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우리 경제 발등 찍는 '기업인 과잉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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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만으로 기업 압수수색…輕重 안 따지고 구속 일쑤
기업인 전과자 양산하는 규제의 양부터 줄이고
과잉처벌 문화 개선해 기업인 다시 뛰게 해야"
권태신 <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
기업인 전과자 양산하는 규제의 양부터 줄이고
과잉처벌 문화 개선해 기업인 다시 뛰게 해야"
권태신 <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
20년 전 영국에서 재정경제금융관으로 근무할 당시, 영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발생했다. 해럴드 시프먼이라는 의사가 20여 년간 환자 215명에게 독극물을 주사하는 방법 등으로 연쇄 살인을 한 것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죄를 저질렀건만, 놀랍게도 그는 종신형을 선고받는 날까지 구속되지 않았을뿐더러 양복을 입고 재판받았다. 민주주의가 시작된 나라에서 인권을 어떻게 다루는지, 구속이라는 것을 얼마나 신중하게 다루는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 법에는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고 돼 있건만, 현실은 구속이 원칙인 듯하다. 언론에 비친 피의자들은 항상 수갑을 찬 채 고개를 푹 숙이고 구속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시프먼 같은 사람도 불구속 재판을 하는 영국인들이 본다면, 도대체 한국에는 대단한 강력 범죄자가 얼마나 많길래 저렇게 구속을 많이 할까 의아해할 것이다.
과잉 처벌, 과잉 수사 문화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2016년 기준, 전과자 수가 무려 1100만 명을 넘었다. 형사처벌이 가능한 14세 이상 국민 4명 중 1명이 전과자라니, 가히 한국은 전과자의 나라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교도소 총 정원은 4만7000명인데, 현재 수감 인원은 5만7000명이다. 이 정도면 법이 너무 엄격하거나 처벌이 과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수많은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기업인들도 죄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구속되기 일쑤다. 나아가 TV, 신문, 인터넷 등을 통해 구속된 모습이 전 세계로 전파되기까지 한다. 이런 기업인 면박주기가 국내에선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할지 모르겠으나, 해외 경쟁자들은 속으로 쾌재를 부를 일이다. 해외에선 기업인이 구속된 것만으로도 해당 기업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상대방이 거래를 기피한다. 법치주의를 중시하는 선진국에선 더 그렇다.
일례로 1990년 초 홍콩의 크리스 패튼 총독이 첵랍콕 신공항과 부속도로 건설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다. 수주금액이 200억달러로 세계 최대 규모였다. 당시 국내 한 건설사가 최저가로 응찰해 낙찰이 유력했으나, 결과적으로 탈락했다. 해당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와 최고경영자(CEO) 구속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해당 기업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아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기업인 과잉 처벌 문화를 개선해 보자. 잘못한 기업인들을 무조건 봐주자는 말이 아니다. 우리 법의 기본정신인 법치주의를 제대로 지키자는 뜻이다. 단순 의혹만으로 기업을 압수수색하거나 뭔가 나올 때까지 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불구속 수사 원칙에 따라, 구속은 정말 필요한 경우에만 신중하게 집행해야 한다. 그것이 유죄판결 전까지 무죄로 추정한다는 우리 헌법 정신에도 부합하는 길이다.
기업인 전과자를 양산하는 규제의 양부터 줄여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한국은 정부 규제 부담이 140개국 중 79위다. 규제가 많으니 처벌도 많을 수밖에 없다. 경제 기본법인 상법, 공정거래법은 물론 유통법, 하도급법, 노동법, 세법 등 기업을 규제하는 법이 셀 수 없을 정도다. 국회에는 규제 폭탄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이 1만8143건으로 한 시간에 1.5개꼴로 생겨났다. 규제 공화국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다.
