 정상을 가리키고 있다. 지금이라도 짐을 꾸려 산을 향해 출발할 듯하다. 산악인들이 이 동상과 마주하면 가슴이 뜨거워질 것 같다.
동상을 지나 다리를 건너 조금만 걸으면 벌써 외곽이다. 샤모니 시내는 생각보다 넓지 않다. 자전거라도 타고 돌아보면 골목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데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 마을 중앙에 있는 시청을 중심으로 정면에는 아르브강이 흐르고 있고 그 한편에 몽블랑 등반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알피니스트 하우스와 여행자 안내소, 우체국, 성당 등이 자리하고 있다. 거리 양쪽으로는 촘촘히 서 있는 건물마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과 세계 유수의 아웃도어 브랜드숍, 크고 작은 호텔이 들어서 있다.
산골 마을처럼 보이는 이곳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동계스포츠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샤모니는 동계올림픽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1924년 이곳에서 세계 최초의 동계 올림픽경기가 열렸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처음 하계 올림픽 경기가 열리고 28년 만에 프랑스 변두리 작은 마을에서 기적적인 대회가 치러진 것이다. 당시 16개국에서 258명의 선수가 출전해 9개 종목으로 경기를 치렀다. 만년설산인 몽블랑의 정기를 받으며 진행된 동계 올림픽은 오늘날까지 회자되며 성공 사례로 남는다.
몽블랑이 병풍처럼 둘러있는 뷔앙송 시내 한편에서는 세계적인 암벽대회도 열린다. 매년 7월 한국은 여름이 정점에 다다를 때 이곳에서는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이 주최하는 샤모니 클라이밍 월드컵이 개최된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클라이밍 선수들이 서로의 기량을 뽐내며 각축을 벌이는데 한국의 클라이밍 여제 김자인 선수가 이곳에서 여러 번 수상하기도 했다. 샤모니 클라이밍 월드컵이 열리는 7~8월은 이곳 관광의 최대 성수기이기도 하다.
케이블카 아래로 펼쳐지는 겨울왕국
아무리 샤모니가 동계 올림픽의 고장이라고 해도 이곳은 몽블랑산이 우선이다. 이곳에 온 사람이 몽블랑에 오르지 않고 돌아가는 경우는 없다. 산악인이나 평소 등산을 즐기는 사람은 과거 미셸 가브리엘 파카드와 자크 발마가 올랐던 코스를 따라 몽블랑에 올라본다. 이곳에는 200여 년의 시간을 지나오며 두 사람이 걸었던 초등 코스 외에도 이미 무수한 등산로가 생겨났다. 그들이 올랐던 길 역시 몇 개의 구간으로 나뉘어 트레킹을 즐기는 이로 하여금 난도와 시간에 맞춰 도전할 수 있게 프로그램화됐다. 이 중 가장 많은 산꾼이 찾는 구간은 몽블랑 초등 코스의 백미를 맛볼 수 있도록 조성한 약 8시간짜리 코스다. 케이블카로 보송 빙하 산장까지 올라가 이곳에서 피라미드 산장과 외줄기 절벽 길을 지나 가파른 바위고개를 넘은 다음 라 종크숑에서 반환해 돌아 내려오는 코스다. 어지간히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땀깨나 흘릴 만큼 난도가 높다.
샤모니 어디에서도 올려다볼 수 있는 봉우리 에귀 뒤 미디(3842m). 이곳은 평소 등산을 즐기지 않던 사람도 정상까지 쉽게 오를 수 있다. 바로 이곳의 명물인 케이블카 덕분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접경지에 솟아올라 있는 이 봉우리는 ‘한낮의 바늘(Aiguille du Midi)’이라는 이름처럼 맑은 태양이 뜨는 날이면 뾰족한 정상이 바늘처럼 반짝인다.
에귀 뒤 미디 산 아래에 있는 탑승장에서 케이블카에 오르면 해발 2317m에 있는 플랑 뒤 레기유까지 올라간다.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케이블카에서 샤모니 시내를 내려다보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플랑 뒤 레기유에 내리면 에귀 뒤 미디로 향하는 케이블카로 갈아탄다. 여기서 오르는 케이블카는 별도의 기둥 하나 없이 외줄에 의지한 채 정상까지 올라간다. 산세를 해치지 않고 자연 그대로 관광 자원화한 유럽의 기술이 놀랍다. 케이블카는 정상이 가까워지면 수직으로 서 있는 절벽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오른다. 창밖을 내다보고 있으면 돌에라도 부딪힐까 봐 아찔하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이곳은 산 아래 계절을 막론하고 겨울왕국이다. 정상 전망대 한쪽에는 하늘에 떠 있는 모습을 기념사진으로 촬영할 수 있는 포토존이 있다. 낭떠러지 위에 투명한 부스를 만들어놓았는데 관광객에게 필수 인증 코스다.
