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연 "하루 2~3시간 극한 체력훈련 견뎌내며 작은 키·작은 심장 '핸디캡' 극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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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2019 (9) 'KLPGA 새내기 유망주' 이승연
키 160cm에 270야드 '파워걸'
작년 KLPGA 2부투어 상금왕
키 160cm에 270야드 '파워걸'
작년 KLPGA 2부투어 상금왕
“요즘 미드(미국드라마) 봐요. 팝송도 늘 틀어놓고요.”
‘루키’ 이승연(21)의 요즘 관심사는 영어다. 취미가 아니라 투자다. 골프에 한창 빠져들던 열여섯 살, 그가 처음 짠 ‘라이프 플랜’ 중 하나가 영어를 마스터하는 것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며 “목표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체력훈련으로 심박동수까지 바꿔
이승연은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2부투어(드림투어) 상금왕 자격으로 올 시즌 풀 시드를 따냈다. ‘톱10’에 열 번 들었고 그중 한 번을 우승(KBC·해피니스CC 드림투어)으로 장식했다. 전국에 TV 생중계된 연말 시상식에서 상금왕으로 이름이 호명됐을 때 그는 “이·승·연 프로입니다!”라고 이름 한 자 한 자를 스타카토로 끊어 말했다. 이미 1부 정규투어에서 통산 7승을 거둔 선배 이승현(28)과 이름이 비슷해서이기도 했지만, 그에 못지않겠다는 의지를 오버랩해 강조한 것이다.
이승연은 당차고 치밀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실행계획을 짜 꼼꼼히 실천하는 억척이다. 고1 때부터 해온 근력운동을 6년째 거르지 않고 있고, 골프채를 처음 잡은 날부터 기록해온 훈련일지를 분신처럼 아낀다. 작은 키(160㎝)도 그에겐 콤플렉스가 아니다. 이승연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극한훈련을 했다. 운동능력에서 천지개벽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털어놨다. 심장이 작아 일반인처럼 빨랐던 그의 심박동수는 ‘육상선수의 심장’처럼 느려지고 튼튼해졌다. 6년간 하루 2~3시간의 웨이트를 멈추지 않은 결실이다. 그 사이 비거리도 20m가량 늘었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270야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거리 경쟁에선 누구와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쉽게 근육이 커지는 스타일이에요. 조금만 푸시업을 해도 팔다리가 막 울퉁불퉁해지거든요. 몸집은 작아도 가성비가 높은 체질을 타고난 듯해요. 그 덕을 좀 본 거죠.”
골프도 운명처럼 만났다. 배드민턴, 축구, 야구, 태권도 등 운동이라면 뭐든 좋아했던 그는 매일 부모님에게 “밖으로 나가 같이 놀자”고 졸라댔다. 딸아이의 엄청난 에너지를 감당하기 벅찼던 맞벌이 부모님이 생각해낸 게 골프였다. 혼자서 시간 보내기에 딱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골프공이 저절로 플레이트에 올라오는 연습기에 매료된 그는 하루종일 혼자 공을 치며 놀았다. “다시 태어나도 골프를 할 것 같아요. 연습도 재미있고, 필드 라운드도 재밌거든요.”
일희일비 않는 ‘무심타법’ 만들고파
직업 프로골퍼가 되는 과정은 험난했다. 날고 기는 선수들이 워낙 많았다. 자신보다 10~15㎝가 크고 승부욕까지 강한 선수들이 수두룩했다. 정규투어 입성부터가 만만치 않았다. 2017년 2부투어 최다승인 2승을 하고도 정규투어 시드를 간발의 차로 놓쳤을 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 “생애 최고의 성적이었는데….”
억울한 느낌이 들었지만 곧바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성적과 등수가 아닌, 내가 가진 환경과 조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에 의미를 두기 시작했다. “그때의 쓰라림이 과정 자체에 좀 더 방점을 찍는 마음가짐을 갖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보약이 된 거죠.”
이젠 골프를 할 수 있는 환경도 잘 갖춰졌다. 골프로 진 빚도 지난해 다 갚았다. 부모님에게 진 마음의 빚을 어느 정도 갚은 것 같아 처음으로 보람도 느꼈다.
올 시즌 목표는 상금순위 ‘톱30’ 진입이다. 우승이나 신인왕 같은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은 것은 그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는 “과정이 좋으면 결과는 따라줄 테고, 그게 무엇이든 나쁘지 않다”고 했다.
