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風' 잠재운 박성현…'신들린 버디쇼' 펼치며 大역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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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위민스월드챔피언십 15언더파 우승
마지막날 4타차 열세 뒤집기
2타차로 이민지 제치고 정상
마지막날 4타차 열세 뒤집기
2타차로 이민지 제치고 정상
‘남달라’ 박성현(26)이 4타차를 뒤집는 역전 드라마를 썼다. 3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위민스월드챔피언십(총상금 150만달러)에서다.
박성현은 이날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파72·6718야드)에서 열린 이 대회 최종 라운드를 8언더파 64타로 마쳤다. 보기는 1개만 내주고 버디 9개를 쓸어 담았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적어낸 그는 2위 호주동포 이민지(13언더파)를 2타차로 뿌리치고 자신의 시즌 두 번째 출전 대회에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시즌 첫 승이자 통산 6승째다. 우승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5300만원)를 보탠 박성현의 통산 상금은 400만달러(약 407만6822달러)를 돌파했다. 박성현은 첫날 3언더파 36위, 2라운드 4언더파 공동 7위, 3라운드 7언더파 공동 8위에서 기회를 엿보다 마지막날 기어코 승부를 뒤집었다. 박성현은 “항상 시즌 초반을 힘들게 시작했는데 이번에 예상보다 빨리 우승해 매우 행복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세계랭킹 1~3위 안갯속 승부
우승자를 점치기 어려웠다. 세계랭킹 1~3위의 강자들이 1~2타 차 범위에서 근접전을 벌였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일에 들어선 세계랭킹 1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이 4번홀(파3)에서 티샷을 그린 오른쪽 페널티 에어리어 물속에 빠뜨리면서 선두 구도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2타를 순식간에 날린 쭈타누깐이 뒤로 처진 틈을 랭킹 2위 박성현이 파고들었다. 초반 3개 홀 연속 버디로 기세를 올린 박성현은 6번홀(파4)에서도 버디 한 개를 추가해 이민지(세계랭킹 3위)와 나란히 12언더파 공동선두가 됐다. 언제든 ‘한 방’을 폭발시킬 수 있는 아자하라 뮤노스(스페인)와 쭈타누깐이 2타차 공동 3위로 선두그룹인 ‘박-이’를 뒤쫓았다. 마르고 단단해진 그린은 나흘 중 가장 빨랐고 핀은 벙커 근처, 내리막 등 가장 어려운 곳에 꽂혔다. 얼마든지 선두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 후반은 지난주 준우승으로 아쉬움을 남긴 이민지가 주도하는 듯했다. 전반에 보기 없이 3개의 버디를 쓸어 담은 그는 까다로운 후반 12번홀(파4)에서 버디 한 개를 추가하며 1타 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하지만 1홀 앞서 경기하던 박성현의 추격 속도가 더 빨랐다. 10번홀(파4), 13번홀(파5), 14번홀(파4)에서 버디 3개를 잇달아 솎아내며 공동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13번홀 승부 균형추 기울어
팽팽했던 살얼음 승부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13번홀. 쭈타누깐의 티샷이 오른쪽으로 날아가 잔가지가 무성한 관목 밑동에 놓이면서 공을 칠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이 홀에서 두 번째 더블보기를 적어낸 그는 이어진 홀에서도 어프로치를 짧게 하는 바람에 보기를 적어내며 연속 미끄럼을 탔다. 선두그룹과의 타수 차가 순식간에 5타까지 벌어졌다. 쭈타누깐과 함께 경기하던 이민지도 14번홀에서 짧은 파퍼트 실수로 보기를 내주며 흐름이 깨졌다. 반면 박성현은 16번홀(파5)에서 4m짜리 버디 퍼트를 침착하게 홀 중앙에 밀어 넣어 2위 이민지를 2타 차로 밀어내고 단독 선두로 뛰어 올랐다. 이후로 추격자들은 더 이상 타수를 덜어내지 못했고, 박성현의 우승은 그대로 확정됐다.
박성현은 최장 299야드를 넘나드는 장타와 날카로운 웨지로 타수를 차곡차곡 줄였다. 특히 마지막날 후반홀에선 오버파를 기록했던 1~3라운드와 달리 실수를 하지 않는 완벽한 샷컨트롤로 경쟁자들의 추격의지를 잠재웠다. 페어웨이 적중률이 82%에 달할 만큼 티샷 정확도가 높았고, 그린 적중률이 79%로 정교했다. 취약했던 벙커샷도 100% 성공률을 기록했다.
아시아 대회 첫 우승이자 통산 11승을 노렸던 쭈타누깐은 ‘아시아 무관 징크스’를 이번에도 넘어서지 못했다. 마지막날 2타를 잃어 9언더파 공동 7위다. 이민지도 2개 대회 연속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첫 출격 박인비 14위 준수한 성적표
2015, 2017년에 이어 이 대회 첫 3승을 노렸던 박인비(31)는 마지막날 1타를 더 잃어 단독 14위로 대회를 마쳤다. 버디 3개를 잡았지만 더블 보기 1개를 내준 게 ‘톱10’ 진입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여 만의 첫 출전이란 점에서는 준수한 출발이라는 평가다.
고진영(24)이 마지막날 3타를 추가로 줄여 공동 3위(11언더파)에 올랐다. ‘골프천재’ 김효주(24)도 모처럼 선전하며 9개월여 만에 최고 성적을 냈다. 10언더파 공동 5위. 김효주는 2016년 1월 퓨어실크바하마 대회에서 통산 3승을 올린 뒤 3년 넘게 우승수를 쌓지 못했다. 지난해 5월 US여자오픈 준우승 이후 출전한 14개 대회에서 한 번도 톱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상승 반전을 위한 계기가 절실했다.