세계 10대 트레킹 투르 드 몽블랑
샤모니는 산장에서 머물며 산길을 걷는 투르 드 몽블랑(Tour de Mont-Blanc)의 출발지로도 유명하다. 산을 좋아하고 걷기에 자신이 있다면 대자연에서 트레킹을 통해 진짜 힐링을 즐길 수 있다.
투르 드 몽블랑은 세계 10대 트레킹 중 하나로 몽블랑산을 중심으로 알프스를 대표하는 산군 둘레를 따라 총 170㎞ 걷는 행사다. 산장이 운영되는 6월 중순에서 9월 중순까지만 걸을 수 있다. 싱그러운 초록을 머금은 알프스 초원지대에서부터 웅장한 만년설의 빙하지대까지 걸으면서 다채로운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코스가 길다 보니 세 개의 나라를 지나는 것도 매력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잇는 국경지대 세뉴고개(2516m)를 비롯해 이탈리아와 스위스의 국경지대인 페레고개(2529m), 그리고 다시 프랑스로 넘어오게 되는 발므고개(2190m)다. 알프스산맥을 170㎞ 걷는다고 생각해서 지레 겁을 먹을 수도 있지만 힐링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보통 10일 이내로 자유롭게 이뤄진다.
샤모니=글·사진 이두용 여행작가 sognomedia@gmail.com
여행 정보
한국에서 가려면 프랑스 리옹이나 이탈리아 밀라노, 스위스 제네바까지 항공을 이용한 뒤 기차나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인천에서 세 도시로의 직항은 밀라노뿐이다. 대한항공을 이용하면 수·금·일요일에 밀라노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다. 비행시간은 12시간10분 걸린다. 1회 경유하면 모든 도시로 갈 수 있다. 항공편 이후의 편의성까지 고려한다면 스위스 제네바를 통해 샤모니로 향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리옹이나 밀라노에서 샤모니까지는 버스나 기차로 3~5시간 정도 소요되는 반면 제네바에서는 버스를 이용해 1시간30분이면 샤모니에 도달할 수 있다. 각 도시에서 샤모니까지 대중교통 비용은 20~40유로(2만5000~5만원) 선이다.
만년설산이 품은 산악도시 샤모니
프랑스 여행은 파리가 먼저다. 처음 프랑스를 찾는 사람은 에펠탑과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과 샹젤리제를 동경하며 파리로 날아온다. 그 이후 눈을 돌려 베르사유와 지베르니, 몽생미셸 등을 선택한다. 리옹이나 보르도, 니스, 아비뇽까지 거치면 프랑스를 제법 봤다는 말까지 듣는다. 순수하게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샤모니까지 다녀왔다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보통 샤모니를 찾는 경우는 둘 중 하나기 때문이다. 단순히 몽블랑에 이끌려서 온 사람과 산행, 혹은 트레킹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 둘도 아니라면 진정 여행의 깊이와 의미를 찾는 사람일 수도 있다.
샤모니를 방문하는 사람은 프랑스 도심에서 오기보다 보통은 알프스를 접한 다른 나라를 거쳐서 이곳까지 온다. 그러다 보니 방문객 중엔 비단 몽블랑이 아니어도 산을 좋아하는 사람의 비중이 높다. 나 역시 스위스의 산악도시인 마티니를 거쳐 기차를 타고 샤모니로 향했다. 자연스레 눈은 대자연을 향해 있었고 창밖으로 지나는 알프스산맥의 향연에 마음마저 빼앗긴 상태였다.
그렇게 샤모니 기차역에 도착했다. 이곳의 정확한 지명은 샤모니몽블랑(Chamonix Mont-Blanc)이다. 몽블랑을 품은 도시 이름으로 손색없다. 역을 벗어나면 산악 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활기가 느껴진다.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조차 화사한 옷보다는 아웃도어 의류를 갖춰 입은 사람이 많다. 등에는 저마다 배낭을 하나씩 메고 있다. 자연스럽다. 번화한 파리의 모습과 비교하면 어딜 둘러봐도 소박하지만, 청정 자연에 조성된 아름답고 풍요로운 풍광은 첫인상부터 큰 위안이 된다.