남은 숙제는 멘탈이다. 감정을 숨기지 못해 가끔씩 얼굴이 붉어지는 걸 바꾸고 싶단다. 그가 좋아하는 리키 파울러(미국)처럼 ‘오비(아웃오브바운즈)’가 나도 무표정할 수 있는 ‘강철 멘탈’을 만드는 게 또 다른 목표다. 이 역시 과정에 초점을 뒀다. 훈련일지에 ‘내일이 아닌 오늘을 살자!’라는 문구를 적었다. ■이승연의 원포인트 팁
"머리가 들린다고?…왼쪽 어깨와 턱이 멀어지게 백스윙 하세요"
골프 대회를 마친 투어 프로들이 인터뷰를 할 때 자세히 보면 왼쪽 어깨에 선크림이나 화장크림이 묻은 경우가 많다. 어깨가 상하좌우로 회전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고도의 유연성 덕분이다. 하지만 아마추어의 어깨에 선크림이 묻어있다면 대개 팔과 어깨만 들어 올린 경우다. 선크림이 묻는 위치도 어깨보다는 팔 쪽에 가깝다. 몸통 회전 없이 갑작스럽게 팔을 들어 올려 힘으로 공을 치려고 한 결과다. 턱과 어깨가 만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방향성도 상실된다. 이승연 프로는 “어깨와 턱 사이를 충분히 확보한다는 생각으로 백스윙(사진①)을 해야 어깨가 휙 들리지 않고 몸통 회전이 잘된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척추각을 스윙 내내 유지하는 것도 턱과 어깨의 간격으로 통제할 수 있다. 그는 “팔과 어깨만 주로 들어 올리는 백스윙(사진②)은 결국 척추각이 펴지게 되는 원인”이라며 “어깨가 척추각에 맞춰 회전하면 턱과 어깨는 자연스럽게 멀어진다”고 설명했다.
어드레스 때의 척추각을 스윙 내내 유지하는 것은 그가 페어웨이 안착률 80%대를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다. 척추각이 백스윙과 다운스윙 때 달라지는 순간 거의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이승연은 “턱과 어깨의 간격이 확보되면 척추각 유지도 잘되고, 다운스윙 때 하체 먼저 회전하는 것도 훨씬 쉬워지는 선순환이 된다”며 “다소 뻣뻣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꼭 한번 해볼 만한 연습”이라고 강조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루키’ 이승연(21)의 요즘 관심사는 영어다. 취미가 아니라 투자다. 골프에 한창 빠져들던 열여섯 살, 그가 처음 짠 ‘라이프 플랜’ 중 하나가 영어를 마스터하는 것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며 “목표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체력훈련으로 심박동수까지 바꿔
이승연은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2부투어(드림투어) 상금왕 자격으로 올 시즌 풀 시드를 따냈다. ‘톱10’에 열 번 들었고 그중 한 번을 우승(KBC·해피니스CC 드림투어)으로 장식했다. 전국에 TV 생중계된 연말 시상식에서 상금왕으로 이름이 호명됐을 때 그는 “이·승·연 프로입니다!”라고 이름 한 자 한 자를 스타카토로 끊어 말했다. 이미 1부 정규투어에서 통산 7승을 거둔 선배 이승현(28)과 이름이 비슷해서이기도 했지만, 그에 못지않겠다는 의지를 오버랩해 강조한 것이다.
이승연은 당차고 치밀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실행계획을 짜 꼼꼼히 실천하는 억척이다. 고1 때부터 해온 근력운동을 6년째 거르지 않고 있고, 골프채를 처음 잡은 날부터 기록해온 훈련일지를 분신처럼 아낀다. 작은 키(160㎝)도 그에겐 콤플렉스가 아니다. 이승연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극한훈련을 했다. 운동능력에서 천지개벽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털어놨다. 심장이 작아 일반인처럼 빨랐던 그의 심박동수는 ‘육상선수의 심장’처럼 느려지고 튼튼해졌다. 6년간 하루 2~3시간의 웨이트를 멈추지 않은 결실이다. 그 사이 비거리도 20m가량 늘었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270야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거리 경쟁에선 누구와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쉽게 근육이 커지는 스타일이에요. 조금만 푸시업을 해도 팔다리가 막 울퉁불퉁해지거든요. 몸집은 작아도 가성비가 높은 체질을 타고난 듯해요. 그 덕을 좀 본 거죠.”
