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한국 '수소경제 로드맵'에는 없는 금융사
올 들어 ‘수소경제 바람’이 뜨겁다. 지난 1월 17일 정부가 ‘수소경제 로드맵’을 내놓으면서부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울산 수소경제 전시장에 직접 들러 불을 지폈다. 현재 2000대도 안 되는 수소차 누적 생산량을 2040년까지 620만 대로 늘리고, 14개에 불과한 수소충전소도 전국에 120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신기술에 한해 규제를 풀어주는 ‘규제샌드박스 1호’ 사업으로 도심 수소충전소 설치를 결정했다.

정부가 정책을 내놓은 1월, 한국경제신문의 ‘일본을 보며 한국을 생각한다’ 특별취재팀은 마침 ‘메가웹 도요타 시티 쇼케이스’에 있었다. 도쿄 오다이바에서 도요타가 운영 중인 자동차 테마파크다. 도요타 수소차 ‘미라이’ 시승장도 있다. 일본의 수소차 기술과 수소사회 구상을 듣기 위해 찾았다. 미라이 개발을 주도한 노마사 히토시 주간은 한·일 간 수소차 기술격차에 대해 “현대자동차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수소사회를 함께 이끌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2030년 수소차 누적 생산량 80만 대, 수소충전소 900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일본 내 수소 인프라 정비를 위해 지난해 2월 출범한 ‘일본 수소스테이션네트워크(JHyM)’도 소개했다. 도요타, 혼다, 이와타니, JXTG에너지 등 자동차·에너지 회사를 중심으로 18개 업체가 참여했다. 이 중 7개사는 JA미쓰이리스, 손보재팬니폰코아, NEC캐피털솔루션 등 금융회사다. 금융회사들이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직접 출자하고 장기저리의 금융지원에 나선 것이다. 시장이 형성되기 전이어서 수소 인프라의 현실은 열악하다. 수소충전소 1기를 짓는 데 30억~35억원 정도 되는 적잖은 돈이 들어간다. 수소차를 타려는데 충전소가 없고, 수소차가 적어 충전소 운영이 제대로 안 된다고 한다. 닭이 먼저든 달걀이 먼저든 어느 한쪽은 ‘물꼬’를 터야 한다.

한국에서도 조만간 수소충전소합작회사 ‘하이넷’이 출범한다. 현대차 등 13개 기업이 출자했다. 이 회사는 내년까지 충전소 100개를 짓기로 했다. 하이넷에는 금융회사가 빠져 있다. 충전소 설치를 위한 같은 합작사지만 일본에는 금융 출자사가 있고 한국에는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업계는 ‘현재’만 있을 뿐 ‘미래’는 없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금융은 경제활동이 원활하게 일어나도록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는 데 금융은 빠질 수 없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업무추진 계획을 보면 ‘소비자 보호’와 ‘포용적 성장’ 일색이다.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이나 감독방향은 대부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생산적 금융’ ‘실물경제 지원’이란 용어가 등장하지만 양이나 내용면에서 ‘구색 맞추기’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에 비해 일본 금융청은 총리실의 ‘미래투자전략’과 관련한 정책을 매년 공시하면서 금융의 역할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은 2014년 6월 ‘수소·연료전지 전략 로드맵’을 처음 내놨다. 우리보다 4년 반가량 빨랐다. 하지만 수소충전소 수는 2017년 말에야 100개를 넘겼다. 당초 계획보다 2년가량 늦었다. 주민 반발과 낮은 수익성으로 투자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연내 전국에 86개를 신설해 올해만 100개를 채우겠다고 한다. 우리 정부의 강한 의지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회사가 빠진 하이넷과 포용적 성장만 외치는 금융당국을 보면 청사진이 ‘공염불’에 그치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드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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