그저 고요한 산골 마을처럼 보여도 이곳은 전 세계 산꾼 사이에서 알피니즘의 발상지로 유명하다. 사실 등산을 뜻하는 알피니즘(Alpinism)이란 말도 알프스에서 파생됐다. 알프스의 최고봉 몽블랑이 샤모니에 속해 있으니 자연스레 이곳이 알피니즘의 발상지로 여겨졌다.
몽블랑 산봉우리가 워낙 높아 도시 어디에 있든 정상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장비가 좋아지고 다양한 등산 루트가 생겨난 요즘도 정석으로 오르려면 여간 어렵지 않다. 1786년 미셸 가브리엘 파카드(Paccard Michel Gabriel· 1757~1827)와 자크 발마(Balmat Jaques· 1762~1834)가 이곳을 정복하면서 세계의 산악인들이 몽블랑을 비롯해 8000m급 고산에 눈을 돌리게 됐다. 그들이 정상에 오른 건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장비가 개량되고 새로운 도구가 개발됐지만, 그 이후 100년이 넘는 시간 많은 산악인을 죽음으로 내몰 정도로 등정이 어려웠다.
알프스 동계스포츠의 천국
산악계에서는 미셸 가브리엘 파카드와 자크 발마를 신화적인 존재로 부른다. 사실 현재의 시선으로 봐도 말도 안 되는 도전이었다. 마치 산소통 하나를 들고 4000m 심해까지 내려갔다 온 것과 견줄 정도다. 불가능한 이야기란 말이다. 이 덕분에 샤모니의 마을 중앙엔 미셸 가브리엘 파카드와 자크 발마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거리 어디를 걷다가도 중심부로 향하는 길로 들어서면 어김없이 이들을 만난다. 동상은 꽤 사실적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가벼운 산행 복장으로 왼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오른손으로는 몽블랑 정상을 가리키고 있다. 지금이라도 짐을 꾸려 산을 향해 출발할 듯하다. 산악인들이 이 동상과 마주하면 가슴이 뜨거워질 것 같다.
동상을 지나 다리를 건너 조금만 걸으면 벌써 외곽이다. 샤모니 시내는 생각보다 넓지 않다. 자전거라도 타고 돌아보면 골목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데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 마을 중앙에 있는 시청을 중심으로 정면에는 아르브강이 흐르고 있고 그 한편에 몽블랑 등반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알피니스트 하우스와 여행자 안내소, 우체국, 성당 등이 자리하고 있다. 거리 양쪽으로는 촘촘히 서 있는 건물마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과 세계 유수의 아웃도어 브랜드숍, 크고 작은 호텔이 들어서 있다.
산골 마을처럼 보이는 이곳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동계스포츠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샤모니는 동계올림픽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1924년 이곳에서 세계 최초의 동계 올림픽경기가 열렸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처음 하계 올림픽 경기가 열리고 28년 만에 프랑스 변두리 작은 마을에서 기적적인 대회가 치러진 것이다. 당시 16개국에서 258명의 선수가 출전해 9개 종목으로 경기를 치렀다. 만년설산인 몽블랑의 정기를 받으며 진행된 동계 올림픽은 오늘날까지 회자되며 성공 사례로 남는다.
몽블랑이 병풍처럼 둘러있는 뷔앙송 시내 한편에서는 세계적인 암벽대회도 열린다. 매년 7월 한국은 여름이 정점에 다다를 때 이곳에서는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이 주최하는 샤모니 클라이밍 월드컵이 개최된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클라이밍 선수들이 서로의 기량을 뽐내며 각축을 벌이는데 한국의 클라이밍 여제 김자인 선수가 이곳에서 여러 번 수상하기도 했다. 샤모니 클라이밍 월드컵이 열리는 7~8월은 이곳 관광의 최대 성수기이기도 하다.