박성현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5개 대회에서 3승을 쓸어 담았다. 2015, 2017년 한 시즌 최다승(15승) 돌파 기대도 덩달아 커졌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박성현은 이날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파72·6718야드)에서 열린 이 대회 최종 라운드를 8언더파 64타로 마쳤다. 보기는 1개만 내주고 버디 9개를 쓸어 담았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적어낸 그는 2위 호주동포 이민지(13언더파)를 2타차로 뿌리치고 자신의 시즌 두 번째 출전 대회에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시즌 첫 승이자 통산 6승째다. 우승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5300만원)를 보탠 박성현의 통산 상금은 400만달러(약 407만6822달러)를 돌파했다. 박성현은 첫날 3언더파 36위, 2라운드 4언더파 공동 7위, 3라운드 7언더파 공동 8위에서 기회를 엿보다 마지막날 기어코 승부를 뒤집었다. 박성현은 “항상 시즌 초반을 힘들게 시작했는데 이번에 예상보다 빨리 우승해 매우 행복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세계랭킹 1~3위 안갯속 승부
우승자를 점치기 어려웠다. 세계랭킹 1~3위의 강자들이 1~2타 차 범위에서 근접전을 벌였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일에 들어선 세계랭킹 1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이 4번홀(파3)에서 티샷을 그린 오른쪽 페널티 에어리어 물속에 빠뜨리면서 선두 구도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2타를 순식간에 날린 쭈타누깐이 뒤로 처진 틈을 랭킹 2위 박성현이 파고들었다. 초반 3개 홀 연속 버디로 기세를 올린 박성현은 6번홀(파4)에서도 버디 한 개를 추가해 이민지(세계랭킹 3위)와 나란히 12언더파 공동선두가 됐다. 언제든 ‘한 방’을 폭발시킬 수 있는 아자하라 뮤노스(스페인)와 쭈타누깐이 2타차 공동 3위로 선두그룹인 ‘박-이’를 뒤쫓았다. 마르고 단단해진 그린은 나흘 중 가장 빨랐고 핀은 벙커 근처, 내리막 등 가장 어려운 곳에 꽂혔다. 얼마든지 선두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 후반은 지난주 준우승으로 아쉬움을 남긴 이민지가 주도하는 듯했다. 전반에 보기 없이 3개의 버디를 쓸어 담은 그는 까다로운 후반 12번홀(파4)에서 버디 한 개를 추가하며 1타 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하지만 1홀 앞서 경기하던 박성현의 추격 속도가 더 빨랐다. 10번홀(파4), 13번홀(파5), 14번홀(파4)에서 버디 3개를 잇달아 솎아내며 공동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13번홀 승부 균형추 기울어
팽팽했던 살얼음 승부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13번홀. 쭈타누깐의 티샷이 오른쪽으로 날아가 잔가지가 무성한 관목 밑동에 놓이면서 공을 칠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이 홀에서 두 번째 더블보기를 적어낸 그는 이어진 홀에서도 어프로치를 짧게 하는 바람에 보기를 적어내며 연속 미끄럼을 탔다. 선두그룹과의 타수 차가 순식간에 5타까지 벌어졌다. 쭈타누깐과 함께 경기하던 이민지도 14번홀에서 짧은 파퍼트 실수로 보기를 내주며 흐름이 깨졌다. 반면 박성현은 16번홀(파5)에서 4m짜리 버디 퍼트를 침착하게 홀 중앙에 밀어 넣어 2위 이민지를 2타 차로 밀어내고 단독 선두로 뛰어 올랐다. 이후로 추격자들은 더 이상 타수를 덜어내지 못했고, 박성현의 우승은 그대로 확정됐다.
박성현은 최장 299야드를 넘나드는 장타와 날카로운 웨지로 타수를 차곡차곡 줄였다. 특히 마지막날 후반홀에선 오버파를 기록했던 1~3라운드와 달리 실수를 하지 않는 완벽한 샷컨트롤로 경쟁자들의 추격의지를 잠재웠다. 페어웨이 적중률이 82%에 달할 만큼 티샷 정확도가 높았고, 그린 적중률이 79%로 정교했다. 취약했던 벙커샷도 100% 성공률을 기록했다.
아시아 대회 첫 우승이자 통산 11승을 노렸던 쭈타누깐은 ‘아시아 무관 징크스’를 이번에도 넘어서지 못했다. 마지막날 2타를 잃어 9언더파 공동 7위다. 이민지도 2개 대회 연속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첫 출격 박인비 14위 준수한 성적표
2015, 2017년에 이어 이 대회 첫 3승을 노렸던 박인비(31)는 마지막날 1타를 더 잃어 단독 14위로 대회를 마쳤다. 버디 3개를 잡았지만 더블 보기 1개를 내준 게 ‘톱10’ 진입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여 만의 첫 출전이란 점에서는 준수한 출발이라는 평가다.
고진영(24)이 마지막날 3타를 추가로 줄여 공동 3위(11언더파)에 올랐다. ‘골프천재’ 김효주(24)도 모처럼 선전하며 9개월여 만에 최고 성적을 냈다. 10언더파 공동 5위. 김효주는 2016년 1월 퓨어실크바하마 대회에서 통산 3승을 올린 뒤 3년 넘게 우승수를 쌓지 못했다. 지난해 5월 US여자오픈 준우승 이후 출전한 14개 대회에서 한 번도 톱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상승 반전을 위한 계기가 절실했다.
박성현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5개 대회에서 3승을 쓸어 담았다. 2015, 2017년 한 시즌 최다승(15승) 돌파 기대도 덩달아 커졌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