규제의 질도 문제다. 대표적인 것이 ‘기업 실패 징벌’로 꼽히는 배임죄다. ‘임무에 위배’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처벌하다보니 배임죄로 걸면 다 걸린다는 것이다. 기업이란 늘 위험에 투자하고 성공과 실패가 일상인 곳인데, 투자 단계에서 어떻게 배임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선 배임죄 자체가 없고, 경영판단의 원칙을 통해 기업인의 경영활동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데, 우리도 적극 참조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기업인들 사이에 “올해는 대표이사 하지 마시라”는 덕담이 유행이라고 한다. 기업인에게 거의 모든 경영활동에 대한 책임을 지우다보니 언제 수갑을 찰지 모르기 때문이다. 혹자는 기업인 유죄추정 원칙이 있다고 푸념하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밝은 미래가 있을까. 우리 스스로의 발등을 찍고 있는 기업인 과잉처벌 문화를 바꿔 기업인들을 다시 뛰게 해야 할 때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 법에는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고 돼 있건만, 현실은 구속이 원칙인 듯하다. 언론에 비친 피의자들은 항상 수갑을 찬 채 고개를 푹 숙이고 구속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시프먼 같은 사람도 불구속 재판을 하는 영국인들이 본다면, 도대체 한국에는 대단한 강력 범죄자가 얼마나 많길래 저렇게 구속을 많이 할까 의아해할 것이다.
과잉 처벌, 과잉 수사 문화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2016년 기준, 전과자 수가 무려 1100만 명을 넘었다. 형사처벌이 가능한 14세 이상 국민 4명 중 1명이 전과자라니, 가히 한국은 전과자의 나라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교도소 총 정원은 4만7000명인데, 현재 수감 인원은 5만7000명이다. 이 정도면 법이 너무 엄격하거나 처벌이 과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수많은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기업인들도 죄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구속되기 일쑤다. 나아가 TV, 신문, 인터넷 등을 통해 구속된 모습이 전 세계로 전파되기까지 한다. 이런 기업인 면박주기가 국내에선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할지 모르겠으나, 해외 경쟁자들은 속으로 쾌재를 부를 일이다. 해외에선 기업인이 구속된 것만으로도 해당 기업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상대방이 거래를 기피한다. 법치주의를 중시하는 선진국에선 더 그렇다.
일례로 1990년 초 홍콩의 크리스 패튼 총독이 첵랍콕 신공항과 부속도로 건설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다. 수주금액이 200억달러로 세계 최대 규모였다. 당시 국내 한 건설사가 최저가로 응찰해 낙찰이 유력했으나, 결과적으로 탈락했다. 해당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와 최고경영자(CEO) 구속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해당 기업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아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기업인 과잉 처벌 문화를 개선해 보자. 잘못한 기업인들을 무조건 봐주자는 말이 아니다. 우리 법의 기본정신인 법치주의를 제대로 지키자는 뜻이다. 단순 의혹만으로 기업을 압수수색하거나 뭔가 나올 때까지 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불구속 수사 원칙에 따라, 구속은 정말 필요한 경우에만 신중하게 집행해야 한다. 그것이 유죄판결 전까지 무죄로 추정한다는 우리 헌법 정신에도 부합하는 길이다.
기업인 전과자를 양산하는 규제의 양부터 줄여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한국은 정부 규제 부담이 140개국 중 79위다. 규제가 많으니 처벌도 많을 수밖에 없다. 경제 기본법인 상법, 공정거래법은 물론 유통법, 하도급법, 노동법, 세법 등 기업을 규제하는 법이 셀 수 없을 정도다. 국회에는 규제 폭탄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이 1만8143건으로 한 시간에 1.5개꼴로 생겨났다. 규제 공화국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다.
규제의 질도 문제다. 대표적인 것이 ‘기업 실패 징벌’로 꼽히는 배임죄다. ‘임무에 위배’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처벌하다보니 배임죄로 걸면 다 걸린다는 것이다. 기업이란 늘 위험에 투자하고 성공과 실패가 일상인 곳인데, 투자 단계에서 어떻게 배임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선 배임죄 자체가 없고, 경영판단의 원칙을 통해 기업인의 경영활동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데, 우리도 적극 참조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기업인들 사이에 “올해는 대표이사 하지 마시라”는 덕담이 유행이라고 한다. 기업인에게 거의 모든 경영활동에 대한 책임을 지우다보니 언제 수갑을 찰지 모르기 때문이다. 혹자는 기업인 유죄추정 원칙이 있다고 푸념하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밝은 미래가 있을까. 우리 스스로의 발등을 찍고 있는 기업인 과잉처벌 문화를 바꿔 기업인들을 다시 뛰게 해야 할 때다.