골프도 운명처럼 만났다. 배드민턴, 축구, 야구, 태권도 등 운동이라면 뭐든 좋아했던 그는 매일 부모님에게 “밖으로 나가 같이 놀자”고 졸라댔다. 딸아이의 엄청난 에너지를 감당하기 벅찼던 맞벌이 부모님이 생각해낸 게 골프였다. 혼자서 시간 보내기에 딱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골프공이 저절로 플레이트에 올라오는 연습기에 매료된 그는 하루종일 혼자 공을 치며 놀았다. “다시 태어나도 골프를 할 것 같아요. 연습도 재미있고, 필드 라운드도 재밌거든요.”
일희일비 않는 ‘무심타법’ 만들고파
직업 프로골퍼가 되는 과정은 험난했다. 날고 기는 선수들이 워낙 많았다. 자신보다 10~15㎝가 크고 승부욕까지 강한 선수들이 수두룩했다. 정규투어 입성부터가 만만치 않았다. 2017년 2부투어 최다승인 2승을 하고도 정규투어 시드를 간발의 차로 놓쳤을 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 “생애 최고의 성적이었는데….”
억울한 느낌이 들었지만 곧바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성적과 등수가 아닌, 내가 가진 환경과 조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에 의미를 두기 시작했다. “그때의 쓰라림이 과정 자체에 좀 더 방점을 찍는 마음가짐을 갖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보약이 된 거죠.”
이젠 골프를 할 수 있는 환경도 잘 갖춰졌다. 골프로 진 빚도 지난해 다 갚았다. 부모님에게 진 마음의 빚을 어느 정도 갚은 것 같아 처음으로 보람도 느꼈다.
올 시즌 목표는 상금순위 ‘톱30’ 진입이다. 우승이나 신인왕 같은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은 것은 그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는 “과정이 좋으면 결과는 따라줄 테고, 그게 무엇이든 나쁘지 않다”고 했다.
남은 숙제는 멘탈이다. 감정을 숨기지 못해 가끔씩 얼굴이 붉어지는 걸 바꾸고 싶단다. 그가 좋아하는 리키 파울러(미국)처럼 ‘오비(아웃오브바운즈)’가 나도 무표정할 수 있는 ‘강철 멘탈’을 만드는 게 또 다른 목표다. 이 역시 과정에 초점을 뒀다. 훈련일지에 ‘내일이 아닌 오늘을 살자!’라는 문구를 적었다. ■이승연의 원포인트 팁
"머리가 들린다고?…왼쪽 어깨와 턱이 멀어지게 백스윙 하세요"
골프 대회를 마친 투어 프로들이 인터뷰를 할 때 자세히 보면 왼쪽 어깨에 선크림이나 화장크림이 묻은 경우가 많다. 어깨가 상하좌우로 회전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고도의 유연성 덕분이다. 하지만 아마추어의 어깨에 선크림이 묻어있다면 대개 팔과 어깨만 들어 올린 경우다. 선크림이 묻는 위치도 어깨보다는 팔 쪽에 가깝다. 몸통 회전 없이 갑작스럽게 팔을 들어 올려 힘으로 공을 치려고 한 결과다. 턱과 어깨가 만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방향성도 상실된다. 이승연 프로는 “어깨와 턱 사이를 충분히 확보한다는 생각으로 백스윙(사진①)을 해야 어깨가 휙 들리지 않고 몸통 회전이 잘된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척추각을 스윙 내내 유지하는 것도 턱과 어깨의 간격으로 통제할 수 있다. 그는 “팔과 어깨만 주로 들어 올리는 백스윙(사진②)은 결국 척추각이 펴지게 되는 원인”이라며 “어깨가 척추각에 맞춰 회전하면 턱과 어깨는 자연스럽게 멀어진다”고 설명했다.
어드레스 때의 척추각을 스윙 내내 유지하는 것은 그가 페어웨이 안착률 80%대를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다. 척추각이 백스윙과 다운스윙 때 달라지는 순간 거의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이승연은 “턱과 어깨의 간격이 확보되면 척추각 유지도 잘되고, 다운스윙 때 하체 먼저 회전하는 것도 훨씬 쉬워지는 선순환이 된다”며 “다소 뻣뻣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꼭 한번 해볼 만한 연습”이라고 강조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