케이블카 아래로 펼쳐지는 겨울왕국
아무리 샤모니가 동계 올림픽의 고장이라고 해도 이곳은 몽블랑산이 우선이다. 이곳에 온 사람이 몽블랑에 오르지 않고 돌아가는 경우는 없다. 산악인이나 평소 등산을 즐기는 사람은 과거 미셸 가브리엘 파카드와 자크 발마가 올랐던 코스를 따라 몽블랑에 올라본다. 이곳에는 200여 년의 시간을 지나오며 두 사람이 걸었던 초등 코스 외에도 이미 무수한 등산로가 생겨났다. 그들이 올랐던 길 역시 몇 개의 구간으로 나뉘어 트레킹을 즐기는 이로 하여금 난도와 시간에 맞춰 도전할 수 있게 프로그램화됐다. 이 중 가장 많은 산꾼이 찾는 구간은 몽블랑 초등 코스의 백미를 맛볼 수 있도록 조성한 약 8시간짜리 코스다. 케이블카로 보송 빙하 산장까지 올라가 이곳에서 피라미드 산장과 외줄기 절벽 길을 지나 가파른 바위고개를 넘은 다음 라 종크숑에서 반환해 돌아 내려오는 코스다. 어지간히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땀깨나 흘릴 만큼 난도가 높다.
샤모니 어디에서도 올려다볼 수 있는 봉우리 에귀 뒤 미디(3842m). 이곳은 평소 등산을 즐기지 않던 사람도 정상까지 쉽게 오를 수 있다. 바로 이곳의 명물인 케이블카 덕분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접경지에 솟아올라 있는 이 봉우리는 ‘한낮의 바늘(Aiguille du Midi)’이라는 이름처럼 맑은 태양이 뜨는 날이면 뾰족한 정상이 바늘처럼 반짝인다.
에귀 뒤 미디 산 아래에 있는 탑승장에서 케이블카에 오르면 해발 2317m에 있는 플랑 뒤 레기유까지 올라간다.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케이블카에서 샤모니 시내를 내려다보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플랑 뒤 레기유에 내리면 에귀 뒤 미디로 향하는 케이블카로 갈아탄다. 여기서 오르는 케이블카는 별도의 기둥 하나 없이 외줄에 의지한 채 정상까지 올라간다. 산세를 해치지 않고 자연 그대로 관광 자원화한 유럽의 기술이 놀랍다. 케이블카는 정상이 가까워지면 수직으로 서 있는 절벽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오른다. 창밖을 내다보고 있으면 돌에라도 부딪힐까 봐 아찔하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이곳은 산 아래 계절을 막론하고 겨울왕국이다. 정상 전망대 한쪽에는 하늘에 떠 있는 모습을 기념사진으로 촬영할 수 있는 포토존이 있다. 낭떠러지 위에 투명한 부스를 만들어놓았는데 관광객에게 필수 인증 코스다.
세계 10대 트레킹 투르 드 몽블랑
샤모니는 산장에서 머물며 산길을 걷는 투르 드 몽블랑(Tour de Mont-Blanc)의 출발지로도 유명하다. 산을 좋아하고 걷기에 자신이 있다면 대자연에서 트레킹을 통해 진짜 힐링을 즐길 수 있다.
투르 드 몽블랑은 세계 10대 트레킹 중 하나로 몽블랑산을 중심으로 알프스를 대표하는 산군 둘레를 따라 총 170㎞ 걷는 행사다. 산장이 운영되는 6월 중순에서 9월 중순까지만 걸을 수 있다. 싱그러운 초록을 머금은 알프스 초원지대에서부터 웅장한 만년설의 빙하지대까지 걸으면서 다채로운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코스가 길다 보니 세 개의 나라를 지나는 것도 매력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잇는 국경지대 세뉴고개(2516m)를 비롯해 이탈리아와 스위스의 국경지대인 페레고개(2529m), 그리고 다시 프랑스로 넘어오게 되는 발므고개(2190m)다. 알프스산맥을 170㎞ 걷는다고 생각해서 지레 겁을 먹을 수도 있지만 힐링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보통 10일 이내로 자유롭게 이뤄진다.
샤모니=글·사진 이두용 여행작가 sognomedia@gmail.com
여행 정보
한국에서 가려면 프랑스 리옹이나 이탈리아 밀라노, 스위스 제네바까지 항공을 이용한 뒤 기차나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인천에서 세 도시로의 직항은 밀라노뿐이다. 대한항공을 이용하면 수·금·일요일에 밀라노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다. 비행시간은 12시간10분 걸린다. 1회 경유하면 모든 도시로 갈 수 있다. 항공편 이후의 편의성까지 고려한다면 스위스 제네바를 통해 샤모니로 향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리옹이나 밀라노에서 샤모니까지는 버스나 기차로 3~5시간 정도 소요되는 반면 제네바에서는 버스를 이용해 1시간30분이면 샤모니에 도달할 수 있다. 각 도시에서 샤모니까지 대중교통 비용은 20~40유로(2만5000~5만원) 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